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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2 22:14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
조회 수 5449 추천 수 0 댓글 0
I shall be telling this with a sigh Somewhere ages and ages hence: Two roads diverged in a wood, and I- I took the one less traveled by, And that has made all the difference. 세월이 한참 흐른 어느 날, 어디선가 나는 한숨에 섞어 말하겠지요, 숲 속에 두 갈래의 길이 있었고 나는 다른 이들이 덜 택한 길로 향했다고 그리고, 그것이 내 삶을 바꾸었다고 * 퓰리처상 4회에 빛나는 20세기 초 미국의 대표적인 순수시인, Robert Frost의 총 4연으로 구성된 본 시 가운데 마지막 4연을 직접 의역해 보았다. 헐리우드 영화와 팝송의 열성팬이었던 탓에 막연히 영어가 좋았고, 그나마 점수가 제일 괜찮았던 과목이었기에, 또 졸업 후 어딘가 좋은 길이 열릴 것 같기에 대학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하게 되었다. 그런데, 원래부터 실용영어와는 별 관련이 없었던 영어영문학은 의외로 적성에 맞지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영어학은 말그대로 언어학의 영역이라 지루하기 짝이 없고, 그나마 기대했던 영문학이라는게 수백 년에 걸쳐 전해져온 권위 있는 해석, 학설에 절대적인 기반을 둔 탓에 결국은 별반 새로울 것 없이 오랫동안 전해져온 그 무엇을 그저 답습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다. 가령, 세익스피어의 ‘햄릿’을 읽고 내가 느낀 점이나 나만의 창조적인 해석을 하면 점수가 안 나오고, 정설처럼 내려온 것들을 그대로 암기해서 작성하면 만점이 나오는 식이니, 창조적인 것을 좋아하는 필자로서는 실망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그 중에서도 2학년 때 수강했던 영시(英時) 과목은 사전에도 없는 고어들과 생략, 함축으로 직역조차 어려운 고전 시들이 주를 이룬 탓에 매 시간이 고역이었다. 그러다가 만난 작품이 바로 Robert Frost의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이었다. 두 갈래의 길, 한 곳을 선택하면 한 곳을 포기해야만 하는, 그러나 그 길의 끝을 확인할 바 없는, 설레임과 두려움, 만족과 아쉬움, 기쁨과 후회가 교차하는 가운데 다른 이들이 덜 선택한 길을 택하고, 그로 인해 삶이 바뀌었다는… 뭔지 모를 인생에 대한 철학과 꿈과 소신에 대한 성찰이 멋지게(?) 배어있다고 느꼈던 탓인지 철없던 그 시절에도 왠지 이 시가 참 마음에 와 닿았고, 아마도 필자뿐만이 아니라 당시 수업을 듣던 대다수의 젊은 영혼들이 이 시에 매료되었던 것 같다. 아마도 우리들은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우리 앞에 놓여질 수 많은 길들과 그 가운데 하나의 길을 선택함에 있어서 무수히 겪게 될 갈등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그렇게 낭만과 순수, 패기와 열정만으로도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느덧 1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 과연 저 시에서 말하는 것처럼,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 상대적으로 남들이 적게 다닌 길이었을 때마다 과연 어떤 선택을 하고 살았는지 문득 돌아보게 된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고, 성인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필자와 같은 서른 즈음의 젊은이들에게는 그 무엇보다 직장과 진로에 대한 선택의 기로에서 참 많은 갈등을 한다. 두 갈래의 길을 한 번씩 맛보기로 가본 뒤 결정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아쉽게도 그런 기회는 거의 주어지지 않고, 택한 길이 도무지 전진할 수 없는 길일 경우 다시 두 갈래의 교차점으로 되돌아가기에는 너무나 희생과 고통이 따르는… 길을 택할 때 무엇인가의 노예가 되기 참 쉬운 세상이다. 특히, 돈의 노예, 명예의 노예가 되기 시작하면 그 구속에서 벗어나기가 어렵고, 결국은 삶의 주인이 되어버린 돈, 명예가 이끄는 길만을 택해야 한다. 또, 한국 사회에서는 안정성의 노예가 되는 것도 신중해야 한다. 안정성은 분명 좋은 것이고, 바른 것이지만, 모두가 그것만을 좆을 때 행복한 것은 아니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해외생활, 과연 내가 택한 길이, 또 내가 가려는 길이 맞는 것인지 고민이 될 때마다 깊은 갈등을 했다. 마음이 많이 약해졌던 한 번은 남은 인생을 그저 걱정 없이 살아갈 것처럼 보이는 한국 공무원이 그냥 너무나 부럽게 느껴진 적도 있지만, 맨날 똑같은 단순작업을 하면서 평생 안정성의 노예가 되는 삶은 역시 내겐 맞지 않으며, 지금 내가 택한 길이 내게 더 맞고, 더 행복한 길임을 부정할 수 없었다. 비록 현재의 삶이 마냥 즐겁고 편하지만은 않아도, 만약 이 길을 택하지 않았더라면 꿈을 위해 도전조차 해보지 않았다는, 드넓은 세상에 뛰어들어보지 못했다는 후회와 아쉬움이 평생 남아 결국 가지 않은 그 길이 비록 더 쉽고 편할지라도 결코 행복하지만은 않았을 것 같기에. 두 갈래의 길에 섰는가? 혹시 택하려는 길이 남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길인가? 진정 원하는 길을 갔을 때 느낄지도 모를 고뇌가 클지, 가보지도 못한 후회가 더 클지 스스로 자문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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