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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820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문인으로 거듭나는 재독동포 이민 1세대들 재독한국문인회 회원작품집 제3권 출판기념회 및 정기 봄 세미나 열어 지난 금요일(23일) 프랑크푸르트 강병덕씨의 주말농장. 화창한 봄날 명랑한 새소리가 더욱 정겨운 봄꽃이 만발한 정원 안에는 큼지막한 재독한인문인회 현수막이 눈에 띠었고, 서예인 정동락씨가 쓴 출판기념회 및 봄 문학세미나 현수막도 높이 걸려 있었다. 이역만리 낯선땅에서 평생을 살아온 동포 이민 1세대들이 하나 둘 정년을 맞아히면서 자신들의 특별한 생애를 문학으로 승화시키는 작업이 수년 전부터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외롭고 고된 이민생활로 지칠법도 하련만 이들 1세대들은 오히려 문학이라는 정신활동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젊은 시절 못다한 문학의 꿈을 이루기 위해 또는 광부와 간호사로 살아온 소수민족 이민자로서의 남다른 체험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펜을 들었다. 동포들을 위한 노인정도 마을회관도 없는 독일, 한국인 이민자들은 그러나 이렇게 멋진 노년생활을 택했다. 이들이 한 자, 한 자 써 내려간 글들은 시가 되고 소설이 되어 지금은 많은 동포들과 국내의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그 동안 재독한국문인회 회원은 2004년 창립당시 7명에서 2010년 4월 현재 40 여명으로 크게 늘었다. 그만큼 글쓰기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반증하는 현상이다. 그러나 회원 수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문학적 기량도 향상을 거듭해 개인 시집을 출간하거나 국내의 여러 문학지를 통해 정식으로 등단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들을 보이고 있다. 문인회는 해마다 봄, 가을로 정기 모임을 갖고 새작품을 발표하고 토론하며 강연을 통해 문학적 지식도 넓혀가고 있다. 이번 봄 세미나에서는 지난해 12월 한국에서 출판한 "재독한국문학" 제 3호에 대한 공식적인 출판기념회를 겸했다. 총 1천부가 발행된 제3호 문집은 회원 27명의 작품 65편이 실려있다. 이날 초청강사로 나선 이금숙 시인은 시쓰기에 대한 강의를 했으며 김영식씨가 작곡한 민들레 등 자작시 두곡도을 무반주로 노래해 세미나의 분위기를 돋구었다. 또 아내를 따라온 한 독일인은 하모니카로 아리랑을 연주해 정원의 운치를 더해 주었다. 3대 회장에 취임한 최숙녀씨는 앞으로 문인회가 특히 관심을 가질 분야는 2세 및 3세들의 모국어 문학활동이라며 청소년 세미나나 어린이 백일장 등을 개최해 동포자녀들이 한글로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데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김이자회원은 젊어서는 직장생활과 자녀교육 등 바쁜 나날이 계속돼 글쓰기를 하지 못했는데 정년이 되어 한가한 시간이 많아졌으니 이제는 지내 온 세월 자신의 삶과 체험을 글로 남겨야겠다며 문인회 가입동기를 밝혔다. 유한나 전 총무는 재독한국문인회는 30년 40년 이민생활을 통해 경험한 재독동포들만의 남다른 특별한 삶을 바탕으로 공감대와 정서가 형성되고 이것들이 문학적으로 승화되는 이민문화 내지는 동포문화의 개척자로서의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가이자 재독문인회 회원인 황수잔씨는 자신의 미술작업과 문학활동은 정신적인 창작활동이라는 점에서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하면서 특히 문학적인 감동을 화폭에 담아내는 작업이 자신에게는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날 자작시 낭독에 나선 이들은 정원을 제공해준 강병덕회원과 유한나 전총무. 강병덕씨는 "판잣집"(2009년)을 유한나씨는 "꿈의 몽마르뜨르 언덕"(2009년)을 각각 낭송했다. 이에 앞서 황수잔회원은 평소에 즐겨 읽는 애독시 용혜원의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를 소개했다. 재독문인들은 우리말로 작품활동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들의 시를 독일어로 번역해 독일사회에 한국의 시를 알리며 문학적 교감을 나누는 시도도 하고 있다. 이번이 두 번째가 되는 5월8일 베를린 시낭송회에도 쾨펠연숙, 유한나, 이금숙, 배정숙4명의 재독시인들이 각각 5편의 자작시를 소개한다. 20편의 시는 베를린의 문학의 전당으로 알려진 "부흐핸들러켈러"(Buchhändlerkeller)에서 막심 고리키 극단의 크리스티안네 드로츠-지베르트가 낭송할 예정이다. 재독동포 이민 1세대들은 이같은 창작 활동을 통해 이민생활의 단조로움과 외로움을 극복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한독 양국간의 문학적 교류도 일궈내는 등 젊은이들 못지 않은 왕성한 의욕으로 의미있는 노후생활을 하고 있다. 유로저널 프랑크푸르트 김운경 woonkk@hot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