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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15 06:26
그 시절 라디오 스타들을 추억하며 (1)
조회 수 3444 추천 수 0 댓글 0
지난 주 한국의 모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문세를 정말 너무나 오랜만에 보게 되었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당연히 그를 지난 시절 청소년들의 영원한 밤의 대통령으로 만들어 주었던 라디오 프로그램 ‘별이 빛나는 밤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다. ‘별이 빛나는 밤에’, 아마도 필자와 동시대에 청소년기를 보낸, 그리고 지금은 대부분 사회생활에 여념이 없을 그 또래들에게는 기억 저편 뽀얀 먼지를 덮어쓴 채 잠들어 있을 청소년기의 감성과 추억들을 다시금 꺼내보게 만드는 향수를 자아낼 듯싶다. 마지막으로 라디오를 시간 맞춰 챙겨 들었던 때가 도대체 언제인지, 라디오에서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흘러나오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면 설레이던 그 때가 도대체 언제인지... 아마도 필자와 라디오와의 인연은 그 누구보다 이른 시기에 시작되었던 것 같다. 클래식 음악을 너무나 사랑하셔서 부업으로 음반 가게도 하셨던 어머니 덕에 아주 어린 시절부터 초등학교 3, 4학년 까지는 늘 잠자리에 들기 전 어머니가 틀어 놓으신 라디오의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잠이 들었다. 그러다가 5학년 즈음 우연히 ‘별이 빛나는 밤에’를 듣게 되었다. 사실, 당시만 해도 대중 가요나 연예계에 그다지 관심이 많지 않았던 탓에 또래들에 비하면 다소 늦은 라디오 입문(?) 이었지만, 형제, 자매 없는 외아들로 외로움과 고단한 싸움을 벌였던 그 시절, 라디오는 너무나도 고마운 친구로 다가왔다. 지금도 기억난다, ‘별이 빛나는 밤에’ 첫 방송을 듣던 날이. 일요일에는 ‘별밤 공개방송’이 있었는데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쓰리랑 부부’ 김한국, 김미화가 게스트로 출연한 방송이었다. 라디오, 그것도 아주 후진 라디오를 통해 잔잔한(?) 노이즈와 함께 들려오는 라디오를 통한 이야기들은 TV화면을 통해 봐왔던 여느 오락 프로와는 다른 따스함과 정겨움이, 생동감이 묻어났고, 특히 이문세의 그 편안하고 그윽한 음성은 외로운 밤하늘의 별처럼 내 가슴을 비추었다. 당시 밤 10시부터 12시까지 방송되던 ‘별이 빛나는 밤에’는 사실 매일 밤 12시까지 깨어있기가 다소 힘든 초딩으로써는 상당한 애정과 노력이 있어야만 청취가 가능한 프로였던 것 같다. 오프닝 시그널이었던 Pourcel의 ‘Merci Cherie’가 잔잔하게 흐르면 이문세 특유의 정다운 목소리로 “별이 빛나는 밤에” 멘트가 흐르고, 또 2부 시작 때는 이문세가 직접 퉁기는 통기타 반주에 “창 밖의 별들도 외로워 노래부르는 밤~”하면서 부르던 로고송, 또 John Williams의 클래식 기타 연주곡 ‘Cavatina’가 흐르는 가운데 “별 하나의 사랑과, 별 하나의 행복과”를 읊조리던 이문세의 음성과 가슴이 따뜻해지는 사연들, 청취자들이 전화에 대고 노래나 연주를 했던 ‘별밤 뽐내기 대회’도 너무나 좋았고, 여름 방학이면 에버랜드에서 야외 캠프 공연으로 진행되면 ‘별밤 가족 마을’도 너무나 재미 있었다. 생각해 보면 두 시간 동안이나 한 방송을, 그것도 눈으로 볼 수 없고 듣기만 하는 라디오 방송을 결코 지루하지 않게, 아니 어쩌면 끝날 때가 되면 아쉬움마저 들게 할 만큼 좋은 방송을 만들어 갔던 이문세의 라디오 스타로서의 재능은 지금 다시 돌아봐도 정말 훌륭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시절 라디오에는 지금처럼 모든 게 첨단화되고 디지털화되어, 또 인터넷이라는 강력한 매체의 등장으로 모든 것에 대한 거의 모든 접근이 너무도 수월해진 지금은 결코 느껴볼 수 없는 따스함과 정겨움이 있었던 것 같다. MP3로 쉽게 음악을 구할 수 있는 요즘보다, 라디오에서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조심스레 녹음 버튼을 누르며 설레였던 그 시절 들었던 음악들이 우리 영혼에 더 크고 깊은 울림을 전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지금처럼 버튼 조작 만으로도 자동으로 주파수가 고정되고 잡음도 거의 없는 최신 라디오 시스템이 나오기 전, 주파수를 맞추기 위해 버튼을 돌리고 안테나를 요리 조리 움직이면서 조금이라도 잡음이 덜 들리도록 하기 위해 애쓰던 그 시절의 라디오를 통해 ‘별이 빛나는 밤에’를 들으면서 한 밤 중에 혼자 낄낄거리기도 하고, 또 아름답거나 슬픈 사연에 괜시리 코끝이 찡해지기도 했었는데... 별밤지기라는 호칭이 그렇게도 잘 어울렸던 이문세와 함께 어쩌면 우리들의 청소년기는 결코 외롭지 않았던 것 같다. 참, 떠올려보니 한참 밤 시간에 깨어 있는 게 익숙해져 가던 사춘기 시절에는 ‘별이 빛나는 밤에’가 끝난 자정부터 같은 주파수에서 방송되었던 ‘깊은 밤, 짧은 얘기’도 참 좋았던 것 같다. 당시 진행자는 훤칠한 키에 미남으로 최고의 멋쟁이 개그맨이었던 정재환과 탤런트, 방송인으로 청소년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최유라였다. 정확하게 언제까지 ‘별이 빛나는 밤에’를 들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아서 자료를 찾아봤더니 이문세는 1985년부터 1996년까지 진행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필자가 고등학생이었던 시절까지 이문세가 진행자였다는 얘기인데, 아쉽게도 고등학교 시절에는 학업 때문이었는지 별밤을 들었던 기억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사실, 중학교 3학년 무렵부터는 별밤보다 더 좋아하는 방송이 생겼으니 바로 지금은 너무나 안타깝게도 고인이 되신 정은임 아나운서가 진행했던 ‘FM 영화음악’이었다. 아무래도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 시절, 또 이성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생겨나면서 얼굴도, 목소리도, 마음도 너무나 예뻤던 정은임 아나운서를 사모했던 것도 별밤에서 FM 영화음악으로 옮겨 갔던 이유 중 하나였던 것 같은데...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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