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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820
유로저널: 안녕하세요! 전 세계를 다니며 바쁘신 일정 중에도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먼저 언제, 어떤 계기로 모델이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되셨는지부터 시작해볼까요? 자스민(영어이름: Jasmine K, 한글이름: 권희정, 이하 자스민) 이렇게 유럽에 계신 분들께 제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제 어릴 적 사진을 보면 선글라스, 목걸이, 창이 큰 모자, 구두를 항상 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 저는 모델에 대한 관심이라기 보다 패션에 대한 관심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고등학교에 입학해서는 학교와 상의를 하고서 특기생으로 수업은 4교시까지만 참석하고, 제가 살던 경주에서 대구로 3개월 동안 출퇴근(?)하면서 모델라인에 등록해서 모델 수업을 받았습니다. 당시 서울에서 경주로 전학온 제 짝이 건내준 이태리 보그 잡지를 보고 결심했고, 그녀가 제게 적극 추전해줬습니다, 그 잡지 속에 있는 모델보다 제가 더 나을 수 있다고. 그 친구의 도움으로 담임선생님의 적극적인 후원을 받을 수 있었고, 부모님께 제안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께서 인생에서 여자에게 가장 남는 기억이 중고등하고 학창시절이라고 하시면서 평범하게 친구들과 어울리며 학창시절을 잘 마무리 하기를 원하셨지요. 그런데, 이러한 분야에 열려 있었던 작은 고모의 귀에 제가 모델을 지망한다는 얘기가 들어갔고, 저의 모델꿈이 고모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는지 고모는 저를 데리고 대구로 향했고, 아버지께서는 어쨌든 대학에는 입학하는 것을 조건으로 그 무모한 도전을 허락하시며 큰 돈까지 내어주셨습니다. 유로저널: 대구 모델라인에서 본격적인 모델의 길로 들어선 것이군요. 자스민: 네, 저는 1996년 대구 모델라인 소속 41기로 모델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는 대부분 이러한 아카데미 3개월 수업을 수료한 뒤, 에이전시와 계약을 하고 모델일을 시작하는 게 대부분이었습니다. 잡지를 통해 데뷔하는 모델들은 조금 다르긴 했지만 대부분이 이렇게 시작했던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일하는 모델들은 자기 기수가 있고, 그것은 서열과도 같습니다. 어쨌든, 이후 1998년까지 한국에서 열리는 다양한 컬렉션, 개인 디자이너 쇼, 브랜드 쇼, 잡지 등으로 모델 경력을 쌓아갔습니다. 유로저널: 모델 아카데미의 수업은 어땠는지요? 자스민: 아카데미 수업은 좀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워킹, 메이크업, 댄스, 연기, 코디네이션 등 모델이 되기위해 필요한 모든 수업을 거쳤습니다, 현장 무대 뒤의 학습까지. 제일 재미있으면서도 제일 힘든 게 워킹 수업이었습니다. 벽에 1시간씩 붙어 있으면서 자세를 교정하는 것이 지옥과도 같았습니다. 그로 인해 쓰러져 본 적도 있고, 발톱도 빠지고, 그런데 그렇게 고생을 한 덕분에 워킹을 잘 하는 모델 중 한 명이 된 것도 사실입니다. 유로저널: 이제 해외무대를 도전한 사연으로 넘어가볼까요? 자스민: 98년도에 대학에 입학하면서 여행도 하며 유럽시장을 둘러보기 위해 파리에 갔다가 우연히 프랑스 파리컬렉션에 참가하면서 파리활동이 시작되었고, 6개월은 한국에서, 6개월은 파리에서 지내면서 감각을 익혔습니다. 2001 에르메스 광고와 쇼를 거머쥐면서 드디어 행운이 왔다고 여겼는데, 9/11테러로 인해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모든 것을 뒤로하고 파리를 떠나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그 뒤 한국에서 헐리우드에서 오신 감독님을 만나 뮤직비디오를 찍었는데, 제 가능성을 발견하신 감독님께서 제게 미국행을 제의했고, 저는 곧장 그들과 비자를 준비하여 미국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헐리우드에서 톰 크루즈가 출연한 영화 ‘콜래트럴’에 출연했습니다. 미국에서의 첫 작업이어서 너무나 영광스러웠지만, 제가 진정 원하는 일은 모델이었고, 그래서 아무 연고도 없는 뉴욕으로 무작정 향했습니다. 유로저널: 쉽지 않은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었을 것 같은데요? 자스민: 뉴욕에서는 모든 게 망막했습다. 서툰 영어, 법적인 서류절차들, 남들에게 도움을 청하기 일수였고 혼자 해결하기에는 너무나 큰 산들이었습니다. 어쩌면 그 점은 지금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어쨌든, 작은 에이전시와 일을 시작했고, 이후 더 큰 회사에 들어가서 또 다른 경험을 쌓았습니다. 종종 좋은 기회들도 찾아왔지만 서툰 영어와 경험 부족으로 많은 것을 놓치기도 했습니다. 저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회사와 고객을 만나는 일이 하늘의 별따기와 같다는 것을 그 때 배웠습니다. 좌절도 많이 했고, 포기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그 시절 한국의 모델 친구들이나 같이 일하던 사람들이 제게 무심히 던지는 말에 오기가 발동했습니다. 제가 진정 원하는 것을 성취하기 위해 열심히 도전하고 실천해서 그들에게 제 가능성을 보여주리라는 다짐을 했습니다. 