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Document
대사관 | 유관기관 | 한인회 | 유학생회 | 기타한인단체 | 한인동포업체 | 주재상사 | 유럽내 추천사이트 | 해외동포 언론사이트

단독 사설
단독 칼럼
단독 인터뷰
독자기고/특별기고
엣세이/여행기/장편소설
유럽한인 취재뉴스
유로저널특집/기획취재뉴스
취재/독자/동영상
한인사회 게시판
정부/대사관 공지
재미있는 유머
경제뉴스
국제뉴스
정치뉴스
사회뉴스
기업뉴스
문화뉴스
연예뉴스
건강뉴스
여성뉴스
스포츠뉴스
내고장소식
독일뉴스
영국뉴스
베네룩스
프랑스뉴스
유럽뉴스
동유럽뉴스
스칸디나비아
스페인/이탈리아
오스트리아/스위스
그리스/터키/포르투갈
유럽각국 전시정보
유럽각국 이민정보
유럽각국 생활정보
유럽각국 교육정보
유럽각국 문화정보
여행기사 정보제공
유럽각국 여행정보
유럽각국 연금제도
유럽소비자 제품평가
공공기관/기업광고
동포업체 및 기타/해외
번역/통역, 관광, 가이드
민박, 하숙, 호텔

2009.05.31 06:50

불친절한 하루

조회 수 190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Files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Files 수정 삭제


왜 꼭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은 동시다발로 일어나는 것일까? 하루 종일 벌어진 많은 일들이 온통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들 뿐이었다. 마음아픈 일들, 골치아픈 일들, 억울한 일들, 분한 일들, 귀찮은 일들, 이 모든 일들이 동시에 연달아 발생하니, 제 아무리 버텨보려 해도 여지없이 기분이 상해버려 온종일 저기압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기분이 상했다고 혼자 방구석에서 처박혀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을 상대하는 일을 해야 하며, 이렇게 글도 써야 하는 만큼, 상해버린 감정이 너무나 힘겨웠다. 일은 손에 안잡히고, 동료 직원들과 아무런 얘기도 안하고 그저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건만, 아니나 다를까, 별 것 아닌 한 통의 전화, 그것도 내 도움을 요청하는 한 통의 전화였음에도, 심기가 불편하니 나도 모르게 그만 불친절하게 받아 버렸다.

아직 나는 프로(?)가 아닌가보다. 불편한 심기를 감추고 아무일 없는 듯, 친절까지는 못해도 평범하게라도 전화를 받아어야 했거늘, 괜히 애꿎은 사람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한 셈이 되어 버렸다. 평상시 같았으면 얼마든지 웃으면서, 좋은 방향으로 얘기를 할 수도 있는 내용이었는데, 그만 까칠한 말투로, 부정적인 내용으로 얘기를 나누고야 말았다.

그 분께 너무나 죄송하다. 혹여나 나의 불친절로 인해 그 분의 하루 역시 불쾌한 기운이 가득한 하루가 되어 버렸을까 염려가 된다. 훗날 어떤 형태로든 다시 마주치게 될까 두렵기까지 하다. 혹여나 언제, 어디서 내 글을 읽거나 내 음악을 듣게 되면, 그리고 그 불친절했던 사람이 바로 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나의 불친절에 대한 후회가 막심해지니, 나의 불친절을 야기시킨, 그러니까 내 감정을 상하게 했던 그 모든 원인들이 원망스러워 진다. 이렇게 사람 상대하는 일을 직업으로 갖고 있다는 사실이 야속해진다. 그러나, 결국은 누구를 탓하랴? 내 마음을, 내 감정을 다스리지 못한 내 잘못인 것을.

이렇게 마음이 상해 있을 때는 그냥 아무도 없는 곳으로 숨어 버리고 싶은, 그런 순간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차라리 쉬는 날인데, 할 일도 없고, 그냥 혼자 있다면 차라리 좋았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 남은 인생을 포기할 생각이 아닌 이상, 도저히 그럴 수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생을 제대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해야 하는 일들을 계속 해야하고, 만나야 하는 사람들, 만나게 되는 사람들을 마주쳐야 한다. 게다가 나처럼 글을 쓰고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은 이 와중에 생각과 감성을 끌어내어 무언가를 창조해내야 한다.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그 상한 마음들을 가다듬고, 잠재우고, 아무 일 없는 듯 흘러가는 것이.

