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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지난 주에 이어서 ‘내가 가르쳤던 그 녀석들은 지금쯤...’ 후속편을 쓸 예정이었다. 주중에 거의 3분의 2가량을 써놨었는데, 그만 실수로 그것을 저장하지 못해서 다시 써야 했다. 기껏 써놓은 글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에 짜증이 밀려왔다가, 어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접하고서, 이 얘기를 쓰라고 그렇게 되었나 보다 싶다.

이제껏 ‘서른 즈음에’를 읽어주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이 공간에서는 단 한 차례도 정치 얘기를 꺼낸 적이 없으며, 필자 스스로가 정치에 그다지 많은 지식이나 의견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

노 전 대통령이 당선되었던 대통령 선거날 필자는 부끄럽게도 선거를 하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정치 및 시사적인 사안에 거의 관심이 없었으며, 그냥 정치인은 다 똑같이 거짓말쟁이고 썩은 권력층이라는 선입견만 가득했다.

선거를 하지도 않았지만, 했더라도 아마 당시였다면 노 전 대통령에게 투표하지 않았을 것 같다. 당시 그냥 주위에서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이 노 전 대통령은 아직 경험도 부족하고, 대통령을 할 인물은 아니라는 평이었다. 그리고, 부끄럽지만 당시 그 분의 외모가 그다지 대통령을 하기에 귀티가 난다거나 기품이 흐른다는 인상을 받지 못했다. 물론 이것은 당시 필자의 지극히 속물적이고 무지와 무식에서 기인한 한심한 생각이었다.

선거가 끝난 그 밤에 TV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일대기처럼 그가 지내온 길을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서 내보내고 있었다. 당시의 인상은 우리가 흔히 대통령, 정치인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보다는 조금 덜 빵빵한(?) 배경을 갖고 있구나 정도였다.

그 뒤에 그가 TV에 나와서 검사들과의 토론회 같은 것을 했는데, 참 인상적이었다. 저 사람 정말 대통령 맞나 싶을 만큼 어떤 ‘척’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대통령의 격(?)에 맞지 않는 그의 말투나 화법이 신선했다고나 할까. 그냥 그럴 듯 하게 넘어가면 되는 것인데, 이 분은 그게 아니라 뭔가 ‘제대로 된’ 얘기를 하고 싶어했다.

그 뒤에 그의 다소 경솔하거나 무책임해 보였던 발언들이 몇 차례 논란이 되었던 것 같다. 대통령을 못해먹겠다느니 하는 발언들, 당시에는 그런 언론 소식을 간간히 접하면서 정말 어른들 얘기가 맞았나 보다, 저 분은 대통령을 할 인물이 아닌가 보다 싶었다.

그 외에도 그가 추진하려는 것들, 그가 이루려는 것들이 정치에 문외한인 당시의 필자에게도 어딘가 허황된 것처럼 들렸다. 그냥 이상으로만 가득한 젊은이가 세상 물정 모르고 뛰어든 듯한 그런 느낌... 그러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역시 정치는 조금 능글능글(?)한, 여우나 구렁이 같은 그런 사람이 해야 제대로 일이 되나 보다 라고. 그러니까 우리 나라에서 그냥 기성 정치인 같은(?) 그런 사람이 해왔던 식(?)으로 대통령도 해야 하는 것인가 보다 라고.

훗날 언론 공부를 하게 되고 정치에도 관심을 갖게 되면서, 그리고 필자 스스로가 세상에 깊숙이 스며들면서 새삼 그분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사람들은 그 분을 ‘바보’라고 불렀다. 한국 사회, 한국 정치를 어설프게나마 알고 나니 왜 그가 그렇게 불렸는지 알 것 같았다.

그 분은 바보였다.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없는 말들,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없는 행동들을 두려워하지 않은 바보였다. 굳이 마다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마다하고, 굳이 애쓰지 않아도 되는 것들에 애를 쓴 바보였다. 그것이 바뀌지 않아도 굳이 본인에게는 별 피해가 없는 것인데도, 그것을 바꿔 보려고 발버둥치던 바보였다. 모두가 변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러나 그것은 결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체념하고 또는 외면하고, 그저 해왔던 그대로에 끌려가고 있을 때, 무모하게도 그것을 바꿔 보겠다고 나선 바보였다.

비록 그가 이루려고 했던 것들이 우리 현실의, 우리 사회의, 우리 정치의 높은 벽을 뛰어넘지 못하고 결국 그에게 어설프다는, 이상과 패기만 가득하다는 조롱과 비난만을 남겼건만, 우리는 사실 알고 있었다, 그가 바꾸자고 했던 것들이 사실은 언젠가 우리가 이루어야 하는 참된 가치인 것을. 그러나, 우리는 그 바보보다 너무나 똑똑해서인지 아니면 비겁해서인지 그것도 아니면 그저 게을러서인지 굳이 그것들을 바꾸려는 무모함을 발휘하지 못했다.

‘척’하는 것을 싫어하는 그였으니 우리 정치권에서 그를 얼마나 불편하게 혹은 답답하게 여겼을지 안 봐도 짐작이 간다. 누구나 무엇이 가장 바르고 가장 이상적인 것인지 알면서도, 동시에 누구도 진짜로 그것들을 실천하려 하지는 않는 세상, 그리고 그것을 가장 크게 외치면서 가장 적게 실천하는 정치인들 속에서 과연 그는 무슨 꿈을 꾸었던 것일까? 적당히 누릴 것 누리면서, 적당히 넘어갈 것 넘어가면서 지냈으면 참 편했으련만, 재미(?)도 쏠쏠했으련만...

비록 어설퍼 보였고, 비록 답답해 보였고, 또 때로는 비록 경솔해 보였건만, 그렇게 인간미가 넘치는 대통령을 우리는 또 다시 만나볼 수 있을까?

수천 억을 바치고, 또 받아 먹고도 두 다리 뻗고 잘 주무시는 분들, 도덕성은 저 멀리 던져버리고 배부르고 등 따시기 위해 ‘척’하는 성직자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애써 외면하면서 그저 나 하나, 내 자식 잘 먹고 잘 살면 그 뿐이라고 여기는 우리 모두는 과연 그 바보의 바보 같지 않은 죽음 앞에서 쥐구멍이라도 찾을 일이다. 그런 바보를 또 다시 만나볼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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