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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1-1.jpg 801-2.jpg 801-3.jpg


1820년 수집가에 의해 발견되어 대영박물관에서 구입해 소장중인 이 벽화들은 베를린 박물관과
이집트의 카이로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 것들보다도 예술성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명작입니다.

다른 이집트의 유물의 주인공들과 달리 네바문(Nebamun)은 왕이 아닙니다. 그는 중간 관리라고
할 수 있는 회계원 겸 서기로 BC 1300년대에 살던 평범한 가장이었습니다. 이 같은 까닭에 이
그림을 통해서 우리는 평범한 이집트 사람의 생활을 엿볼 수 있고, 게다가 왕을 위한 미술이
아닌 사회의 미술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이 벽화를 그린 장인도 왕의 피라미드 전속화가가
아니었습니다.

네바문은 이집트 신왕조의 가장 번성기였던 제 18왕조에 살았던 인물로 투투모스
4세(Thutmose IV)와 아크나톤의 아버지인 아멘호테프 3세(Amenhotep III)의 시대에 살다 1350년
죽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당시 이집트의 최고의 신은 아문(Amun)이었고, 아문신의 힘이 강해 신의 사원을 관리하고
의식을 진행하는 신관들의 권력이 왕권을 위협하던 시대였습니다. 그 같은 까닭에 아멘호테프
4세는 집권하자마자 아문신을 숙청하고 새로운 도시로 이전합니다. 그것이 아문신전을 관리하는
신관의 횡포를 막고 그들의 힘을 약하게 만들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네바문(Nebamun)이란 이름은 나의 주인은 아문(My Lord is Amun)이란 뜻으로 당시 최고의
신으로 권력을 가졌던 아문신의 위치를 짐작하게 해줍니다. 그의 부인은 핫셉수트(Hatshepsut),
그의 큰 아들은 넷제르모스(Netjermose)로 네바문은 비교적 부유한 생활을 하던
관리이었습니다.

그도 영원히 죽지 않는 삶을 꿈꾸고 지하 무덤을 기획했지요. 이 무덤의 벽에는 그의 평소
생활 모습과 사냥하는 장면, 무용수들을 불러 파티를 하는 장면, 그리고 업무를 보는 장면들이
묘사되어 있어 이를 통해 우리는 이집트 중산층의 삶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그림은 아래의 부인과 딸이 묘사된 사냥하는 그림입니다. 나일강가에 간
네바문의 모습은 중심에 커다랗게 묘사되어 있고 딸은 아빠의 다리를 잡은 채 그 밑에 조그맣게
그려져 있지요. 이것은 아버지의 보호를 받고 있는 딸의 모습을 표현한 것입니다. 부인은 옆에서
남편을 자랑스럽게 지켜보고 있으나 딸의 시선은 아빠가 살생을 하는 모습에서 고개를 돌리고
엄마를 보고 있습니다. 아빠의 자상한 배려 혹은 화가의 사려 깊은 표현을 엿볼 수 있지요.

<그림 3 /기원전 1350년경의 이집트 벽화, 네바문(Nebamun)>

또한 이 같은 표현을 통해 아마도 네바문이 그림을 주문할 때 딸의 시선 처리와 같은 자신의
요구 사항을 미리 화가와 함께 의논했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네바문의 주위에 묘사된
새와 동물, 그리고 식물들은 마치 생물 도감에 있는 것처럼 사실적으로 자연스럽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 벽화들의 그림은 회벽에 칠하는 프레스코 기법으로 그린 것이나 고딕시대와 르네상스 시대에
유행하던 이탈리아식하고는 다릅니다. 이집트는 이탈리아나 유럽과 달리 마른 벽에 칠하는
방법으로 핀토 프레스코(Finto fresco)방식을 사용하였는데, 이는 규모가 크고 기후가 더운 열대
지방에서 회벽이 그림을 그릴 때까지 젖은 상태를 유지할 수 없어 생긴 방식입니다.

이 같은 까닭에 이집트에선 접착제를 안료에 섞어 물감을 제조해 사용했습니다.

이 그림은 네바문이 살게 될 영생의 세계의 정원입니다. 1원적 원근법이 아니라 (마치 피카소의
입체파 그림처럼) 4가지 방향에서 바라 본 나무들의 모습과 위에서 본 연못의 모습이 한 면에
담겨 있습니다. 나무들과 물고기 조류, 연못 속에 핀 파피루스 꽃이 보입니다. 한 쪽 구석에는
파티를 준비하는 여인들의 모습이 아주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전하현/ writer, hyun.h.Jun ©미술사가, 문화 평론가, 미술사를 강의하며 국내 매체에 미술과
문화 평론 등을 연재하고 있음, 저서‘스물이 되기 전에’ (생각의 나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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