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Document
대사관 | 유관기관 | 한인회 | 유학생회 | 기타한인단체 | 한인동포업체 | 주재상사 | 유럽내 추천사이트 | 해외동포 언론사이트

단독 사설
단독 칼럼
단독 인터뷰
독자기고/특별기고
엣세이/여행기/장편소설
유럽한인 취재뉴스
유로저널특집/기획취재뉴스
취재/독자/동영상
한인사회 게시판
정부/대사관 공지
재미있는 유머
경제뉴스
국제뉴스
정치뉴스
사회뉴스
기업뉴스
문화뉴스
연예뉴스
건강뉴스
여성뉴스
스포츠뉴스
내고장소식
독일뉴스
영국뉴스
베네룩스
프랑스뉴스
유럽뉴스
동유럽뉴스
스칸디나비아
스페인/이탈리아
오스트리아/스위스
그리스/터키/포르투갈
유럽각국 전시정보
유럽각국 이민정보
유럽각국 생활정보
유럽각국 교육정보
유럽각국 문화정보
여행기사 정보제공
유럽각국 여행정보
유럽각국 연금제도
유럽소비자 제품평가
공공기관/기업광고
동포업체 및 기타/해외
번역/통역, 관광, 가이드
민박, 하숙, 호텔

조회 수 296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Files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Files 수정 삭제


얼마 전 ‘영국 4년차’편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요즘에는 영국 생활 초창기와는 달리 한국을 향한 진한 향수를 느끼곤 한다. 회사 일도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요즘, 그러나 그렇게 바쁠수록 시도 때도 없이 밀려드는 그리움... 그 그리운 마음들을 담아서 남은 2월 동안에는 그리운 것들에 대한 이야기들로 꾸며보려 한다.

이제 며칠 있으면 한국에서는 구정 연휴가 찾아온다. 이역 만리 타국 땅에서 한국의 명절은 그닥 의미가 있는 게 아니었는데, 작년부터는 한국의 명절이 새삼 그리워졌다.

그 중에서도 유년기의 설날 풍경들이 가슴 시리도록 떠오른다. 어린 시절 설날은 보통 설 전날 연남동에 있는 할아버지 댁에 가서 하룻밤을 자고서 다음날에는 김포에 있는 큰할아버지 댁에 성묘를 다녀오고 다시 할아버지 댁으로 돌아와서 저녁에는 정릉에 있는 외가 이모네 집으로 가는 게 코스(?)였다.

형제 없이 외아들로 자란 필자로써는 여러 친척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였고, 또 당시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음에도 집에는 비디오가 없었는데 할아버지 댁에 가거나 이모네 집에 가면 비디오가 있어서 좋아하는 영화를 실컷 빌려다 볼 수 있다는 점도 너무나 설레는 일이었다.

할아버지 댁에서 비디오도 실컷 빌려다 봤지만 설에는 TV에서 참 재미있는 것들을 많이 보여줬다. 어린 시절에는 만화들이 너무나 재미있었고, 조금 더 자라서는 설이면 어김없이 한 두 편씩 편성되어 있었던 성룡의 영화들이나 쿵후 영화들이 너무나 재미있었다. 그렇게 온 종일 재미난 것들을 보다가 부엌에 가면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막 구워진 따끈따끈한 빈대떡을 받아먹곤 했었는데...

구정 때는 눈이 내린 적이 여러 번 있었던 것 같다. 연남동의 좁은 골목길들과 눈이 쌓인 할아버지 댁 마당, 그리고 시골 김포의 한옥집들과 겨울날의 들녘, 그 시절에는 그 풍경들이 아무런 의미가 없었는데, 요즘에는 그 한국의 겨울날 풍경들이 너무도 정겹게만 떠오른다, 심지어 귀가 얼얼해지는 한국의 매서운 추위마저도.

어린이들에게 설날이 추석보다 더 즐거운 가장 큰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세뱃돈이었다. 그렇게 할아버지 댁과 김포에서 세배를 마치면 이미 주머니가 두둑해졌는데, 그리고서 설날 저녁에는 외가 이모네 집으로 향했고 거기서 또 세뱃돈을 받았으니, 그 동안 사고 싶었던 장난감도 살 수 있었고, 이후 몇 달은 풍족하게(?) 지낼 수 있었다.

친가에서도 나중에는 사촌 남동생들이 태어났지만 아무래도 외가의 사촌형들과 사촌남동생과 더 많은 추억을 만들었던 것 같다. 두 살 터울로 큰 형, 작은 형, 필자, 그리고 동생이 있었다. 서로 가까운 거리에 살지 않았기에 명절은 사촌들과 마음껏 어울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특히, 필자와 동생은 형제 없이 자란 외아들로 외로움을 많이 타던 탓에 그 시간들이 너무나 소중했을 것이다.

