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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꼭 봐야 하는 세계의 위대한 미술 50선 ( 8 )
루벤스의 삼손과 데릴라 (Peter Paul Rubens, Samson and Delilah,1609)



1500년대 로마의 교황청은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됩니다. 교황의 개인적인 탐욕과 문란한 성생활, 축첩 등의 행위로 그들은 점점 권위를 잃게 됩니다. 마침내 교황청은 무리한 교회 치장 확장 공사를 위해 면죄부를 팔게 되며 서구의 기독교는 분열되기 시작합니다. 루터 신부가 종교 개혁을 들고 갈라져 나오고 영국은 성공회를 만들며 이탈하며 프랑스에서는 칼뱅파가 나타납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교황청은 몇 차례의 주교 회의를 소집하고 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합니다. 이 때 제안된 대책 중의 하나가 그림으로 신교로 이탈되는 신자들을 막아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미술을 신자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전략 전술로 이용하려고 결정하게 된 것은 교회에 그려진 미술들이 신자들에게 아주 좋은 포교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전 시대를 통해서 경험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고딕 시대나 르네상스 스타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그들은 새로운 스타일을 요구하게 됩니다. 르네상스 시대의 그림은 전체적 조화를 중요하게 여기다 보니 이렇다 할 자극적인 특징이 없고, 이 때문에 메시지의 전달력이 약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매일 신교로 신자가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 무난한 것보다는 아주 강한 메시지, 진한 이야기나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고 신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그림이 필요하다고 느낀 교황청에선 무언가 짜릿하고 강열한 자극을 주는 그림을 요구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사조가 바로 바로크(Baroque) 스타일입니다. ‘바로크’라는 말은 진주의 예를 들어 동그랗고 매끈하지 않고, 못난이 진주처럼 삐뚤어져 기괴하고 괴상하다는 이름으로, 바로크의 특정적인 스타일을 비꼬기 위해서 붙여진 것입니다.
당시 조화와 원만함을 존중하던 르네상스식의 사고방식에서 짜릿하고 강열한 메시지를 주는 바로크 스타일을 거부했던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항상 새로운 것이 나타날 때에 기존 방식에 길들여져 있던 기존 세대들은 낯선 것에 대해 항상 강하게 거부해 왔습니다. 그러나 교황청의 진보적인 생각은 결국 시대를 바꾸게 됩니다. 이 때 그들이 찾아낸 큰 예술가가 이탈리아 출신의 카라바조와 플래미쉬인 루벤스입니다.
카라바조는 천재성으로 새로운 바로크의 시대를 열었으나 자기 성질을 다스리지 못해 살인을 하고 범죄자로 쫓기는 생활을 하다가 끝내는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하고 맙니다. 그러나 루벤스는 교황청에서 요구하는 성실성과 재능을 모두 갖추고 있어 마침내 미술가로써만 아니라 교황청의 외교관으로 크게 성공을 합니다. 


20대_8_samson.jpg 

[그림] Samson and Delilah,1609년경, 목판에 유채, 185×205, 런던 내셔널 갤러리 소장


루벤스의 삼손과 데릴라(Samson and Delilah)는 바로 이런 사회적인 배경으로 탄생된 그림입니다. 루벤스는 작품을 통해 구약 성서의 사사기에 등장하는 삼손의 이야기를 카라바조 스타일로 빛을 이용하여 인물을 강하게 대비시키고 극적인 긴장감과 긴박한 장면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루벤스의 삼손과 데릴라를 보면 르네상스 스타일과 어떻게 그림이 바뀌게 되었는지 금방 이해할 수 있습니다. 조화와 평화스럽고 온화한 모습에서 무언가 큰 일이 터질 것 같은 극적인 효과와 생동감이 강조 됩니다. 등장인물들도 여자는 젖가슴을 아슬아슬하게 드러내고 우아한 목선과 풍만한 육체로 묘사되어 더욱 육감적이고, 근육질의 강한 이미지를 가진 남자는 여자의 허벅지를 배고 잠이 들어 있는 모습입니다.
밖에서는 잠들기를 기다리던 병사들이 숨을 죽이고 있고 마침내 삼손의 힘을 내주게 하는 머리를 자르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삼손을 바라보고 있는 데릴라의 표정이 자랑스럽고 행복해 보이진 않습니다. 그녀는 삼손의 비밀을 알아내는 임무를 달성하고 마침내 그 힘을 거세하는데 성공했지만, 그녀의 얼굴은 한 여자로써 한 남자를 바라보는 연민의 정으로 가득 찬 착잡한 모습입니다.
또 화가는 실내에는 등잔과 노파가 들고 있는 촛불, 밖에는 병사들이 들고 있는 불을 이용해 명암의 대비를 강하게 드러내며 긴장된 분위기를 한층 고조 시키고 있습니다.
바로 이런 효과를 보는 이들에게 교황청은 요구한 것이고 루벤스는 그런 욕구를 충족시켜 주었습니다. 


피터 폴 루벤스 (Peter Paul Rubens 1577-1640)
루벤스는 법학자인 아버지 밑에서 어린 시절 라틴어와 고전을 배우며 인문학적 기초를 잘 다듬었습니다. 그러나 종교 개혁이 되지 않은 가톨릭 지역의 네덜란드에서 아버지가 루터교로 개종을 했기 때문에 그의 가족은 네덜란드를 떠나 독일로 망명 생활을 하게 됩니다. 다시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 손에 이끌려 고향으로 돌아온 루벤스 가족은 가톨릭으로 복귀하고 혼자가 된 어머니와 가난한 생활을 하게 됩니다. 이런 까닭에 루벤스는 귀족의 시종으로 들어가 생활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훗날 이 귀족들의 생활을 경험을 통해 그는 예절과 상류 생활의 엄격한 풍속을 익힐 수 있었고, 이는 그의 외교관 생활과 귀족들과의 관계에 많은 도움을 주게 됩니다.
시종 생활을 그만두고 견습 화공으로 일을 시작한 루벤스는 23살에 궁정 화가로 발을 내딛게 되며 미술가로써 화려한 성공의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루벤스는 6개 국어에 능숙했으며 풍부한 지식과 달변으로 주위 사람들은 그의 많은 재능 가운데 미술이 가장 약한 것이라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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