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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20대 시절에는 30대가 되면 좀 더 많이 누리고, 좀 더 편할 것처럼 보였다. 그만큼 사회적 위치도 올라서고, 경제적 수준도 올라설테니 무언가 더 나아지는 게 있지 않겠는가라고 여겼던 것이다. 물론, 막상 30대가 되어보니 그것은 고등학교 시절 대학만 가면 천국이 될 것이라고 착각했던 것 못지 않은 또 하나의 엄청난 착각이었다. 분명 군대에서는 계급이 높아질수록, 시간이 흐를수록 편해졌던 것 같은데, 사회와 군대가 바로 여기서 차이가 났다. 시간이 흐를수록 왜 이리 사는 게 힘들어 지느냔 말이다.

요즘 같은 고령화 사회에서는 3,40대는 정말 군대의 일병처럼 죽도록 일하고 고생해야 하는 시기인 점은 인정한다. 30대에 벌써 인생 호락호락하고 여유가 넘친다면 그것은 부잣집 자식이거나 평생 백수 작정자거나 아니면 로또 1등 당첨자 중 하나일 것이다. 젊은 만큼 당연히 짊어져야 할 무거운 짐들이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럼에도 몸도 마음도 한 톨의 에너지조차 남지 않을 만큼 늘 탈진 상태에 이르다 보니, 대체 언제쯤에나 되어야 아니 과연 내 평생에 두 다리 뻗고 자면서, 몸과 마음의 피로가 완전히 풀리는 날이 찾아오기나 할까 싶은 것이다.

요즘 바라는 것은 신경 써야 하는 일이, 나를 힘들게 하는 일이 제발 한 순간에는 한 가지씩만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한 가지 만으로도 머리가 복잡한데, 두 가지, 세 가지를 동시에 짊어져야 하니, 그 중 한 가지도 놓칠 수 없는 중요한 일들이다 보니, 말 그대로 순간 정신이 나가버리는 아노미 상태에 이른다.

군 복무 시절, 자대 배치를 받고 무려 한 내무반에 64명이나 되는 초대형 내무반의 막내가 되었는데, 고참이 63명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나를 갈구고 괴롭히려는 고참들도 많았고, 간혹 그 많은 놈들이 동시다발로 나를 괴롭히는 경우가 있었다. 한 놈은 청소가 덜 되었다고 타박, 다른 놈은 누구 찾아와라 심부름 시키고, 한 놈은 내 씻은 상태가 마음에 안든다고 시비, 그런 와중에 한 놈이 암구어(매일 외워야 하는 암호)를 물어보는데, 분명 바로 전까지도 정확하게 외우고 있었던 것을, 한 순간에 나에 대한 공격이 동시다발로 들어오니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되면서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아서 결국 암구어를 대지 못하고 또 욕을 먹었다. 그 때 나는 속으로 이렇게 외쳤다, ‘이 망할 놈들아, 제발 한 번에 한 가지씩만 하자!’

그런데, 인생 살이에서 동시다발로 발생하는 과제들은 군대에서 겪은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군대에서야 정 안되면 욕 먹고, 몇 대 맞고, 시간 흐르면 끝나는 문제지만, 인생의 짐들은 저세상으로 떠나지 않는 한, 잊을 수도, 팽개칠 수도 없는 것들이다. 어쩔 수 없이 끌어안고 가야한다.

그렇게 지쳐서 쓰러질랑 말랑하다가 8년 전 미국 보스톤에서 만났던 Joseph 선생님(서른 즈음에 ‘Dear Joseph’ 편에 등장하는)이 자주 언급하던 문장이 떠올랐다. 바로 ‘When the going gets tough, the tough gets going’. 당시 Joseph은 우리들에게 갈수록 강도 높은 과제와 학습량을 요구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으면서, 불평하는 우리들에게 ‘When the going gets tough, the tough gets going’ 이야기를 들려줬다.

상당히 영어스러운(?) 표현이라 정확히 해석하기는 어렵겠지만, 뜻인 즉슨 어려워지면 어려워진 대로 그렇게 감당하며 지낼 수 있다는 얘기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힘든 일, 과제가 주어져도, 인간은 그것을 감당하고, 극복하여 계속 전진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Joseph은 단지 학업에서뿐만 아니라, 살면서 어떤 힘겨운 상황이 주어져도, 반드시 그것을 극복하고 전진하라고, 너희들은 반드시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격려와 조언을 남겼다.

이걸 대체 어떻게 버틸까 싶은 일들을, 그래도 하루 하루 버티며 전진해 나가는 요즘, Joseph의 ‘When the going gets tough, the tough gets going’가 유난히 떠오른다. 생의 곳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힘든 과제들, 마음을 아프게 하는 상처들, 어느 것 하나 내려놓을 수 없는 무거운 짐들, 그럼에도 전진할 수 밖에 없는... 그래도 우여곡절 맡은 일들을 해결하고, 그래도 아픈 가슴을 끌어안고, 그래도 언제가는 좋아지겠지 라는 희망을 품어보는 내 모습에서 ‘the tough gets going’이 실제로 가능하긴 하구나 싶다.

아마 나는 그럼에도 너무나 복에 겨운 상황인지도 모른다. 지금 이 세상에는 감히 내가 상상도 할 수 조차 없는 힘겨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셀 수 없이 많을 것이다. 당장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 여러분 중에서도 필자보다 훨씬 더 무거운 짐을 지고, 더 어려운 싸움을 하고 계실 분들이 많을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그 분들 보시기에는 어쩌면 별 것도 아닌 짐을 지고거 무겁다고 낑낑대는 필자의 모습이 괜히 부끄러워 지기도 한다.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시절을 버텨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다양한 인생의 짐들을 지고 출구도 보이지 않은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이 시대의 모든 동지들에게 힘찬 화이팅을 전한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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