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쾌한 토요일 오후
비님이 올드~읏 말드~읏, 혹 행사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내심 걱정도 되지만 또 그로 인한 신선한 바람에 한국정원을 찾는 발걸음이 가벼워집니다.
삼세대가 나란히 한국정원 문화행사 나들이에 나섰네요. 독일에서 삶의 터전을 잡으신지 거의 50여년이 되어가시는 시아버지,시어머니
독일에서 태어나 자라난 교포2세 남편. 남편을 따라 무작정 유럽살이에 나선 엄마 손을 잡고서 돌 갓지난 무렵 유럽에 건너와 살게된, 이제는 초등학교 입학을 눈앞에 두고 있는 아들냄이. 하하호호 한국말과 독일말을 섞어가며 행사에 관한 얘기들을 나누는 삼세대의, 호기심과 기대감에 가득찬 발걸음이 드디어 정원안으로 향해집니다.
앗!! 우리 정원이 이렇게 달라졌어요~~
1년이나 되었을까요~ 4년여의 비엔나 생활을 접고서 이곳 프랑크푸르트 근교로 이사온 얼마후 한국정원이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하고서 처음 인연을 맺었던 우리 한국정원의 모습..
"어라~~이게 다인거야~~"
그저 조그마한 정자 두채 이쪽 저쪽으로 나뉘어져 덩그맣게 자리잡고 있는 쓸쓸하고 허전하던 그 느낌.. 그렇게 한국정원은 초라한 모습으로 제 기억 한켠으로 밀려나 버리고 말았죠.
하지만 오늘 다시 접한 우리 한국정원은 너무도 단정하고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아름드리 키작은 나무들이 정겹게 줄지어 반겨주고 있는 그리운 고국의 작은 모습을 가져주고 있네요. 색색, 빛깔고운 한복자락과 이곳저곳에 전시되어진 한글서예,동양화 작품들은 고운선을 지닌 정자 지붕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며 한국의 단아하고 정깊은 향기를 그대로 뿜어 주고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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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이 느낌이야~~" 정말이지 얼마나 뿌듯한 마음인건지..
이어진 고전무용,태권도 시범 그리고 내,외국인들이 함께 어우러진 가운데, 진행해주신 분 특유의 재미나신 통역안에서 우리 어머니와 아들까지 함박 웃음속에 한수 배움의 맛을 느껴볼수 있었던 국학기공의 시간은 특히 많은 외국인들에게 신선하고 흥겨운 경험의 시간이 되었을것임이 틀림없겠죠~ 어려운 자세 유지 가운데서도 열심히 따라하시던 독일 할머니와 꼬마아이의 눈빛은 즐거움 속에서도 자못 진지했었답니다.
한글로 씌여진 자신의 이름을 신기한듯 받아들고는, 정많은 민족스럽게 준비 해주신 맛나고 푸지~~임한 음식까지 대접받은 사람들의 얼굴에선 연신 웃음꽃이 피어났었죠.
한국인임이 더욱더 자랑스러워지고 으쓱해지는 순간이었답니다.
약2주전 자식,며느리,손주와 조금 더 가까이서 함께 해 주시기 위해 50여년 정든 땅 뮌헨에서 이곳으로 이사해오신 이민 일세대 우리 부모님. 북쪽 지역의 교포분들과 조금은 달리 거의 독일인들 사이에서 성장해 왔던 우리 2세대 남편. 가끔 놀러가 쌓은 이모,이모부, 형들과 강아지 다복이와의 추억이 한국에 대한 기억의 전부인 우리 3세대 아들. 각기 다른 배경과 경험속에 살아온 삼세대에게 한국정원은 과연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요. 바이에른 지방에서 접하시기 힘들었던 한국문화 행사의 장은 부모님께는 새 삶터에서의 출발을 기분좋게 알려주는 첫신호탄! 때로는 적과의 동침인듯 독일인이 이러하네~ 한국인이 이러하네~ 티격태격 신경전을 벌이기도 하는 우리 부부 사이에는 공통분모를 형성해주는 뜻깊은 자리!
독일속의 한국인으로 자랄 아들에게는 고국의 기운을 함께 지니고 살아갈수 있는 소중한 장소가 되어줄 우리 프랑크푸르트 한국정원!!
가끔은 외국살이에 갑갑해지고, 자신도 모르게 고국에 대한 향수로 힘들어질때 이 정겹고 포근한 한국정원을 찾아 보려 합니다.
참 감사합니다. 이렇게 외국에 살며 우리 정원을 가질수 있다는 커어다란 축복...
이번 행사를 준비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다음번 한국정원 가꾸기날엔 저도 한 일손 되어보려 합니다.
<사진 및 기사 제공: 독일 프랑크푸르트 서은주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