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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를 거슬러 떠나보는 유로 건축 여행 20선 (8) 장누벨이 파리에 천개가 넘는 카메라 조리개로 디자인 한 아랍월드 인스티튜트
파리 시내 한복판 세느강의 남변에 위치한 아랍월드인스티튜트의 파사드는 먼발치에서 보면 전면이 유리인 평범한 건물에 불과하다. 그러나 한 걸음 한걸음 가까이 다가 갈수록 서서히 드러나는 이 건물 입면의 디테일은 마치 반전을 노리듯 전혀 예사롭지 않다. 전면의 유리 파사드 안쪽에는 금속으로 제작된 스크린이 있는데 이 안에는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카메라 조리개처럼 열렸다 닫혔다하는1600개나 된다는 구멍들이 있다. 그리고 이 조리개들은 매 시간 건물안으로 투과되는 빛의 양을 조절하기 위해 자동으로 작동된다. 파리는 고대와 현대 건축물들이 균형있게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크고 작은 다양한 모뉴멘트들이 잘 어우러져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파리 시내 곳곳에서 느껴지는 이런 적절한 조화의 전반적인 정서는 장 누벨의 아랍월드인스티튜트에 그대로 표현되어있는 듯 하다. 움직이는 금속의 수 많은 조리개들은 아랍 건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양한 문양의 목재 스크린에서 영감을 얻었을 것이 분명하다. 정적인 스크린에 오직 자연광만이 다른 시간대를 배경으로 이동하며 동적인 그림자를 새긴다. 이 것이 아랍세계의 전통적인 스크린이며 여기에선 물론 자연광이 주체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야심에 찬 프랑스 건축가 장누벨은 통과하는 빛도 시간별로 조절하는 스크린이 주체가 되게 끔 디자인을 했다. 불변하는 자연의 진리와 현대 인류 문명의 적절한 조화를 시도한 프로젝트이다. 한 번 걸러져 투과되는 부드러운 빛으로 실내 분위기는 경건하다. 반면 전면의 유리 파사드는 보는 각도에 따라 강한 빛을 반사하며 가끔은 현대 건축물의 냉소한 표정을 보이기도 한다. 7년 전 18개의 아랍 국가들이 프랑스와의 동의를 얻어내며 파리에 짓기로 했던 인스티튜트는 1987년 11월 30일에 당시 프랑스 대통령 미테랑에 의해 완공식이 거행되며 아랍문화를 전세계에 알리기 시작한다. 인스티튜트는 아랍 문화를 전파하는 것 외에 과학, 기술등 프랑스와 아랍국가들간의 실질적인 문화교류 도 담당했으며 이런 교류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인스티튜트의 총 면적은 약 1만 6천 제곱미터로 그 안에는 전시실, 박물관, 도서관, 300명 수용의 강당과 세느강이 내려다 보이는 9층에는 Le Zyriab라는 정통 레바논 음식 레스토랑도 있다. 무엇보다도 이 인스튜티튜트가 주목을 받았던 이유중에 하나는 박물관때문이다. 박물관의 수장품은 무슬림이전부터 오스만왕조까지의 아랍 이슬라믹 미술품과 중앙 아시아로부터 아틀란틱 즉 대서양 미술까지 대략 600점이 넘는다. 그 안에선 고대 원고, 실크 카펫, 도자기, 과학적 천문학적 기구들 까지 정말 다양한 역사적 산 증거들을 찾아 볼 수 있다. 말하자면 아랍 월드 인스티튜트는 아랍 세계의 희귀한 역사와 주요한 예술적인 사건들을 전시하는 고향인 것이다. 하이테크 감광막을 이용한 장치를 통해 실내로 끌어들이는 빛의 양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공모전에서 당선된 이 인스티튜트는 이후 더욱 기발하고 참신한 아이디어의 건물들이 창조되는데 커다란 공헌을 하기도 했다. 여하튼 부유한 아랍 국가들이 공동투자로 건설했으니자동으로 조절되는 조리개가 천개든 만개든 크게 개의치 않았을 터이고 단지 그들에겐 아랍세계의 독특한 문화가 유럽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전 세계로 전파되는 것이 관건이었으니 움직이는 파사드로 80년대의 유럽전반에 걸친 문화계를 떠들석하게 했던 기계건축이라해도 과언이 않을 법한 이 건축물은 그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다고 보여진다. RIBA, ARB (영국 왕립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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