설날 저녁에 이모네 집에 도착하면 지금은 하늘나라로 떠나신 외할아버지, 그리고 외삼촌들과 이모네 가족들이 거의 다 모여 있었다. 커다란 상을 놓고 앉아서 맛있는 음식들과 술잔이 오고 가면서 어른들이 이런 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는 동안 우리 넷은 큰 형 방에 모여서 우리들끼리 이야기꽃을 피웠다.

두둑하게 받은 세뱃돈을 들고 넷이서 오락실에 가면 두 세시간은 거뜬히 보냈던 것 같다. 가끔 오락실에는 불량한 형들이 있어서 두렵기도 했는데 이 날 만큼은 든든한 형들과 함께 있으니 무서울 게 없었다. 그렇게 오락실 답사를 마친 뒤에는 과자들과 군것질 거리들을 잔뜩 사들고 다시 돌아와 밤 늦도록 TV를 보거나 비디오를 빌려다 보거나 했다.

당시 우리들은 겨울방학이었고 그렇게 이모네 집에 가면 동생이랑 필자는 며칠씩 이모네 집에서 먹고 자면서 마음껏 놀 수 있었다. 그러나, 형들이 학년이 높아지고, 또 미국으로 공부를 하러 떠나기도 하고, 그러다 필자도 학년이 높아지고, 그러면서 어느새 그 어린 시절의 즐거운 설날은 조금씩 사라져갔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 지금, 필자는 그 고향의 모습들을, 그 설날의 풍경들을 꿈에서나 그려보는 타향살이를 하고 있다. 고향은 언제나 그리운 곳이지만, 유난히 설날이 다가오면 더더욱 그리워진다. 자식이라고는 필자 하나밖에 없는 부모님께서 얼마나 적적하실지 생각하면 그것 만으로도 너무나 큰 불효처럼 느껴진다.

그래도 설날만큼은 부모님과 함께 보내며 어머니께서 만들어주신 음식을 먹으며 아버지와 술잔을 주고받고 싶어진다. 마지막으로 얼굴을 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가물가물한 형들과, 동생과 그렇게 넷이서, 비록 이제는 이렇게 성인이 되어 그 어린 시절 동심은 잃었을지언정 함께 마주앉아 지난 세월을 떠올리며 추억에 취해보고 싶다.

어느 설날의 풍경, 그 그리운 순간들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림 출처: [오후-당진 마을의 겨울] 40호 수채화 1998년, 윤석휘 작
유로저널광고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전성민의 '서른 즈음에' - 필자 소개 file 유로저널 2007.01.19 12970
333 철밥통주의 file 유로저널 2007.05.03 3212
332 집, 두 다리 뻗고 잘 수 있는 곳이면 된다 (2) 유로저널 2011.01.29 3198
331 ‘행복의 나라’에 살고 있는 올드보이 (1) eknews03 2014.01.21 3195
330 아버지의 퇴직 file 유로저널 2011.02.18 3194
329 ‘건축학개론’, 첫사랑을 만나는 여행 file eknews03 2012.07.10 3190
328 200회 유로저널 2011.03.12 3128
327 나무의 향기가 건네는 노래 – 하나 file 유로저널 2007.03.01 3123
326 술 취한 친구의 전화 file eknews03 2013.06.04 3117
325 스승의 날 떠오르는 얼굴들 (1) 유로저널 2010.05.16 3113
324 나이 서른에 우린 file 유로저널 2008.01.03 3106
323 영국 3년차, 웃은만큼 눈물도... file 유로저널 2008.10.20 3102
322 천재 보컬도 좋지만 싱어송라이터가 그립다 유로저널 2010.11.05 3075
321 스승의 날 떠오르는 얼굴들 (2) 유로저널 2010.05.22 3060
320 차세대 포럼, 그리고 동포사회 file 유로저널 2010.10.17 3055
319 아는 게 힘 vs 모르는 게 약 eknews03 2012.07.23 3041
318 할머니를 보내드리고... file eknews03 2011.07.17 3037
317 집, 두 다리 뻗고 잘 수 있는 곳이면 된다 : 마지막 유로저널 2011.02.13 3026
316 약자를 대하는 강자의 마음이 그의 얼굴에 그려져 있다 file 유로저널 2010.03.19 3006
315 나는 런던의 한국인 헤드헌터 (6) file 유로저널 2010.09.06 2992
» 그리운 것들 – 어느 설날의 풍경 file 유로저널 2010.02.08 2968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8 9 10 ... 20 Next ›
/ 20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연락처 | 회사소개 | 광고문의 | 찾아오시는길 copyright@ EKNews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