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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할 수는 없지만 그 동안 이 공간을 통해 우리네 삶이 그래도 아름다운 이유, 그래도 꿈을 꿔야 하는 이유들을 전해 왔다고 여겼는데, 이번 ‘21세기에 예수쟁이로 산다는 것은’을 연재하면서는 솔직히 필자 스스로도 불편함이 있음을 고백한다. 아마도 가장 크게는 예수쟁이로서의 필자 스스로에 대한 갈등과 고민으로 인한 고통 때문일 것이며, 또 자칫 이 글들을 통해 불필요한 논란이나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까 하는 두려움도 있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이 공간을 통해 독자들에게 행복과 휴식을 주고 싶었던 원래 의도와는 다른 효과를 자아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주저함도 있다.

10년 전 쯤엔가 고등학교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그 중의 한 친구가 한기총(물론 한기총은 기독교, 예수님과 상관 없는 정치단체에 가깝다는 것을 안 것은 최근이지만)의 행태를 비롯, 기독교, 교회가 지닌 문제점들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목소리가 높아진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때만 해도 필자는 뭐가 잘못된 것이고, 또 그에 대해서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한마디로 사회, 사회 속의 기독교에 대해 무식했다. 그냥 ‘나는 신앙생활 잘 하고 행복한데 뭐가 문제인가’하는 태도를 보였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은 결코 예수쟁이로서 지녀야 하는 태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우리가 어느 외딴 곳에서 예수쟁이들만 모여서 사는 것도 아니고, 결국 사람들, 사회, 국가에 속해 어울리며 사는 이상, 이에 대해 무지해서도 안 되고, 무책임해서도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 혼자 눈 감고, 귀 막고 ‘예수 믿으시오’라고 외치면서 살 게 아닌 이상, 진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싶다면 그들에게도 귀를 기울이고 불편한 대화에도 참여해,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개선할 것은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이다. 예수님과 복음은 아무리 옳은 것일 지라도, 그것을 다루고 전달하는 우리들이 잘못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잘못이다.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결국 예수님과 복음도 절대 제대로 전달할 수가 없다. 그리고, 이번 연재가 비록 불편하고, 비록 무거운 얘기들일 지라도 결국에는 필자를 포함한 예수쟁이들, 또 그 예수쟁이를 바라보는 세상 사람들 모두에게 보다 정확한 진실을 찾고, 그래서 서로에게 보다 바람직한 단계로 진보해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이다.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지난 시간들에 걸쳐 다루었던 교회와 목회자들의 금전 관련 문제들 말고, 세상 사람들이 기독교에 대해 싫어하는 보편적인 인식은 아마도 교회, 목회자, 그리고 일반인 예수쟁이들이 사랑과 상식이 부족하고, 포용력이 없으며, 배타적이고 또 이기적이고, 심지어는 못됬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인격과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겠다. 성경과 예수님의 가장 핵심 요소가 사랑이라는 점에서, 기독교가 사랑이 부족한 것으로 인식되는 것은 참 아이러니 하지만 그럼에도 이는 결코 부인할 수 없는 우리들의 잘못인 것 같다.

단순히 말하자면, 사람들은 교회, 목회자, 예수쟁이들에서 걸핏하면 ‘~는 사탄이다, ~하면 지옥간다, ~만이 절대적이고 유일하고, 나머지는 틀렸다’는 얘기가 나오는 걸 무진장 싫어한다, 심지어 그것이 맞은 얘기일 지라도. 바로 여기에 함정이 있다. 복음에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고 해서, 그것을 사람들에게 전하는 것(기독교 용어로 ‘전도’)이 아무리 옳은 것이라고 해서 그것을 전하는 통로에 불과한 우리가 공격적이거나 권위적일 경우에는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우리가 전하려는 복음이 아무리 좋은 것이고, 아무리 옳은 것일 지라도 그 과정에서, 또 우리들의 태도와 행위에서, 그것이 예수를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갖게 한다면, 복음, 전도, 선교에 대한 근본 자세는 변함이 없더라도, 그것을 실천하는 방법이나 태도에 대해서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기독교의 구원을 비롯한 기타 핵심 사상들이 워낙 엄격하고 타협을 허용하지 않는 절대성, 유일성은 성경적으로는 바른 것이지만, 이것을 세상에 전달하고 또 세상 속에서 어울려 살아가는 데 있어서는 정말 지혜가 필요한 것 같다. 우리가 믿는 신념에 대해서는 정말 확고해야 하지만, 그것이 세상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공격적이거나 배타적으로 비쳐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예수쟁이의 활동(?)에 대해 불쾌해하고 심지어 공격하는 것은, 기독교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진짜로 복음을 방해하려는 사탄의 계략일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가 보편적으로 존중하고 순응해야 하는 사람들에 대한 태도, 사회의 규칙을 무시했기 때문에 받아 마땅한 지적일 수도 있다.  

우리는 종종 복음이, 전도가 옳은 것이라는 생각만 가지고서 그 방법이나 특히 대상자에 대한 배려 없이 그것을 막무가내로 하면서, “복음이 부끄러운 것이냐? 전도는 당연히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당당해 한다. 복음은 부끄러운 게 아니며, 전도는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지만 그 방법이 잘못 되었으면 모든 게 잘못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보다 세심한 주의와 배려를 기울이는 예수쟁이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복음을 위해서 한다고 모든 걸 맘대로 (물론 예수쟁이들은 기도하고 하겠지만)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한 착각이다.

이 발언이 논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지난 아프간 피랍 사건을 바라볼 때, 아프간을 향한 마음, 그들을 향한 전도, 선교는 당연히 옳은 것이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국가와 사회의 규칙을 무시하고 택했던 그 방법은 쉽게 맞다, 틀리다를 논할 수는 없겠지만, 분명 그릇된 면이 있으며, 국가와 사회에 큰 실수를 저지른 것임은 분명하다. 어떤 예수쟁이들은 이에 대해 ‘사람들 시선이 뭐가 중요하냐, 하나님 보시기에 그것은 옳은 것이다’라고만 주장하는 이들이 있는데, 물론 우리가 사람들 비위를 다 맞춰가며 복음을 전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복음을 이유로 다른 사람들을, 사회와 국가를, 더 나아가 세상에서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상식과 규칙을 당당히 무시한다면, 결국 거기서 드러나는 독선과 오만, 고집과 막무가내가 진짜 복음의 핵심인 예수님의 사랑과 포용, 이해와 화합을 가리울 수도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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