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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생각이 나는지 그 시절 음악...’을 쓴 게 9일, 금요일이었다. 그리고 나서 지난 주말에는 토요일, 일요일 이틀 모두 연주가 잡혀 있었다. 토요일 연주는 런던 시청, 타워브리지 옆에 위치한 Potters Field 공원에서 개최된 ‘Taste the East’라는 아시아 음식축제에서의 연주였다.

영국은 30도를 육박하는 땡볕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지난 토요일, 행사장에는 주차장이 없어서 행사장에서 도보로 10분 가량 떨어진 유료주차장을 이용할 계획이었는데, 마침 행사장으로 진입하는 막다른 골목에 주차를 해도 될 것 같은(?) 자리가 하나 있는 것이었다.

영국에서는 바닥에 노란색 줄이 그려진 곳이 아니면 주차를 해도 되는데, 그 곳은 아무런 노란줄도 그려져 있지 않았고, 다만 한 쪽 귀퉁이가 인도 높이로 (그러나 인도는 아니었다) 올라간 특이한 곳이었다. 순간 고민하다가 괜찮겠지 싶어서 거기다가 주차를 하고 행사장에서 대기하던 중, 연주를 10분 가량 앞두고 차들이 견인되고 있다는 얘기가 들렸다.

미친듯 뛰어가보니 아뿔사 이미 주차위반 딱지가 붙은 상태였다. 목격자(?)에 따르면, 견인업체에서 필자 뒤에 있는 차를 견인한 뒤에 필자의 차도 견인하러 왔더니, 그 사이에 누가 또 필자 뒤에 차를 세워서 그 차도 견인이 되고, 드디어 필자의 차가 견인되려는 찰나에 필자가 뛰어가서 견인은 겨우 면한 것이었다.

연주 시간을 연기해달라고 주최측에 부탁하고서, 차를 정식 주차장에 주차하고 헐레벌떡 뛰어와서 연주를 하는데, 연주 전 차분하게 준비해도 연주가 잘 될까말까인데, 그 난리를 친데다가 땡볕더위에 쇠로 된 기타줄의 음정이 계속 틀어져서 그만 최악의 연주를 하고야 말았다.

정말 야속한 상황이었다. 마음을 다잡겠노라 글도 썼건만, 바로 다음 날 이런 일이 생기다니, 더구나 그 연주는 연주비도 받지 않고 무료로 해야 했던 연주였다.

다음 날 일요일 킹스톤 강변에서 가졌던 연주는 별 사고(?) 없이 그럭저럭 잘 넘어갔고 연주비도 받았지만, 그 액수는 정확하게 전날 주차위반 벌금으로 부과받은 액수였다. 결국 간신히 마이너스는 면한 셈이다.

그리고 바로 어제 목요일 런던 남서쪽에 위치한 Chelsea and Westminster Hospital 병원에서 연주가 또 있었다. 꽤 큰 병원인 이 곳은 예전에도 한 번 연주를 했던 곳으로, 이 병원은 매주 목요일 뮤지션을 초청해 병원 라운지에서 40분 가량 연주를 갖게 한 뒤, 직접 병동을 방문하여 환자들을 찾아가서 연주를 갖게 하는 곳이다.

라운지에서 연주를 하는데 사람들 반응이 참 좋았다. 어떻게 보면 참 삭막할 수 있는, 기분이 어두워질 수 있는 병원에서 울려퍼지는 따스한 음악인지라 많은 분들이 호응을 해주었다. 연주비는 병원 측을 통해 별도로 정해진 액수를 받는 것인데, 병원 측에서 이러한 병원 음악회를 위한 기금 마련 목적에서인지 조그만 플라스틱 모금함을 갖다두었고, 연주를 감상한 많은 관객들이 그 돈을 직접 뮤지션이 갖는 것인 줄 알았는지 연주 내내 돈을 많이도 갖다 넣었다.

연주를 마치고 어떤 관객은 와서 CD를 사겠다고도 하고, 연주 잘 들었다고 인사들을 건네오는데, 라운지 옆 조그만 코너에서 꽃을 파는 할아버지가 너무나 예쁜 꽃다발을 만들어서 선물로 주셨다. 그 할아버지도 연주를 열심히 경청해주셨는데, 다른 이들이 모금함에 돈을 넣는 것을 보시고, 대신 꽃다발이라도 주셔야 겠다고 생각하셨나보다.

음악에 대한 감사로 예쁜 꽃을 선물해주신 할아버지께 너무 고마워서 CD를 선물로 드렸다. 수백 파운드의 연주비보다도 더 값진 꽃이었다.

그리고 나서 뇌졸중 환자들이 있는 병동을 찾았다. 복도에서 마이크도 없이 조용히 연주를 하는데 저 쪽 병실 침대에 누워있는, 의식조차 없어보이는 어느 여인에게 그 여인을 돌보는 할머니가 우리를 가리키며 뭐라고 말을 하신다. 아마도 환자에게 “저기 뮤지션들이 와서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고 있단다.”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니 괜히 눈물이 나려 했다. 눈물을 간신히 참으며 연주를 마쳤고, 환자들은 박수를 칠 기력도 없었지만 병원 직원들과 환자 보호자들이 박수를 쳐주었다.

한 병원 직원이 오더니 어느 할머니 환자가 우리를 보고 싶어하는데 만나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 병실들이 문이 닫힌 방으로 되어 있지 않고, 개방된 공간에 커튼 칸막이만 되어 있어서 많은 환자들이 비록 우리가 보이진 않아도 우리 연주를 듣고 있었는데, 할머니 한 분이 연주가 너무 좋으셨던 모양이다.

할머니를 찾아갔더니 불편한 몸을 일으키고 침대에 앉으셔서 너무나 반갑게 맞아주신다. 음악도 너무나 좋았고, 우리가 흔쾌히 할머니를 만나러 온 게 너무 고마우셨나보다. 할머니는 자기가 거기 있는 동안에 (세상을 떠나기 전에) 자기를 보러 꼭 다시 한 번 찾아와서 음악을 들려달라고 하셨고, 우리는 그러겠노라고 했다.

음악을 한다는 것, 이렇게 감사하고 행복한 것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몸도, 마음도 지쳐있는 이들에게 음악을 선물하겠다고 갔다가 정작 뮤지션인 우리가 감히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더 큰 선물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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