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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식당 앞에서 거액이 담긴 봉투를 발견, 이를 고스란히 주인에게 찾아준 식당 여주인의 사연을 읽게 되었다. 중국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 주인공이 발견한 봉투에는 다 합쳐서 600만원이 조금 넘는 현금과 통장, 도장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봉투에서 생선 냄새가 나는 핸드폰을 발견하고, 분명 이 돈은 자신보다 어려운 사람의 돈일 것이라고 생각해서 찾아준 봉투의 주인은 80세의 생선장수 할머니였다. 요즘같은 극심한 불경기에 대부분이 택할 것 같은 선택을 하지 않고, 남의 것에 손대지 않는 용기를 보여준 주인공의 사연에 문득 떠오르는 일이 있었다.

중학교 3학년 여름의 어느 일요일이었다. 종로에서 친구를 만나서 허리우드 극장에서 상영하던 ‘클리프 행어’를 보기 위해 모래네에서 종로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버스 정류장에 서있는데 땅바닥에 무언가가 떨어져 있었다. 지갑이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지폐를 넣게 되어 있는 정통(?) 지갑이 아니라 한 칸 주머니를 지퍼로 여닫는, 일종의 주머니 지갑이었다, 할머니들이 동전 지갑으로 사용하곤 하는.

얼른 주워서 지퍼를 열어보니 만원짜리 네 장, 4만원이 딱 들어 있었다. 그러니까 돈 4만원 외에는 어떤 것도 들어있지 않았다. 글쎄, 모르겠다, 만약 거기에 주인의 출처를 알 수 있는 물건이 하나라도 들어 있었다면 과연 다르게 처신했을까? 어쨌든, 친구와 만나서 영화를 보기로 한 시간은 다가오고, 주인을 찾아줄 수 있는 정보는 전혀 없고, 버스 정류장은 외진 곳에 있어서 경찰서를 찾을 수도 없고, 그래서 그냥 필자가 먹기로, 그러니까 그 돈을 가지기로 했다.

어차피 주인을 찾을 수 없는 돈이라고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확신 시키면서, 어쨌든 영화를 본 뒤에 친구에게 만두도 한 턱 내고, 종로에 있는 당시 우리나라 최대의 음반 가게였던 뮤직랜드에 가서 CD도 한 장 사고 (지금도 그 CD를 기억한다, 재즈 뮤지션 데이브 그루신의 ‘Gershwin Connection’이라는 음반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CD를 고 3때 별로 친하지도 않은 반 친구에게 우연히 빌려 줬는데 졸업 때까지 못돌려 받고, 결국 그 놈이 먹어버렸다, 필자가 구입했는데 유일하게 현재 필자 소유가 아닌 CD로, 남의 것을 탐내다가 얻은 것인데 역시 내 것을 탐낸 놈한테 빼았긴 셈이다), 평소 갖고 싶었던 헤비메탈 그룹 Skid Row 로고와 해골이 새겨진 목걸이도 구입했다.  

4만원을 다 쓰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신나게(?) 돈을 쓰고서 집에 왔는데 기분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어쨌든 그 돈을 잃어버린 주인, 아마도 할머니나 노인분이었을 것 같은데, 얼마나 속이 상하시겠는가? 죄책감이 서서히 밀려들면서 어떻게든 이 죄를 만회할 기회가 없나 궁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 날 월요일이 되어 학교에 갔는데 아침 조회 시간에 담임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우리 학교에 아주 어려운 학생이 있는데 어려운 일을 당해서 학교에서 자발적으로 모금을 해서 도와 주려고 하니 백원짜리 하나라도 자발적으로 내고 싶은 한에서 내라는 게 아닌가? 두 말할 것도 없이 주워온 돈의 남은 금액을 전부 가져다 냈다. 그나마 내가 다 갖지는 않고, 또 도움이 필요한 이에게 전달했다는 사실을 위안 삼으며 애써서 죄책감을 덜어냈다.

모금이 끝난 다음 날 담임 선생님이 조회 시간에 필자를 호명하면서 하시는 말씀이, “야, 우리반 전성민이가 이번 모금에 전교에서 돈 제일 많이 냈다. 박수!”

‘젠장, 이걸로 죄책감좀 덜어낼까 했더니, 주워온 돈으로 박수를 받으니까 죄책감이 오히려 두 배가 되는구나!’ 마냥 좋은 내색을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차마 싫은 내색을 할 수도 없고, 그렇게 어색하게, 마음 불편한 박수를 받은 적은 처음이었다. 심지어 어떤 놈은 “야! 너 혹시 돈 주운 거 아니냐?”하면서 장난을 치는데, 속으로는 흠칫 놀라서 ‘혹시 이 놈이 뭘 알고 있나?’라는 착각이 다 들었다.

그 이후로는 단 한 번도 남의 지갑이나 돈을 주은 적이 없다. 대신 지갑을 잃어버린 적이 두 번 있다. 한 번은 정말 10년에 한 번 갈까 말까한 춤 추는 곳(?)에 가서 바로 옆에 외투를 벗어놓고 춤추다가 외투 속의 지갑만 도둑을 맞았고, 한 번은 그냥 술을 왕창 마시고 기분 좋게(?) 흘렸다. 다행히 둘 다 합쳐서 돈은 10만원도 채 되지 않았고, 신용카드 자체가 없는 필자여서 다행히 별다른 피해는 없었다. 물론 둘 다 돌려받지 못했다.

만약 지금 이 순간 내게 남의 것을 슬쩍 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면 과연 나는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가? 사실, 누구나 한 번 쯤은 상상해 봤을 것이다. 돈이 가득 든, 말 그대로 돈가방을 발견하는 흐뭇한(?) 상상을. 누군들 정말 자신 있게 ‘나는 한 점 흔들림 없이 주인을 찾아 준다’라고 할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 더군다나 요즘처럼 먹고 사는 게 전쟁인 시대에...

만약 큰 금액의 돈을 우연히 발견하고 어떠한 법적인 제재 없이 내가 그것을 가질 수 있는 것이라면, 그래서 그것을 가지면 당장 그 돈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질 수도 있겠지만, 결국에는 앞서 언급한 어색하고 불편했던 박수 처럼, 오히려 행복은 저만치 멀어져 있을 것이다.

타인의 것, 또는 노력의 댓가 없이 주어지는 것을 취하는 것은 잘못 생각하면 과감하거나 담대한 일로 오해될 수 있지만 결국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비겁한 일이다. 우연히 주운 지갑 속의 돈을 과감하게 갖는 게 용감한 것이 아니라, 진짜 용감한 것은 그것을 주인에게 찾아 주는 것일 게다.

남의 것에 손대지 않는 용기,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아무리 상황이 바뀌어도 반드시 간직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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