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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9 / 라파엘로 아테네 학당, 프레스코 벽화 (579.5×823.5cm)>
 바티칸 미술관(stanza della Segnatura) 1509-1510



세계의 화가들 중에서 가장 행복하고 높은 대우를 받고 산 사람을 꼽으라면 두 명의 예술가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은 바로크 시대의 루벤스이고, 다른 한 사람이 바로 라파엘로 입니다.
이 두 사람은 모두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루벤스는 외교관으로써 활동을 하며 부와 명성을 누렸고 라파엘로는 추기경급의 대접을 받는 예술가로 성공합니다.
라파엘로는 이탈리아의 우르비노에서 화가이자 시인이고 지성적인 조반니 산티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처음에 그는 아버지 밑에서 감성과 조형감각 등을 키우며 미술을 배웠습니다.
이런 환경 때문에 라파엘로가 풍부한 색채와 균형, 조화 감각을 익힐 수 있었던 것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은 그는 다시 11세에 아버지마저 잃게 되는 불행을 겪습니다.
라파엘로는 일찍부터 다빈치와 미켈란젤로의 조형감각과 빛의 효과, 공간표현을 익혀 자기의 풍부한 감성적 색채로 표현해 16세에 대가로 대접 받게 됩니다.
21살이 된 1504년에 그는 미켈란젤로가 활동한 피렌체로 이주해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등 많은 작품을 제작하였습니다. 이때부터 명성을 날리기 시작해 마침내 1508년에 교황 율리우스2세의 부름을 받아 로마로 간 그는 프레스코 연작을 제작하기 시작합니다.
교황청의 건축과 회화, 장식 등 미술 분야에 관한 감독 책임을 맡았고, 이 때 유명한 <아테네 학당> 프레스코 벽화를 로마 바티칸 성당에 그리게 됩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라파엘로는 37세의 나이에 갑자기 죽음을 맞이합니다. 당시 교황 레오 10세는 그를 애도하며 국가 장례를 치르고 그의 시신을 로마의 판테온에 매장합니다.
라파엘로는 이십 년도 채 안 되는 짧은 생애를 화가로 보냈지만 미술사상 아주 중요한 몫을 담당하는 중심 역할을 합니다. 많은 후대 화가들이 라파엘로의 조형 감각을 익히려 그의 그림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고 그의 풍부하고 화려하며 균형 잡힌 색채 감각은 화가들의 모범이 되었습니다.
19세기까지 영국의 로얄 아카데미에 까지 영향을 미친 그의 화법은 미술 아카데미 스타일 전형으로 꼽혀 교과서적 모범으로 자리를 잡게 되며 라파엘로 전파에게도 간접적인 영향을 주게 됩니다.

왜 교황은 라파엘로에게 아테네학당을 그리게 했을까요?
라파엘로의 대표작으로 널리 알려진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 대신 제가 10대에 꼭 봐야할 작품으로 <아테네 학당>을 선정한 것은 작품의 거대한 규모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것은 다빈치와 미켈란젤로의 특성과 르네상스의 시대사상과 당시 서구 세계를 주도하고 있던 교황청의 상황이 이 한 장의 프레스코화 속에 잘 드러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교황청에서 그리스의 철학자들의 상징인 아테네 학당을 깊숙이 끌어들여 묘사하게 한 것은 혁명적인 사건입니다. 왜냐하면 중세시대 때부터 기독교는 그리스 철학과 아테네 사상가를 멀리하고 무시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 철학자의 사상은 사실상 그리스도 신앙과 다르기 때문에 이들을 당시 기독교의 심장인 교황의 집무실에 그리게 한 것은 대단한 결정일 수밖에 없습니다.
왜 교황은 라파엘로에게 아테네 학당을 그리게 했을까요? 당시 미켈란젤로도 로마의 교황청에서 작업을 하고 있을 1508년, 교황은 중요한 문서에 서명을 하는 ‘문서의 방’을 장식하기 위해 라파엘로에게 이 그림을 그리게 합니다.

(지면 관계로 다음 호로 이 글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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