그러다 보니 오늘 하루는 그냥 넋이 나간 것처럼 보냈다. 누군가와 얘기를 하는 순간에도 멍해지고, 업무를 보는 순간에도 어떻게 일을 처리하고 있는지 감이 오지 않고, 사실 지금 글을 쓰는 순간도 멍하다. 이런 것도 더 나이를 먹고, 자꾸 단련이 되면 언젠가는 극복하게 되려나? 그래서 어떤 감정 기복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 그저 아무 일 없는 듯 지낼 수 있을까?

웃음은 전염된다지만, 상한 감정 역시 다른 이에게 전염되기가 너무나 쉬운 것 같다. 나 하나의 상한 감정으로 인해 내가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이 상한 감정을 갖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 중에는 웃음을 잘 전염시키는 사람, 그러니까 천성적으로 유쾌하고 밝아서 곁에 있는 사람까지도 밝게 만드는 축복받은 재주를 지닌 사람과, 반면 울적함이나 부정적인 마음을 잘 전염시키는 사람 두 부류가 있는 것 같다.

울적함이나 부정적인 마음을 전염시키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그 어두운 기운에 같이 휩싸인다. 즐거웠던 마음도 어느새 불쾌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렇게 부정적인 마음을 전염시키는 사람과 함께 있기를 싫어하게 되고, 그 사람은 점점 외로워지고, 그래서 더욱 울적해지고 더욱 부정적이 되어 버리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두려운 것은 어쩌면 나는 웃음을 전염시키기 보다는 울적함을 전염시키는 쪽에 더 가깝지 않은가 하는 것이다.

문득 군 시절이 떠오른다. 군대야말로 이 감정의 전염이 가장 즉각적인 곳이다. 병장이 심기가 불편하면 그것을 상병에게 전달하고, 그것이 결국 이등병에게까지 전달되지 않던가? 고참 눈치보랴, 육체적인 노동과 불편 겪으랴,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쌓이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아래 계급인 이들에게 그 상한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하게 된다. 그러고 보니 그 모습은 직장에서도 동일하게 목격되는 현상이다.

여러분은 오늘 하루 웃음을 전염시키셨는지, 아니면 불친절을 전염시키셨는지...
오늘 하루 나의 불친절에 알게 모르게 애꿎은 희생양이 되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 드리고 싶다.
유로저널광고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전성민의 '서른 즈음에' - 필자 소개 file 유로저널 2007.01.19 12984
133 아주 가끔은 커다란 기계의 작은 부품이고 싶다 file 유로저널 2009.10.02 2062
132 영국 4년차, 눈 감으면 떠오르는... file 유로저널 2009.09.19 2619
131 세상에 온 것처럼 세상을 떠나는 것도... file 유로저널 2009.09.13 1914
130 사랑, 그 사람이어야만 하기에... file eknews 2009.09.07 1729
129 무엇으로 인정받을 것인가? file 유로저널 2009.08.29 2604
128 인생 선배들에게는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file 유로저널 2009.08.23 2461
127 배우들과 함께한 밤 file 유로저널 2009.08.18 1937
126 인생 곳곳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구타 유발자들 유로저널 2009.08.09 2593
125 생애 첫 복권 당첨 file 유로저널 2009.08.01 2044
124 집, 혼수보다 더 중요한 게 있는데... file 유로저널 2009.07.26 2385
123 몸이 아프면 만사가 즐겁지 않구나 유로저널 2009.07.19 2213
122 사랑하는 사람들, 떠나고 나면 최고로 기억될 것을... file 유로저널 2009.07.11 2037
121 스카보로의 추억 file 유로저널 2009.07.06 5111
120 아직 끝나지 않은 무대 file 유로저널 2009.06.21 1453
119 무릎팍 도사라면 어떻게 대화했을까? file 유로저널 2009.06.13 1852
118 돌아보면 모든 게 기적인 것을... file 한인신문 2009.06.07 1809
» 불친절한 하루 file 유로저널 2009.05.31 1902
116 어느 바보의 바보 같지 않은 죽음 file 유로저널 2009.05.25 2063
115 내가 가르쳤던 그 녀석들은 지금쯤... 유로저널 2009.05.16 1802
114 아주 오래된 물건들 file 유로저널 2009.05.09 2279
Board Pagination ‹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20 Next ›
/ 20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연락처 | 회사소개 | 광고문의 | 찾아오시는길 copyright@ EKNews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