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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820
런던 서쪽과 북쪽 지역에는 뉴몰든 한인타운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일본인들이 제법 거주하고 있는 일본인 타운이 형성되어 있다. 거의 완벽에 가까운 일본어를 구사하는 지인 한 분이 이들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일본인들에게 한국어 개인 과외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 분 얘기로는 상당수의 과외 교습생들이 한국을 좋아하는, 특히 한국 드라마에 열광하는 일본 아줌마들이라는 것이다. 이들 일본인 타운에 거주하는 일본 아줌마들 사이에서는 한국어를 조금이라도 익혀서 한국 드라마를 보다 깊이(?) 이해하는 게 상당한 유행이라고 한다. 지인의 소개를 통해 그 중에서도 한국 드라마의 열성팬 중에서도 열성팬이라는 히로코(Hiroko)를 만나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보통 인터뷰는 인터뷰 대상자의 얘기를 듣기만 하는데, 오늘은 특별히 대상자가 인터뷰 중 수시로 한국에 대해 궁금한 점을 질문했던 바, 그에 대한 인터뷰어의 답변도 첨가되었다. 유로저널: 안녕하세요! 언론을 통해 일본에서 한류 열풍이 상당했다는 소식은 자주 접했지만, 이렇게 직접 한류 팬 당사자를 만나서 얘기를 나눠보는 것은 처음입니다. 먼저 간단한 본인 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히로코: 네, 제 이름은 히로코 에반스(Hiroko Evans)이며, 에반스는 영국인 남편과 결혼하여 얻은 성이고 일본 이름은 히로코 아미모토(Hiroko Amimoto)입니다. 저는 일본에서 직장을 다니다가 지난 1999년에 영국으로 유학을 왔고, 유학 중 현재의 영국인 남편을 만나서 결혼 후 영국에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유로저널: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언제, 어떤 계기로 인해서였는지요? 히로코: 사실, 저는 일본에서 직장을 다니던 시절에도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던 한국인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는 그 친구가 워낙 일본어를 잘 해서 마치 일본인 친구처럼 지냈던 데다가, 당시만 해도 한국 문화가 일본에 잘 소개되지 않은 때여서 한국인 친구를 두고서도 정작 한국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도 없었고, 어떤 경험도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영국에서 정착하여 지내던 중 런던 시내에 있는 한국 식당에 우연히 들어가서 한국 음식을 맛보게 되었습니다. 정확히 어떤 메뉴를 먹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참 맛있다는 인상이 남았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 제 또래 일본 아줌마들의 모임에 어울리게 되다가 자연스럽게 식당 얘기가 나왔고, 알고 봤더니 그들에게는 이미 한국 음식이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었습니다. 그 중에는 심지어 김치를 직접 담그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저도 한국 음식이 참 맛있었던 것 같다고 얘기했고, 이어서 한국 영화, 한국 드라마에 대한 얘기가 나왔습니다. 모임에 어울리는 사람들 중 몇몇은 일본에서 가져왔거나 소포로 보내온 한국 드라마 DVD를 가지고 있어서 서로 돌려가며 시청했고, 그렇게 해서 저도 ‘겨울연가’를 보게 되었습니다. 정말 너무나 감동을 받았고, 저도 욘사마의 팬이 되었습니다. 이후 한국 드라마, 영화는 거의 빼놓지 않고 모두 찾아보았습니다. 한류 열풍에 걸려든 것이지요. (웃음) 유로저널: 예상을 했습니다만, 역시 ‘겨울연가’가 나오는군요. ‘겨울연가’와 욘사마 열풍은 이제 오래된 뉴스가 되었습니다만, 많은 한국인들이, 또 제 개인적으로도 궁금한 게 ‘겨울연가’나 욘사마의 어떤 점이 그렇게 일본인들을 사로잡았는지요? 사실,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기 전에는 ‘겨울연가’나 욘사마가 한국에서는 그렇게까지 폭발적인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고 생각합니다만. 히로코: 그래요? 우리는 욘사마가 한국에서도 넘버원인줄 알고 있는데요? (웃음) 유로저널: 아, 물론, 욘사마는 한국에서도 인기도 높고 높은 출연료를 받는 톱스타입니다. 그러나, ‘겨울연가’ 방영 당시에는 한국인들에게 일본에서와 같은 큰 반응을 얻지는 못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히로코: 일단, ‘겨울연가’나 욘사마는 일본 남성들이나 젊은 일본 여성들에게는 그렇게까지 인기가 높지는 않았습니다. 그들은 한국 드라마보다는 한국 영화를 더 좋아했고, 장동건이나 이병헌, 송승헌을 더 좋아합니다. ‘겨울연가’ 전에는 일본인들이 한국 드라마를 접할 일이 많지 않았고, 그래서 ‘겨울연가’는 한국에 대해 상당한 호기심을 자아냈습니다. 일본에서는 언제부턴가 순정 멜로물을 접하기가 어려워졌는데, ‘겨울연가’는 그런 일본인들에게, 특히 아줌마들에게는 지난 날 열광했던 순정 멜로물의 감성을 되살리는 역할을 했습니다. 우리같은 일본 아줌마들에게는 우리들의 젊은 시절 남성상이 있습니다. 그것이 요즘 일본 남성들하고는 매우 다른 스타일인데, ‘겨울연가’에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들은 우리들이 젊은 시절 좋아했던 자상하고 감성적인 남성상과 닮았습니다. 그리고, 일본 남성들은 그렇게 사랑에 대해 감정 표현이 강하지 않은데, ‘겨울연가’의 남자 주인공들은 심지어 여성 앞에서 눈물까지 흘리는 만큼 감정이 매우 풍부합니다. 