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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10 17:02

타임캡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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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있는 필자의 고향집에 고이 간직되어 있는 필자의 물건들 가운데 정말 그 의미가 남다른 물건이 하나 있다. 바로 타임캡슐이다. 흔히 그 시대의 흔적을 후세에 전달하거나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을 간직하기 위해 사용하는 타임캡슐은 자료에 따르면 그 역사가 1939년도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필자가 간직하고 있는 타임캡슐은 대부분의 타임캡슐이 무엇인가 역사적인, 공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데 반해 지극히 개인적인 의미, 더 정확히는 본 타임캡슐과 관련된 네 명의 남자들의 젊음과 우정, 꿈이 담겨있는 그런 타임캡슐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6년 전이었던 2002년, 필자는 영어 연수 차 미국 보스톤에 있었다. 누구나 외국으로 어학 연수를 떠날 때는 가급적 한국인들과의 만남을 자제하고, 한국어 사용을 안하리라는 굳은 각오를 다지고 떠나건만, 진짜 한국인이 없는 환경이라거나 아니면 정말 드물게 독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여간해서 한국인을 멀리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우리라. 당연히 필자도 1년 가까운 시간을 보내면서 평생토록 간직할 수 있는 소중한 인연들을 만들었고, 그렇게 만난 인연으로 뭉친 우리 네 명은 보스톤 거리를 휘저으며 평생 잊을 수 없는 멋진 추억들을 만들어 갔다.

네 명 모두 20대의 건장한 대한민국 남성들로, 맏형이었던 찬 형은 (개인정보 보호법 상 실명보다는 당시 미국에서 사용했던 이름으로 표기한다) 체대 출신으로 호탕하고 유쾌한, 말그대로 형을 떠올리는 것 만으로도 웃음이 나고 힘이 나게 만드는, 모든 남성들이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쾌남이었다. 작은 형이었던 제이슨 형은 안해본 일이 없을 만큼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었던, 형같은 듬직함과 함께 진한 인간미가 물씬 풍기는 그런 남자였다. 그리고, 필자와 동갑내기 친구였던 딕은 기업가 집안 출신답게 점잖고 모범적인, 누구에게나 예의 바르고 이해심 많은 넉넉한 인간미를 지닌 친구였다. 어떻게 보면 네 명이 닮은 구석이라고는 단 한 군데도 찾을 수 없는, 저마다의 개성으로 똘똘 뭉친 캐릭터였으나 우리들이 함께 있을 땐 정말이지 환상의 팀웤을 자랑했다.

저마다 다른 꿈, 다른 열정을 갖고 있던 우리들이었기에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참 많은 얘기들을 나누었던 것 같다. 성인이라고 하기에는 모든 게 불안하고, 불안정했던 20대 시절, 고향을 떠나와 이역 만리 타국 땅에서 함께 삶을 나누고, 격려와 응원을 주고 받으며, 그리고 무엇보다 서로의 꿈을 마음껏 펼쳐보이면서 우리들은 수도 없이 파이팅을 외쳤다. 비록 그 순간 무엇인가 대단한 일이 생기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함께 어깨를 부둥켜 앉고 파이팅을 외치며 서로의 꿈을 응원하다 보면 정말 없던 힘도 새롭게 솟는 것만 같았고, 모 영화의 카피처럼 함께 있을 때 우린 두려운 게 없었다.

어느 무더웠던 여름날 시내에 있는 식당에서 거나하게 취해 학교로 돌아온 우리들은 맥주를 한 박스나 사들고 그날따라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학교 교정 잔디 숲에서 바닥에 앉아 술을 마셨다. 원래 미국에서는 야외에서의 음주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고, 우리가 있었던 학교는 교칙 상 기숙사 및 교내 음주에 상당히 엄격한 규율을 적용하고 있었건만 그날은 어둑해진 시간에 이미 취해서 무서울 게 없었던 우리들은 싱그러운 숲의 냄새와 밤하늘의 별, 그리고 그칠 줄 모르는 이야기를 안주삼아 맥주를 마셨다. 그러던 중 큰 형이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갑자기 웃통을 벗고 마시자는 게 아닌가? 따스한 여름날이었기에 우리는 웃통을 훌러덩 벗어버리고 숲속이 떠나가라 웃어대며 술을 마시던 중 장난기가 발동한 큰 형이 작은형에게 맥주를 뿜어댔고,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우리는 서로에게 맥주를 뿜어대며 숲속을 어린 애들마냥 뛰어다녔다. 다 큰 남자들이 꼬마들 물총 놀이하듯 웃통까지 벗고 맥주를 뿌려대며 뛰어 노는 그 여름날의 밤 풍경이 이토록 그리운 추억이 될 줄은 몰랐었는데…

그렇게 그리운 시절들이 어느덧 끝나고 우리는 저마다의 길을 떠나야 했다. 큰형은 미국에서 학업을 더 진행해야 했고, 작은 형도 미국에 더 머무르며 여행을 원했고, 딕과 필자는 한국으로 귀국해 남은 대학 과정을 마쳐야 했다. 네 명이 마지막으로 보낸 밤에 술자리가 끝날 무렵 필자는 종이 몇 장을 준비해 우리들이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적어 보자고 했다. 그리고 그렇게 적어 내려간 이야기들을 곱게 접어 조그만 플라스틱 통에 담았고, 네 명이 다시 함께 모이는 날 개봉하자고 약속했다. 그 타임 캡슐에는 우리들이 6년전에 그렸던 꿈과 우정이 담긴 이야기들, 그리고 우리 네 명의 모습이 담긴 흑백 사진 한 장이 들어 있으며, 어느덧 뽀얀 먼지를 덮어쓴 채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다.

워낙 술에 취한 상태에서 쓴 데다, 6년이라는 긴 세월이 흐른 관계로 대부분 자신이 어떤 내용을 적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큰형은 공부를 마치고 귀국했지만, 필자는 영국에, 딕이라는 친구는 과테말라에 있는 관계로 언제 네 명이 다시 만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 타임캡슐이 열리는 순간을 떠올리면 언제나 가슴이 뛰면서 세상 모르고 꿈과 우정을 나누던 그 시절의 젊음이 다시금 되살아나는 것을 느낀다. 종이 몇 장과 사진 한 장이 담긴 타임캡슐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너무나 부자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 어느 누구도 갖기 힘든 걸 갖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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