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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23 17:20
일산 이야기 (1)
조회 수 2786 추천 수 0 댓글 0
고향집이 있는 경기도 일산 신도시로 이사를 온 것은 중학교를 막 졸업한 겨울날이었다. 지금은 오히려 서울에서 일산으로 놀러오는 경우들이 생길 만큼, 정말 발달한 곳이 되었지만, 신도시 입주 초창기였던 90년대 초만 해도 일산은 여전히 논, 밭을 쉽게 볼 수 있는 황량한 곳이었다. 지금은 ‘일산 맛집’을 검색하면 수도 없는 맛집들이 검색되지만, 당시에는 식당도 거의 없어서 이사를 했다고 놀러오신 손님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기도 어려웠다. 그 흔한 중국집도 당장 우리 동네에는 없어서 자장면 한 그릇 먹기도 쉽지 않은 곳이었다. 죽마고우 친구 성훈이는 당시 우리 집에 놀러와서는,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어떻게 살려고 하냐고 걱정까지 해주었다. 그랬던 까닭에 초창기에는 이발을 하러, 목욕을 하러 서울을 다녀와야 했고, 지금은 30분이면 서울에 도착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교통도 불편해서 기본 한 시간은 걸렸다. 전화번호도 서울이 아닌 지방이라 앞에 지역번호를 눌러야 했고, 어린 나이에는 그런 것도 참 못마땅했던 것 같다. 그랬던 일산에 하나, 둘 편의시설과 각종 생활환경들이 조성되어 갔다. 일산에 처음으로 목욕탕이 생겼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그리고 호수공원과 지하철 3호선이 개통된 날은 정말 신났던 것 같다. 당시 나는 고등학생이었는데, 독서실에 갔다가 그 3호선을 너무 타보고 싶어서 종로3가까지 지하철을 타고 가서 혼자 영화를 보고 왔던 일도 생각난다. 참, 나중에는 일산에 첫 극장이 생겼는데, 지금은 아쉽게도 그 극장은 망해서 없어졌지만, 초창기에는 그 극장이 정말 대단한 인기였다. 지금은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등이 들어서서 다소 위축된 감이 있지만, 당시 그랜드백화점이 들어서던 날도 정말 역사적인(?) 날이었던 것 같다. 역시 그 때도 고등학생이었는데, 독서실에서 같이 놀던 친구랑 같이 백화점 오픈 기념으로 모든 층을 한 번씩 둘러보면서, 물건도 안 사면서도 참 뿌듯했던 것 같다. 아! 호수공원이 개장한 날을 어찌 잊을 소냐! 역시 고등학교 시절이었는데, 그랜드 백화점에 같이 놀러간 친구와 역시 자전거를 타고서 호수공원에 갔는데, TV에서 무슨 쇼를 거기서 생방송하고 있었고, 우리는 엄청나게 몰린 군중들 저 뒤에서 당시 데뷔했던 신성우의 ‘내일을 향해’를 들으며, 무대가 너무 멀어서 노래를 부르는 신성우는 보이지도 않았건만, 가슴 찡하게 들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내가 대학생 시절이었을 때만 해도 일산이 그렇게까지 발달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지금은 화려한 먹자골목과 상가, 각종 오락시설이 밀집된 라페스타 자리는 내가 대학생 시절에는 아무 건물도 없는 공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운전면허 학원을 다닐 때, 강사들이 도로실습 연습을 그 곳에서 했었다. 그랬던 일산이 어느새 대형 백화점들이 속속 들어서고, 셀 수도 없는 식당과 각종 시설들이 들어서더니, 이제는 지상파 방송국 두 곳도 일산에 자리를 잡았고, 수도 없는 교통편이 마련되면서, 그야말로 이제는 환상의(?) 도시가 되어버렸다. 일산이 어느 정도 살만한(?) 곳이 되어버린 뒤로는 일산을 참 좋아했고, 일산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참 감사했다. 지금은 일산도 인구가 많아져서 교통이 다소 혼잡해졌지만, 초창기 일산은 정말 공기 좋고, 차도 전혀 막히지 않는, 그래서 마음이 참 편안한 곳이었다. 여기 저기 앉아서 쉴 수 있는 공원 같은 곳도 참 많았고, 비록 아파트촌이지만, 그럼에도 여기 저기 녹색 공간이 정말 많았다. 일산 초창기에 지어진 시설들은 이제 조금 낙후가 되기도 했지만, 어쨌든 서울에 있는 시설들에 비하면 그야말로 참 새 것들이었다. 노래방만 해도, 서울에서는 모니터 하나짜리에 오래된 냄새가 나는 노래방들이었지만, 일산의 노래방은 모니터 아홉 개짜리에 정말 깨끗하고 넓은 시설이어서, 서울에서 놀러온 친구들이 나중에는 일산을 부러워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지금도 나는 영국에서 비록 런던 시내에 있는 직장을 다니지만, 사는 곳은 런던에서 조금 외곽으로 떨어진 뉴몰든이라는 한인타운이다. 어떻게 보면 ‘서울과 일산’의 느낌이 ‘런던과 뉴몰든’의 느낌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일은 비록 복잡한 도시에서 하더라도, 퇴근 후 내 여가 시간을 보내는 곳은 조금 덜 복잡한 곳인 게 좋다. 일산은 그런 나에게 정말 딱 맞는 곳이었다. 대학 졸업 후 마침 직장도 일산에 있었기에, 그 시절이 참 좋았던 것 같다. 일산 안에만 있어도 모든 걸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일산의 맛집들이 등장하면서, 안 그래도 먹고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그야말로 행복할 수 밖에 없었다. 사회 생활을 해서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부모님을 모시고 일산의 맛집들을 다녔고, 영국으로 떠난 뒤에 이렇게 한국으로 휴가를 나올 때면 역시 부모님과 일산의 맛집들을 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뭐니 뭐니 해도 일산이 너무나 좋은 이유는, 영국에 있으면 꿈에도 일산이 그토록 그립게 등장하는 이유는 결국 부모님이 계신 내 고향집이 있어서가 아닐까?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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