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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간접적인 인연으로 결혼식에 다녀왔다. 생전 얼굴도, 이름도 모르던 한국 여자분이 영국 남자와 결혼식을 올리는데, 리셉션 동안 한국 음악인의 연주를 원하셔서 연결된 자리, 결혼식은 런던에서 올리고 리셉션은 런던 외곽에서 열리기로 되어 있었는데 엉겁결에 게스트들 사이에 자리잡고 너무나 훌륭한 식사도 제공받았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나라는 행사 전에 게스트 명단을 확정하고 각 테이블에 게스트의 이름표가 놓여져 있다, 즉 초대받지 않은 손님은 밥 못 먹는다, 근데 이날 필자의 이름은 없었다) 사실 외국에 살고 있어도 외국인들과 특별한 교류를 갖지 않는 한 외국 식으로 행해지는 결혼식에 초대받을 일은 흔치 않은 것 같다, 같은 한국인들 결혼식은 종종 가더라도. 그런데, 필자는 영국에 온 이래도 벌써 세 번의 결혼식에 참여했다. 처음 가본 결혼식은 같은 신학교에 다녔던 브라질 친구가 결혼식 음악을 부탁해서 다녀왔고, 나머지 두 번은 영국식으로 치러진 한국인과 영국인의 결혼식이었다. 분명 필자보다 외국 결혼식에 훨씬 더 많이 참석해보신 수 많은 분들이 계시겠지만, 어쨌든 세 번의 결혼식을 보면서 참 우리나라의 결혼식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처음 참석했던 브라질 친구의 결혼식은 한국의 결혼식 풍경에 익숙한 필자의 눈에는 솔직히 조금 초라하다 싶을 만큼 단순했다, 교회 건물을 빌려서 식을 올리고 식이 끝난 후 간단한 다과 정도를 제공했던. 특히, 이 날은 따로 반주자나 음악이 준비되질 않아서 신부 입장 시 필자가 즉석에서 기타 연주를 하면서 신부가 입장했던 기억이 난다. 이 친구가 형편이 별로 넉넉하지 못했던 탓도 있지만, 그러나 전혀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마냥 행복해 하며 사람들을 반기던 친구 부부의 따스함과 참석한 사람들이 진심으로 축하하고, 서로를 소개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즐기는 분위기에 문득 한국에 만연한 보여주기식 결혼이 씁쓸하게 떠올랐던 것 같다. 체면 혹은 허영심 때문에 일단은 비싸고 화려한 규모를 추구하던 우리네 결혼식, 그래서 경제력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결혼식, 집이 마련되지 않아서, 모아놓은 돈이 부족해서 결혼을 미루는 젊은이들, 주례자가 신랑, 신부를 소개할 때 학력과 직업을 언급하고, 신랑, 신부가 일류대학 출신이거나 고소득자라는 사실만으로 ‘결혼 잘 했네’라고 말하는 손님들, 봉투 속의 돈 액수로 인간관계가 평가되는 부조금 문화, 거의가 귀 기울여 듣지 않는 주례사, 돈 봉투 내고, 당사자 얼굴과 학력, 경제력 확인한 뒤 밥 한 끼 먹으면 끝나는 행사, 결혼식장의 빡빡한 스케줄 때문에 빨리 빨리 치르고 정해진 시간까지 마쳐줘야 하는 행사, 과연 누구를 위한, 또 무엇을 위한 자리인지… 부모가 아무리 재산이 많아도 자식이 10대 중반만 되면 경제적인 보조를 해주지 않는 이들의 문화답게 이들은 자식이 결혼을 해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집을 사주거나 경제적인 도움을 주지 않는다. 또한, 당사자들도 부모의 재산을 바라지 않고, 집 없이, 그저 있는 형편 그대로 결혼하더라도 이에 전혀 개의치 않으며 주위사람들 또한 그런 것을 당연시 여긴다. 브라질 친구는 당시 신학생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방 한 칸 세를 살고 있는 형편이었지만 그러한 그의 상황이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는 데는 별 상관이 없었고, 양가 집안이나 주위 사람들에게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저 그들이 서로 사랑하는 사이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려 한다는 사실이 중요할 뿐. 뭐든지 중상위권 이상이 되지 않으면, 남들이 이룬 것만큼을 같은 시기에 이루지 못하면 ‘잘못되고, 틀리고, 능력 없는’ 취급을 하는 한국에서라면 속칭 ‘쪽팔릴 수 있는’ 상황이 이들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형편에 맞지 않는 결혼식 치르는데 보탬이 되라고 부조금 문화가 생겨난 것인지 모르지만 서양에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결혼 때 손님들이 돈을 내는 경우는 없다, 정성이 담긴 선물을 줄지언정. 그리고, 이들은 리셉션 때 신랑 또는 신부가 어떻게 둘이 만나게 되었는지를 직접 손님들께 들려주고, 또 서로에게 축복과 감사의 인사를 전한 뒤, 신랑, 신부측의 부모님이나 가까운 지인들이 간단한 인사말 겸 신랑, 신부에 대한 사연과 축복의 메시지를 전하는 시간이 있는데 모두들 귀 기울여 듣고 각 스피치가 끝나면 잔을 들고 건배를 하는 순서가 있다. 신랑, 신부가 어떻게 자랐는지, 그들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그리고 이제 한 가정을 이루는 이들을 향한 격려와 축복의 메시지를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진심 어린 한마디 한마디로 담아내는 모습, 그리고 이를 귀 기울여 들으며 환호를 보내는 손님들의 어우러짐 속에 대부분 서로 알 까닭이 없는 손님들끼리도 어느덧 인사를 나누고 신랑, 신부에 대한 이야기 꽃을 피우면서 모두가 즐겁고 유쾌한 시간을 밤늦도록 갖는, 말 그대로 흥겨운 축제의 모습을 띄는 것이다. 서양의 것이 다 좋은 것은 절대 아니지만, 이들의 결혼식 풍경이 부럽기만 한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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