일본 아줌마들은 ‘겨울연가’를 통해 지난 시절의 사랑 이야기를 추억하기도 하고, 또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어진 예전의 남성상을 발견했기에 ‘겨울연가’가 그렇게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것은 욘사마 뿐만이 아닙니다. 다른 한국 드라마들에서도 역시 남자 주인공들은 사랑하는 여성에게 매우 자상하며, 사랑을 최우선으로 여깁니다. 유로저널: 그러한 추억의 남성상 외에도 한국 드라마의 특징이 있다면? 히로코: 한국 드라마의 특징이라기보다는 등장 인물들을 보면 한국 사람들은 매우 ‘emotional’, 감정 표현이 강합니다. 이 점이 일본인들에게는 매우 색다르게 느껴집니다. 일본인들은 아무리 어떤 감정이 들었다고 해도 그것을 그렇게 그 자리에서, 강하게 표현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그것을 모두 숨기지 않고 다 표현합니다. 그것이 매우 인간미가 있어 보이고, 또 부러워 보이기도 합니다. 제가 정말 궁금한 것은 정말로 한국인들은 일상 속에서 그렇게 강하게 감정 표현을 하는지요? 유로저널: 저는 특별히 한국인들이 감정 표현을 강하게 한다고 느끼지 않았습니다만, 적어도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한국인들의 감정 표현은 실제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아마도 일본인들은 예의를 갖추고 절제하는 게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속마음을 다소 감추고 느끼는 것을 있는 그대로 다 말하지 않는 것 같은데, 그 점이 한국인들과 매우 다른 점인 만큼,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그렇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히로코: 또 하나 궁금한 점은, 죄송합니다, 원래는 그 쪽에서 질문하고 저는 대답해야 하는데, (웃음) 한국인들은 일본인들에 비해 가족에 대한 개념이 매우 강한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다 가족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것 같은데, 실제로도 그렇게 가족이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요? 젊은세대는 그러한 문화를 받아들이는지요? 유로저널: 이 부분 역시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모습이 실제와 거의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 개인적으로는 드라마는 아무래도 보다 극적인 효과 및 다양한 이야기 구조를 만들어야 하니 가족과 관련된 에피소드나 사건을 더 많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가족과 발생하는 갈등이나 이런 것들도 실제보다는 다소 강하게 보여진다고 봅니다. 요즘에는 그렇게까지 가족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감소하고 있고, 언급하신 것처럼 젊은세대들이나 또 독립해서 살아가는 이들은 형편 상 가족들과 그렇게 많은 시간을 보내며 지내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보편적으로 한국인들은 가족과 많은 부분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다시 제가 질문하도록 하겠습니다. (웃음) 실제 한국인들을 많이 접해보셨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실제 한국인들과의 체험이건, 아니면 드라마에서의 모습이건 본인이 느낀 한국, 한국인의 장단점은? 히로코: 사실, 한국인들을 직접 만나고 어울려보지는 못해서 제가 한국인의 장단점을 말한다는 것이 적절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냥 그 동안 여러 편의 한국 드라마와 영화에서 본 것만으로 말씀드린다면, 일단 한국인들의 장점은 매우 강한 에너지를 지녔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어떤 용기나 열정으로 이해해도 될 것입니다. 아마도 한국이 이렇게 발전한 것은 그 에너지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반면에 단점은 아까도 말씀드린 것처럼 감정 표현이 너무 강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장점도 되고 단점도 되겠지만, 때로는 그렇게 감정 표현이 강하면 타인에게 불편함을 줄 수도 있고, 큰 일을 할 때는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국 드라마에서 보면 한국인들은 어떤 일에든 기본적인 틀, 혹은 선입견 같은 게 있는데, 이게 너무 강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사람은 이렇게 할 것이다’, ‘이것은 나중에 이렇게 되는 일이다’ 이런 것들이 어떤 상황이나 아니면 사람 간 관계에서도 이미 너무 강하게 잡혀 있어서 그 틀을 깨는 것이 너무 어려워 보입니다. 그런데, 그 틀이 다 맞는 게 아니고, 어떤 것들은 너무 비합리적인(unreseaonable) 것들도 있습니다. 가령, 부모가 자식이 누구랑 데이트를 하고 결혼을 하느냐에 대해 모든 걸 결정하려 하는데, 이런 것들은 합리적이지 않는데도 모두가 이를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유로저널: 그렇게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시는데, 직접 한국에 가본 적이 있으신지요? 히로코: 아쉽게도 아직까지는 못가봤습니다. 아직 남편이 직장을 다니는 중이라 같이 가족 휴가로 다녀와야 하는데, 슬프게도 남편은 아직 한국 드라마 팬이 아닙니다. 