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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연극에 빠지면서부터 연극배우가 되고 싶은 꿈이 있었다. 단순히 돈을 벌고 인기를 얻는 연예인이 되고 싶었다기 보다는 감성을 사용하는 일이 너무나 하고 싶었고, 또 매 작품마다 다양한 인물이 되어 다양한 감정을 경험해 보는 일이 그렇게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것 같다.

연극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홍대 쪽에 위치한 산울림 소극장에서 적어도 한 편 정도의 연극을 관람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임영웅이라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거장 연출가와 윤석화, 손숙, 안석환과 같은 기라성같은 명배우들이 거쳐간 곳. 10여년 전쯤 어느 추석 연휴에 혼자서 사무엘 베케트의 대표적인 부조리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관람한 적이 있다. 한명구, 안석환이라는 우리 연극계의 대표적인 명배우들이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 두 주인공을 열연했는데, 특히 에스트라공을 맡은 안석환씨의 신들린듯한 연기가 정말 인상적이었다. (사실 당시에는 안석환씨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어 그 분이 그렇게 위대한 배우인지 알지 못했다) 몸짓부터 말투 하나하나까지 정상적이지 않은 인물을 너무나 실감나게 소화해내서인지 마치 실제 정신이 약간 이상한 사람을 캐스팅한게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였으니.

그런데 공연을 마치고 커튼콜 때 객석을 향해 허리를 구부리고 인사를 하던 안석환씨가 천천히 일어서는 데 일어서는 순간 그의 눈빛이 바뀌어 있었다. 공연 중 에스트라공의 비현실적인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날카로운 그의 눈빛이 반짝이는 가운데 공연 내내 구부정하던 그의 체형 또한 정상인의 그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관객들의 우뢰와 같은 박수와 환호 속에 씨익 웃던 그의 모습에서는 진정한 배우에게서만 뿜어져 나오는 마법과 같은 에너지가 넘쳐 흘렀다. 그런 그를 보면서 ‘그래, 바로 저거야’라는 생각이 들었고, 연극 배우야말로 진정 내가 원하는 일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교회에서 공연했던 뮤지컬과 연극에 출연하기도 하고 그 동안 본격적으로 연극에 연루될 수 있었던 기회들이 몇 번 있었지만 결국은 지금 이 순간 연극과는 별 상관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알다시피 연극은, 특히 우리나라에서의 연극은 정말 예술을 향한 순수한 열정과 꿈만으로 버텨야 하는 혹독한 현실이다. 가끔 윤석화 같은 대스타가 탄생하기도 하고, 현재 우리나라 영화계를 이끄는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들이 전부 연극무대 출신이라는 사실이 위로가 되지만, 정말 선택받은 소수가 아니고서는 대부분 하고싶은 일을 한다는 사실에 만족할 뿐,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처절한 싸움을 하고 있다. 물론 그들의 삶은 불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진정 그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떤 높은 자리의 그 누구보다, 수 억원의 연봉을 받는 그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러한 현실적인 문제가 두려워서였는지, 아니면 하늘의 뜻이 아니었는지 아직까지는 연극과의 인연을 제대로 만들지 못했지만, 언젠가 반드시 정식으로 연극 공부를 해보고, 연극 무대에 서리라는 꿈만은 지금 이순간도 여전히 변함이 없다.

요즈음은 새로운 경험을 하느라 런던 센트럴에서 넥타이를 메고 대형 빌딩 안에서의   사무직도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지난 주말에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자동차 회사인 H사의 신모델 런칭 행사에 연주 초청을 받아 North Yorkshire 에 다녀오기도 했다. 그 곳에서 비지니스 전문가들에게 내 소개를 하고 명함을 건네주면서 문득 벌써 세 개나 되어버린 필자의 명함들이 마치 세 명의 배역을 연기하고 있는 배우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 넥타이를 메고 사무실에서 일하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또 이렇게 글을 통해 독자들을 만나는 글쟁이로, 또 기타를 치면서 음악으로 사람들을 만나는 뮤지션으로… 때로는 한 가지 일에 지치고 무료해질 때마다 또 다른 일을 하면서 다시 생동감을 얻곤 하는 게 어찌나 즐겁고 감사하던지. 필자뿐만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 모두는 삶이라는 거대한 무대 위에 올려진 배우로서 살아가면서 수 많은 배역을 맡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항상 즐겁고 쉬운 배역만을 맡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때로는 맡은 배역이 힘에 겨워 고통스럽기도 하고, 또 때로는 맡은 배역이 너무나 슬프고 외로운 배역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어느 누구에게나 자신의 삶의 무대에서 자신이 진정 사랑하고 또 행복을 가져다 주는 배역을 단 하나라도 맡고 있으리라 믿는다. 그것은 때론 누군가의 친구가 되어주는 자신의 모습, 또는 사소한 취미생활을 하는 자신의 모습과 같은 작은 배역일 수도 있다. 때로는 화려한 주인공일 수도 있고, 때로는 초라한 단역일 수도 있고, 또 때로는 모노드라마의 주인공처럼 혼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렴 어떠랴, 우리는 인생이라는 거대한 무대에 올라선 것 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배우가 아닌가? 내 인생보다 더 재미있는 연극이 어디 있을까? 그저 매순간 맡은 배역에 최선을 다하고 마음껏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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