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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자연과 동양의 자연관

Weymouth_Bay_from_the_Downs_above_Osmington_Mills__John_Constable.jpg


당시 프랑스에선 사상가 루소의 자연론과 함께 자연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하며 새로운 눈을 뜰 무렵이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프랑스인들은 컨스터블의 그림을 선구자적 방법론으로 받아들여 많은 영향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컨스터블의 고국인 영국에선 그의 자연에 대한 신선한 접근을 여전히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만약 존 컨스터블의 진가를 그 때 영국 화단에서 인식하고 그를 일찍부터 미술사의 주류에 편입시켰다면 아마도 시대를 역행하는 라파엘로 전파가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바르비종파나 인상파 역시 프랑스가 아닌 영국에서 일어났을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됐다면 당연히 대영제국이 세계 미술사를 주도하는 이변이 일어났을 것입니다.

당시의 세계적 상황과 경제적 조건이라면 세계 문화사와 미술사를 주도할 수 있는 가능성은 몰락한 나폴레옹 이후의 프랑스보다는 최고의 번성기를 누린 빅토리아제국이 더욱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로열 아카데미를 중심으로 한 주류들은 세계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고, 미술의 변화의 흐름에 대한 안목이 짧았기 때문에 그들은 프랑스에 문화사와 미술사의 주도권을 빼앗기고 문화와 예술에 있어선 여전히 변방의 위치에 남아있게 됩니다.

문화와 예술은 항상 경제와 정치적 힘을 중심으로 이동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이 세계의 패권을 움켜쥐고 경제를 장악한 2차 세계대전 종전을 직후로 뉴욕을 세계 문화와 미술의 중심으로 키우는데 성공했고, 미국은 문화사의 중심이 되어 자기네들이 역사를 쓰기 시작합니다. 당연히 20세기 후반에는 뉴욕을 중심으로 많은 예술사조가 탄생되었습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대영제국은 전 세기에 거대한 힘을 지니고 있었으면서도 세계 문화사와 미술사의 주도권을 가져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그들은 500여 년간 그리스를 복제하며 세계를 정복한 거대한 국가의 규모에 걸맞는 문화와 예술을 일구어내지 못한 로마제국처럼 특징 있는 문화와 예술을 일구어 내지 못했습니다.

만약 그 때 역사와 문화사의 흐름을 제대로 인식하는 비평가와 이에 호응해 주는 시민들이 있어서 터너와 컨스터블의 자연에 대한 접근과 묘사를 중요시 여겼다면 18세기 19세기의 미술사와 문화사를 프랑스에게 뺏기지 않았을 것입니다.

물론 지금 엄청난 국가 자산이 된 인상파의 미술이 런던에서 전개될 수도 있었겠지요?

지금도 세계에선 문화사 주도권 쟁탈을 놓고 서로 자기네들이 중심이 되어 역사를 쓰기 위해 치열한 문화 전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전쟁에서 이기는 사람이 역사를 쓰고 모든 문화의 가치를 평가하고 그 값을 매기는 위치에 서기 때문에 경제와 산업에도 문화사 주도권은 아주 중요한 기능을 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 화가들의 그림들이 서양에서 제 값을 받지 못하는 것은 서양의 가치 평가기준으로 가격을 매기기 때문입니다.

또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패션과 문화의 중심지가 된 것은 과거에 그들이 몇 세기 동안 미술사를 주도하고 문화사의 중심이 되었던 혜택이고 오늘날 뉴욕이 새로운 중심지로 떠오른 것은 현대 미술의 역사를 그들이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린 존 컨스터블의 그림을 통해 미술사와 문화사의 올바른 인식과 자각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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