제가 계속 한국 드라마를 보라고 강요하고 있는데 (웃음) 아쉽게도 아직 영문 자막으로 된 한국 드라마를 구하기가 어려워서 제가 내용을 설명해줘야 하고, 남편은 그것을 지루해 합니다. 참, 남편은 그래도 영화 ‘올드보이’를 매우 좋아했습니다. 그런 한국 드라마가 있으면 보겠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한국 드라마 중에는 ‘올드보이’ 같은 충격적이고 강한 내용을 담은 드라마는 아직 없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저는 아직 한국에 직접 가본 적은 없습니다. 어울리는 일본 아줌마들이 우리들끼리 계획을 짜서 한국에 관광을 다녀오자고 여러번 얘기했는데, 아무래도 영국에서 한국이 가까운 거리가 아니고, 가끔 일본에 다녀와도 워낙 오랜만에 일본에 다녀오는 것이라 일본에서 바쁘게 일정을 보내다 보면 한국이 가까운데도 막상 한국까지 다 다녀오기가 어려워집니다. 그래도, 언젠가는 꼭 한국을 직접 방문하고 싶습니다. 유로저널: 조금 심각한 얘기가 될 수 있겠는데, 요즘은 이러한 한류열풍이 일본에서도 상당히 식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그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또 이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히로코: 얼마 전 일본에 있는 친구와 통화를 하다가 들었는데, 요즘은 진짜로 한국 드라마나 한국 영화가 예전만큼 재미있지는 않다고 합니다.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이 극장에서 개봉했는데, 일본에서 인기가 높은 이병헌과 정우성이 주연으로 나왔는데도 일본인들한테 별로 인기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런 한국 드라마, 영화의 인기와는 상관없이 한국을 다녀오는 일본인 관광객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하네요. 어쨌든, 제가 보기에는 한국 드라마나 영화가 처음에는 일본이들에게 너무나 흥미롭고 신선했는데, 언제부턴가 너무 비슷한 극중 인물들이나 상황 설정이 반복되면서 조금 재미가 없어졌습니다. 그 중에는 정말 상업적인 효과만 노린, 수준이 낮은 것들도 있었습니다. 또, 일본에 있는 친구 얘기로는 관련된 캐릭터 상품이나 이런 것들이 충분히 수준이 높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오타쿠(매니아) 문화가 있는데, 한국 문화상품이 장기적으로 성공하려면 이들 오타쿠를 형성해야 합니다. 그러나, 오타쿠들은 아주 까다롭고 늘 최고의 품질을 원합니다. 따라서, 한국 드라마나 영화들은 항상 진보된, 최상의 품질을 선보여야 하며, 이와 관련된 다양한 파생 분야, 캐릭터 상품, 음악 상품, 관광 상품 등에서 역시 오타쿠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것들을 개발해야 합니다. 대중들의 인기는 늘 변화가 있지만, 오타쿠들은 거의 변하지 않으며, 실질적으로 해당 상품에 소비를 하는 것이 바로 이 오타쿠들입니다. 유로저널; 역시 조금 심각한 질문입니다만, 한국과 일본은 역사적으로 그렇게 좋은 과거를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아직도 한국인들은 일본에 대해 그와 같은 오래된 감정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히로코: 저 역시 그러한 한일 간 갈등에 대해 익숙한 세대입니다. 물론, 영국에 온 뒤로는 사실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잘 모르게 되었습니다만.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일본에 대한 내용이 그렇게 많이 등장하지 않아서 실제로 한국인들이 일본, 일본인들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또 반응하는지 잘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어쨌든, 전 세계적으로 불편한 역사를 공유하고 있는 많은 나라들이 있지만, 결국 이제는 세계화 시대인 만큼, 또 한국과 일본은 분명히 가깝게 지내야 하는 이웃인 만큼, 좋은 관계로 발전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어울리는 런던의 일본 아줌마들이나 아니면 일본에 있는 제 친구들이나 지인들 중 어느 누구도 한국에 대해 나쁘게 얘기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모두들 한국 음식을 좋아하고, 또 한국 드라마 얘기를 좋아합니다. 지난 역사 때문에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친구가 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유로저널: 오늘 너무나 흥미로운 얘기, 또 솔직한 얘기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한국 드라마는 물론 한국, 한국인들에 대해 더욱 좋은 점들을 발견해 나가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런던 남서쪽으로 내려오면 뉴몰든에 한인타운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한국 수퍼마켓들도 있고 한국 식당들도 있으니 함께 어울리는 일본 아줌마들과 종종 놀러오시기 바랍니다. (웃음) 히로코: 저도 오늘 너무나 재미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뉴몰든에는 이미 가본 적이 있습니다. 뉴몰든에 있는 대형 한국 수퍼마켓을 갔었는데, 한국 제품들은 물론 일본 제품들도 시내에 있는 일본 가게에서보다 더욱 저렴하게 판매하더군요. 뉴몰든의 한국 식당은 아직 못가봤는데 다음에 꼭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유로저널 전성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