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실세(이상득)-미래(박근혜) 권력간‘핑크빛설’
현정권의 실세인‘대통령 형님’ 이상득 의원(SD)과 ‘차기 영순위’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회동설’을 놓고 정치권이 달아오르고 있다.
반면,'MB의 왕자' 이재오 특임장관은 당복귀를 놓고 딜레마에 빠져있다.
이번 회동설에서 당사자인 이 의원과 박 전 대표 측은 회동 사실을 적극 부인하고 있지만, 여권 내에선 만남이 이뤄졌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고, 일요신문 역시 두 사람이 접촉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는 여러 정황들을 포착해 보도했다.
지난 4월 18일 이 의원과 박 전 대표가 실제로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한 특급호텔에서 배석자 없이 한 시간 반가량 주요 현안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았는데, 그 내용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정치권에선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이 직접 만난 이상 2012년 총선·대선과 같은 핵심 이슈들이 논의됐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윤호석 정치컨설턴트는 “4·27재보선이나 원내대표 경선(5월 2일) 등은 측근들 선에서 조율할 수 있는 문제다. 향후 있을 개각이나 논란이 되고 있는 과학비즈니스벨트 역시 마찬가지다. 차기 전당대회나 대선 등이 화제에 올랐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정가 일각에선 이 의원이 박 전 대표에게 대북특사를 제안했을 것이란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사실 최근 들어 SD라인과 친박의 핵심 인사들은 부쩍 교류를 늘리며 연대를 모색해왔다.이런 상황에서 양 진영 ‘수장’들의 만남이 사실이라면 한나라당의 새로운 권력구도가 탄생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의원을 주축으로 하는 친이계 일부가 친박과 손을 잡을 경우 한나라당 최대 계파인 이재오 특임장관 세력을 능가하게 되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이번 회동 성사로 이 의원으로선 ‘미래권력’과의 ‘소통’을 통해 이 대통령 임기 후를 대비한 ‘안전판’을 마련했다는 게 가장 큰 수확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차기 전당대회나 내년 총선을 앞두고 최근 친이계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재오 장관계와의 파워게임에서 유리한 입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친박의 경우 비주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현직 대통령의 지원 속에 대선을 치를 수 있다는 기대를 품을 법도 하다. 특히 신공항 백지화를 놓고 한때 박 전 대표와 이 대통령과의 갈등설이 불거지기도 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회동은 양측에 조성됐던 ‘화해 모드’를 더욱 공고하게 할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윤호석 정치컨설턴트는 “대세론이 확산되면 박 전 대표에게 자연스레 힘이 쏠리기 마련이다. 따라서 이 의원 쪽이 더 절실할 것 같다. 이 의원이 박 전 대표에 구애를 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했다.
한편,이재오 특임장관의 당 복귀 여부가 여권 권력구도의 새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한나라당의 권력구도가 박근혜 전 대표의 구심력 속으로 재편될 조짐을 보이자 친 이재오계의 위기감도 깊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소장파가 박근혜 전 대표와의 관계개선을 시도하는 등 당내 권력구도가 급변하자 친 이재오계 내부에서도 ‘이 장관이 당으로 복귀해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데 이 장관으로서도 딜레마에 빠져 있다. ‘자기정치’와 ‘대리정치’ 사이에서의 갈등이다. ‘포스트 이명박’을 생각하면 당으로 빨리 복귀해 지지 세력을 묶고 큰 그림을 그려내야 한다. 반면 이명박의 대리인 정치를 할 경우 당분간 당-청 간 다리역할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이 장관 측근들은 전자를, 이 대통령은 후자를 주문하는 사이 자칫 당 복귀 타이밍을 놓칠 수도 있다. ‘이상득-박근혜-소장파 연대’의 거대한 흐름에 점점 고립돼 가는 이재오 장관의 당 복귀 는 자신의 정치 진로를 결정받게 되는 가장 어려운 숙제로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