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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10 08:59

천사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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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을 보러 테스코에 갔다가 몸이 조금 불편해 보이는 한 영국 남자를 보게 되었다. 얼굴도 조금 일그러지고, 한눈에 봐도 뇌성마비나 아니면 발육에 어떤 문제가 있어 보이는 그런 사람이었다. 환한 웃음 가득한 얼굴로 동행한 사람과 함께 여느 사람들처럼 장을 보고 있던 그 사람을 보면서 문득 7년 전 전라남도의 한 복지시설에서 보았던 천사의 미소가 떠올랐다.

당시 필자는 군복무 중이었고 주말에는 교회 일을 담당하는 군종병으로, 주중에는 군인들의 교육자료를 작성하고 일종의 부대 언론을 담당하는 정훈공보과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이 정훈공보과에서는 연간 2회씩 의무적으로 자원봉사를 실시해야 했었다. 이 자원봉사는 하루 동안 주로 홀트와 같은 장애인 관련 복지시설을 찾아가 청소를 해주거나 시설 보수를 해 주는 일정으로 계획한다. 다른 일반 전투부대 같으면 부대원 대부분이 자원봉사에 참여하게 되지만 필자가 근무했던 곳은 워낙 바쁜 행정부대이다 보니 웬만해서는 일하는데 꼭 필요한 병사들은 사무실에 붙잡아놓고 아직 일이 서툴거나 사무직 이외의 병사들을 대신 보내곤 했다. 그래도 부대 바깥을 나간다는 사실 만으로도 들떠서 자원봉사에 참여하려고 기를 쓰는 병사들도 있었고 한편으로는 그런 것들을 상당히 귀찮아 해서 마지못해 끌려가듯 자원봉사 참여를 탐탁지 않게 여겼던 병사들도 있었으니 부끄럽게도 필자의 경우 후자에 속했음을 고백한다. 그 이유는 봉사활동이 싫다거나 장애인들과의 접촉을 꺼려해서가 아니라 그 모든 일정을 보고하고, 진행하고, 관리해야 하는, 즉 기획부터 최종 보고까지 담당하는 병사로서 순수한 봉사보다는 ‘잘 끝마쳐야 하는 업무’로 인식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더 솔직히는 부끄럽게도 입대 전에 한 번도 그러한 자원봉사를 다녀본 적이 없어 마음이 더 움츠러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또, 평소 장애인이나 정신이 조금 불편한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접해본 적이 단 한번도 없었기에 머리로는 그들을 사랑하고 도와야 한다는 지식을 갖고 있었지만 정작 가슴으로는 그들을 진정으로 바라보고 포용할 수 있는 진심이 없었던 것 같다.

드디어 자원봉사 날, 야외에서 작업을 할 일이 많을 텐데 야속하게도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는 궂은 날씨였다. 행정업무에 별 도움이 안 되는(?) 병사들과 본 업무를 총괄하고 있기에 절대 열외 할 수 없는 필자는 커다란 군 트럭 뒷칸에 몸을 싣고 정신지체자들을 돌보고 교육시키는 복지시설로 향했다. 시설에 도착해서 관계자를 만나고 해야 할 일들에 대한 설명을 듣는데 무려 8시간이나 되는 긴 시간을 어떻게 거기서 보내야 할지 시작도 하기 전에 마음이 무거웠다.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은 정신지체자들이 수업을 받는 학교를 청소하고 시설 외곽에 철제 담장을 설치하는 일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맨땅에 철제 담장을 설치했을까 싶은데 확실히 군인은 시키면 다 한다)

시설 관계자는 정신지체자들이 현재 수업 중이니 우리가 작업하는 동안 마주칠 지라도 불편해 하지 말라고 했지만 사실 그들을 굳이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게 솔직한 심정이었고, 어서 시간이 흘러서 그날 일과를 마치고 부대로 복귀해서 쉬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그러나, 그렇게 부끄러운 내 속을 하늘에서도 안타깝게 보셨던 모양인지 걸레를 들고 그들의 교실 바깥 복도의 유리창을 닦고 있던 중 교실에 있던 한 정신지체 남학생이 나를 보고 내게로 걸어오는 게 아닌가? 처음에 그 친구를 발견하고서는 나한테 오는 게 아니겠지, 아니겠지 했는데 그 친구는 내 눈을 정확히 바라보며 내게로 가까워져 오고 있었고 도대체 왜, 나에게 무슨 볼일이 있어서 오는 것인지 알 턱이 없는 나의 마음은 점점 불안해져만 갔다. 이윽고 내 바로 앞에 선 그 친구는 말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지 알 수 없는 손짓을 해대며 내게 애처로운 눈빛을 보냈다. 당황했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유심히 ‘이 친구가 도대체 뭘 원하는 걸까’ 하면서 바라보니 이 친구의 손짓이 아래 위를 움직이는 게 이 친구가 입고 있는 점퍼의 지퍼를 채워서 올려달라는 것처럼 보였고 일단 얼른 지퍼를 채워 주었다. 그리고 그 친구는 내게 연신 고맙다는 의미로 머리를 숙이면서 더없이 환한 웃음을 보였다. 순간, 어쩌면 바라보기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그 친구의 불편한 얼굴에서 세상 그 무엇보다 맑고 아름다운 빛이 비추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것은 바로 천사의 미소였다. 지퍼를 채워준 것, 그 작은 일에 그렇게 순수하게 고마워하며 미소를 건네줄 수 있는 그는 분명 천사였다. 장애가 조금 있는 것, 몸이나 정신이 조금 불편한 것, 그것보다 더 가엾은 것은 사랑이 부족한 마음, 안으로 굳게 닫혀진 마음이며 그런 가엾은 마음을 가졌던 내게 그는 놀라운 선물을 거저 준 고마운 천사였다. 그리고, 그 천사들을 위해 조그만 일이라도 도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기쁜 일인지를 깨닫고 내리는 비 속에서도 온종일 웃으면서 나머지 작업을 했던 기억이 난다.

유난히 세상이 각박하고 어깨에 지워진 삶의 무게가 버겁게만 느껴지는 요즈음 그 천사의 미소가 살짝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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