유로저널: 이후 아시아 시장으로 진출하면서 좋은 결과를 얻기 시작합니다. 자스민: 하늘이 도왔는지 우연히 만난 인연으로 일들이 더 잘 진행되기 시작했고, 뉴욕에서 아시아 시장으로 들어갔습니다. 2005년 첫 아시아 도전이었던 홍콩에서 엘르, 마리끌레르, UNA, NEXT 등 대다수의 메이저 잡지 커버와 화보를 찍고, 이후 2007년에 조르지오 알마니의 아시아 북 광고도 찍으면서 좋은 성과를 얻었습니다. 이후 중국에서 초대를 받아서 차이나 패션 어워드에서 에스카다와 함께 레드카펫을 밟았고, 중국의 일류 모델들과 에스카다쇼와 화보를 진행했습니다. 이후 샹하이 베이징 컬렉션에 참가하고 루이비통 쇼에 메인으로 서는 행운도 누렸습니다. 이후 홍콩에서 조르지오 알마니를 직접 만났고, 그와 아시아 투어쇼를 같이 하면서 알마니와의 인연이 이어졌습니다. 유로저널: 그렇게 아시아 시장에서 인정을 받으면서 다시 유럽으로 진출하게 되는데요? 자스민: 이후 싱가폴 무대에도 진출하고 아시아에서 좋은 성과를 내던 중 이태리 밀라노에서 연락이 와서 2008년 발렌티노 로씨와 함께 다이네제라는 브랜드의 광고를 찍으면서 유럽시장에 다시 진출했고, 지금은 파리, 밀라노, 런던, 러시아와 같은 유럽시장, 그리고 뉴욕과 브라질 시장까지 영역이 확장되었습니다. 지난 11월에는 태국 치앙마이에서 개최된 Habitat for Humanity 자선행사에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동양인으로, 한국인 여자 대표로 초대를 받아서 축구선수 나카타, 영화배우 이연걸과 함께 참가했고, 한국 Habitat 홍보대사인 이서진 씨와도 함께 집을 짓는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2010년 파리에서의 러브콜이 있으며, 불가리아에서 메이저 잡지 스케줄이 2월부터 잡혀있고, 3월에 크랭크인하는 중국영화에도 0순위로 섭외가 들어왔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쌓아온 저의 노력들이 이제서야 점점 빛을 발하는 것 같아서 지금 이 순간 너무나 행복합니다. 유로저널: 모델일을 하면서 느끼는 장점, 또 가장 행복한 순간이 있다면? 자스민: 모델일을 하면서 좋은 점은 세계 어디를 가도 먹고 살 방법이 있다는 것, (웃음) 그리고 정말 세상을 보게됩니다. 그 만큼 시야가 넓어지고 깊이 있는, 강한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가장 행복한 순간은 우리 가족이 얼마나 저를 사랑하는가를 느낄 때, 그리고 어머니께서 저로 인해 기뻐서 눈물을 보이실 때 너무나 행복합니다. 유로저널: 반면에 모델일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이 있다면? 자스민: 그렇게 사랑하는 식구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지내지 못하는 점이 가장 힘들고 식구들에게 미안합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모델에게는 몸이 생명이다 보니 건강관리가 늘 어렵습니다. 해외를 자주 다니다 보니 시차가 늘 있어서 체중도 변하고, 장기들의 기능을 상실합니다. 그러나, 다양한 메체를 통해 모습이 공개되는 우리들의 얼굴에 피곤이 드러나면 안 되기에 이를 최대한 내색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죠. 유로저널: 본인이 생각하기에 좋은 모델이 되기 위한 조건은? 자스민: 모델이 되기 위한 조건이 딱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방면에서 기초가 튼튼한 사람이어야 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좋은 모델이되기위한 조건은 매우 긍정적이고, 모험심도 강하며, 독립심도 강한, 좀 더 보태서 지혜가 많은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은 포기 보다는 노력과 실천을 하겠죠. 그리고 언젠가는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어있겠죠. 유로저널: 앞으로 모델을 꿈꾸는 모델 지망생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자스민: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운동하고, 잘 놀아라,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해라, 사소한 것 같지만 배우는 모든 것들이 언젠가는 쓰일 수 있다는걸 잊지 마라, 인생에 정답과 오답이란 없다, 그래서 많이 채워나가야 한다, 만약 당신들이 모델이 되겠다면 열심히 노력한 후에 스스로를 모델이라 불러도 되는지 판단하라, 자신을 속이지 말고 자신에게 만큼은 솔직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 유로저널: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 꿈이 있다면? 자스민: 모델의 커리어와 함께 차세대 후배들을 이끌어갈 한 사람으로써, 아시아 시장을 이끌어갈 다리가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제 점차 모델 쟈스민이 아닌 종합 엔터테이너 자스민으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유로저널: 앞으로 해외 무대에서 더욱 좋은 모습으로 자주 만나뵐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 두번째 사진: 잡지 보그(Vogue) * 세번째 사진: 조르지오 알마니, 홍콩 * 네번째 사진: Habitat for Humanity 자선행사, 태국 치앙마이 * 다섯번째 사진: Habitat for Humanity 자선행사에서 배우 이연걸과 유로저널 전성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