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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꼭 봐야 하는 세계의 위대한 미술 50선 (5)
5.    다빈치의 동굴 속의 성모


804-jhh.jpg

(The Virgin of the Rocks, 1483-86)

  천재로 알려진 레오나르드 다빈치는 사실상 아주 치열하게 노력하며 자기 개발을 게을리 하지 않은 성실한 연구가였습니다. 그는 손의 모습을 완벽하게 그리려고 약 천 번의 데생을 했습니다.
또 인체의 구조를 밝히려고 30구의 시체를 직접 해부했고 심지어는 임산부의 내부 인체 모습까지 직접 묘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자연의 원리를 공부하기 위해 숲 속을 배회하며 샅샅이 관찰하기도 한 호기심 많은 학자였습니다.
이 같은 탐구욕은 그를 발명가로 만들었고 사실상 그는 이탈리아와 프랑스 지역까지 가서 주로 군사적 시설을 만들고 설치하는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였고, 그에게 미술은 사실상 전업이 아니라 부업이었습니다. 이 같은 까닭에 그는 평생 동안 30여 점의 그림만을 제작했습니다.
그러나 뛰어난 예술 세계와 탐구는 그를 르네상스의 대표적 화가로 존경받게 합니다. 르네상스 전성기시대에 대표적인 예술가로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세 사람을 꼽고 있는데 이들은 모두 각자의 개성이 강했습니다.
특히 다빈치는 피렌체의 미켈란젤로와는 전혀 반대적인 입장에서 작품을 했고, 오히려 피렌체 스타일을 못마땅하게 여겼습니다. 왜냐하면 다빈치는 철저하게 자연주의적이고 사실적인 입장에서 사물과 현상을 과학적으로 묘사하는 입장이었으나, 메디치 가문이 이끌었던 피렌체 화단에선 현실보단 희망하는 바람을 묘사한 이상적이고 관념주의적인 입장을 선호하였기 때문입니다. 미켈란젤로 등 피렌체 화단의 관념주의적 입장에 대해선 다음 장에서 자세하게 설명할 것입니다.


“나는 지식인이 아니다(omo senza lettera).”


 다빈치는 뛰어난 탐구가이고 연구가였지만 스스로 ‘나는 지식인이 아니다’라도 거부합니다. 당시 지식인들은 자신들을 세계인(universal man)이라 부르고, 고전을 연구하는 인문학자들을 휴머니스트(Humanist)라고 불렀습니다. 한 가지 주의할 것은 15세기나 16세기의 휴머니스트란 단어는 ‘인간주의자’, ‘인본주의’자라고 해석하지 않고 고전을 연구하는 '인문학자'라는 뜻으로 사용했다는 사실입니다.
이 용어를 지금 사용하는 의미로 인본주의자, 인간주의자로 번역한다면, 르네상스의 중요한 특성을 인본주의로 해석하게 되는 중대한 실수를 저지르게 됩니다. 사실상 대부분의 르네상스 화가들은 그림을 종교적 선전 도구로써 사용했고, 따라서 르네상스는 인본주의(人本主義)보다는 신본 주의(神本主義)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메디치가 주도하는 피렌체 화단은 정략적 선전도구였고, 그들의 미술은 일부 귀족들만의 것이었을 뿐 인본주의와는 전혀 상관이 없었습니다.
이런 그들의 주류적 입장과 반대적 입장에서 인문주의적 시각으로 미술을 한 사람은 오직 다빈치뿐이었습니다.
다빈치는 '과학은 사물의 양을 생각하는 반면 예술은 사물의 질을 생각 한다'고 주장하고 예술을 자연 과학적, 물리적 사실로 접근해 예술이 만들어지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서 깊이 연구합니다.


< 그림 6/ 다빈치의 동굴 속의 성모
 (The Virgin of the Rocks, 1483-86, 파리 루브르, 런던 내셔널 갤러리 소장)


 다빈치의 동굴 속의 성모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자연에 대한 관찰과 탐구, 그리고 인문학적 지식이 무척 잘 드러난 작품입니다. 그는 예술작품 속의 내용이 질, 양, 위치, 형상으로 구성된다고 보고 첫 번째 요소인 질은 작품에 표현된 것들의 서로 다른 정도의 차이와 그것들이 서로 조화와 관련을 맺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즉 그림은 밝은 면과 어두운 면, 혹은 주제와 그 것에 반대되는 것을 각각 음과 양으로 구별하고, 이 음과 양이 원만하게 결합되어 있고 조화를 이루는 것이 잘된 그림으로 여겼습니다.

 마리아와 아기 예수, 그리고 세례자 요한과 수호천사는 전체적으로 삼각형의 구도 속에 표현되어 있고 그 삼각형은 원형 구도 속에 놓여 더욱 안정돼 보입니다.
또 인물들의 표현은 음과 양이 어우러져 뚜렷한 경계를 설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같은 기법은 그가 창시한 것으로 스푸마토(sfumato)라고 부릅니다.
“어둠 속에서는 경계를 구분할 수 없다. 나무토막처럼 딱딱하게 그리고 싶지 않다면 또렷한 윤곽선은 피하는 게 좋을 것이다.”
이렇게 말한 그는 그림을 그릴 때 윤곽선을 사용하지 않고 아주 잔잔한 선을 반복해 하나의 형태를 완성합니다. 모나리자의 미소가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보이는 것이 바로 이러한 스푸마토 기법으로 그려졌기 때문입니다.

그림의 배경이 동굴인 점도 아주 특이합니다. 동굴과 물은 그의 자연에 대한 관찰과 사색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모든 생명이 태초에 시작되는 여성의 자궁을 우주의 근원으로 본 그의 철학이 반영되었는지도 모릅니다.
<동굴 속의 성모>의 형상에는 이러한 다빈치의 자연 과학주의적 예술관이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전하현/ writer, hyun.h.Jun ⓒ미술사가, 문화 평론가, 미술사를 강의하며 국내 매체에 미술과 문화 평론 등을 연재하고 있음, 저서‘스물이 되기 전에’ (생각의 나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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