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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9 20:38
그런 계절이 왔으면
조회 수 2557 추천 수 1 댓글 0
수능을 마치고 난 고3의 어느 추운 겨울날, 내가 살던 일산에 있는 라이브업소에서 통기타를 퉁기며 노래를 부르는 일로 생애 첫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고등학교 시절 스포츠머리를 모자로 감추고 어설픈 어른 흉내를 내며 안주도 못 시키고 생맥주만 홀짝거리던 가게에서 우연찮게 기타를 치며 노래를 했더니 사장님이 선뜻 주신 일자리. 부를 줄 아는 노래가 많지 않았던 나는 레퍼토리를 추가하려고 음반가게에서 지금은 고인이 되신 광석이형(편의상 광석이형이라 부르겠다, 통기타 치는 사람들은 다 그렇게 부른다)의 공연실황이 담긴 테이프를 샀고, 그렇게 만난 노래가 바로 ‘서른 즈음에’였다.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더 이상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고, 스스로의 어리석음과 한계를 보듬으며, 삶에 대한 아픔과 쓸쓸함을 서서히 맛보기 시작하는 서른 즈음에 대한 단상, 감히 이해할 턱 없지만, 까닭 모를 뭉클함으로 내 마음을 파고들던 이 노래를 즐겨 부르던 나는 겨우 열여덟 살 이었다. 그리고, 어느덧 세월이 흐른 2007년 1월, 노래 속의 이야기일 것만 같았던 서른 즈음이 되었다. 노랫말처럼 수많은 사람들, 또 수많은 기억들과 날마다 이별을 하며, 광석이형의 읊조림처럼 알 수 없는 답답함으로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친구들의 연애소식보다 결혼소식이 더 많이 들려오고,‘꿈’이라는 단어보다‘직장’이라는 단어가 더 많이 입에 오른다. 삶이 생각처럼 흐르지 않는다는 진리를, 볼 때마다 높아만 가는 세상의 벽을 실감하며 삶의 의미를 잠시 한 켠에 밀어두고 눈앞의 전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서른 즈음. 분명 가진 것들도 늘어가고, 할 수 있는 것들도 늘어가는데도 항상 어딘가 부족한 것 같고 무언가에 쫓기는 것 같은 일상. 한국에서 잘 나가던 직장 관두고 꿈을 따라 이곳 런던에 와있는 내가 부러운지 (때론 나는 한국에서 직장 다니며 자리잡고 사는 친구가 너무 부럽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힘겨운 사연들을 전할 때마다 나 역시 힘들고 외로웠지만 그래도 삶이 아름다운 이유를, 행복을 간직하는 방법을 찾고 나누며 서로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들을 이제 이 작은 공간을 통해 만나게 될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려 한다. 아직 서른 즈음이 되지 않은 분들에게는 다가올 날들에 대한 꿈과 설레임을, 함께 서른 즈음을 살아가는 동료들에게는 힘과 위로를, 그리고 이미 서른 즈음을 지나버린 인생 선배들에게는 지난 시절의 추억을 안겨 드리고 싶다. 이미 다 경험해버렸기에 어쩌면 어설퍼 보일 것 같은 후배의 삶에 대한 고민과 사연들을 넉넉한 미소로 봐주시길 인생 선배들에게 부탁 드린다. 숨가쁘게 지나는 하루 하루 속에서 문득 돌아보면 잊고 지내는 소중한 것들, 행복은 결코 크지 않은 그 소중한 것들을 꺼내어 보고 만져보는 게 아닐까? 어둡기만 한 밤하늘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몇 개의 눈부신 작은 별들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그렇게 눈부신 별이 되었으면 좋겠다. 밤하늘의 어두움을 보며 슬퍼하지 않고, 그 어두움을 비추는 별을 보며 미소 짓듯이. 또 다른 한 해를 시작하며, 다음과 같은 시를 써보았다. < 그런 계절이 왔으면 > 너와 나의 얼굴에 포근한 햇살이 다가와서 우리 흘린 땀과 눈물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그래서 그 아픔과 시련들을 닦아내며 햇살보다 더 눈부신 젊음을 사랑할 수 있는 그런 계절이 왔으면 너와 나의 가슴에 푸른 하늘이 드리워져 그 하늘위로 수많은 꿈들을 띄워볼 수 있는 그래서 그 꿈들을 올려다보며 하늘보다 더 푸른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그런 계절이 왔으면 너와 나의 기억에 조그만 촛불 하나 켜져서 그 불빛 속에 우리 지나온 풍경들을 그려볼 수 있는 그래서 그 풍경들을 뒤돌아보며 촛불보다 더 잔잔한 평화를 간직할 수 있는 그런 계절이 왔으면 너와 나의 영혼에 영롱한 이슬이 맺혀서 그 맺힌 이슬방울에 작은 행복을 담아볼 수 있는 그래서 그 행복들에 감사하며 이슬보다 더 맑고 고운 사랑으로 살아갈 수 있는 그런 계절이 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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