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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13 21:18
해가 지지 않는 나라의 그늘 (1)
조회 수 2926 추천 수 0 댓글 0
필자가 살고 있는 영국은 한 때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리웠다. 과거 영국의 제국주의와 그들이 저지른 일들은 결코 옳은 것이었다고 말할 수 없지만, 어쨌든 영국은 그러한 과거의 화려한 시절(?)을 바탕으로 ‘대영제국’의 명성을 전세계에 드높였다. 비록 어느 순간부터 미국에 그 자리를 넘겨주었을지언정, 영국은 여전히 미국도 갖지 못한 그 무엇(?)을 지닌 나라로 상당한 지위를 누려왔다. 하지만, 어느새 과거 대영제국의 화려했던 시절은 그야말로 과거의 일이 되어 버렸고, 영국은 서서히 병들고 지쳐갔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에 그늘이 드리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어쩌면, 지금까지 영국이 이만큼이라도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지난 제국주의 시절 식민지들과 노략질을 통해 쌓아올린 막대한 부와 지위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마저도 효력을 다 한 시점에 이른 것 같다. 이번에 런던에서 발생한 폭동으로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의 그늘이 전 세계에 공개되면서 영국은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다. 국제적인 망신뿐만 아니라, 영국인들, 그러니까 진짜(?) 영국인들은 영국이 이 지경까지 된 현실에 망연자실, 심지어 충격을 받았다. 지금 영국이 처한 위기는 너무나 복합적이다. 한국에서는 이번 런던 폭동과 관련해 이민자 수용정책, 다문화주의가 그 주된 원인인 것처럼 여기면서, 그래서 한국도 외국인 근로자들을 수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둥 반이민자 정서를 확산시키려는 조짐이 보였다. 아마도 영국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이, 평소 이민자들, 특히 동남아 출신 이민자들에 대해 혐오감을 갖고 있는 이들이 이번 런던 폭동 소식에 옳다구나 하면서 목소리를 높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 영국이 처한 위기를 들여다보면 분명 이민자로 인한 문제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이번 폭동이 반드시 이민자들로 인한, 다문화주의의 실패로 인한 폭동만은 결코 아니다. 한국과 영국은 사회 구성원, 이민 정책, 사회 복지제도 등 여러 요소들이 서로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한국의 이민자 문제와 영국의 이민자 문제를 그대로 비교할 수 없다. 이번 이야기를 쓰면서 참 조심스럽다. 그래도 명색이 영국에서 언론 공부를 했고, 그래도 전 유럽으로 발행되는 주간신문에서 5년 째 영국기사 전담 기자로 일한 필자는, 사실 시사적인 사안에 그렇게 박학다식한 편이 아니고, 시사적인 사안에 대한 글을 잘 쓸 줄 모른다. 그럼에도 이번 런던 폭동을 통해 드러난 해가 지지 않는 나라의 그늘에 대해, 내가 개인적으로 경험하고, 생각하고, 느낀 얘기들을 써 보려 한다. 내가 영국에 와서 느낀 영국의 가장 1차적인 문제, 지금 영국이 처한 위기의 가장 근원이 되는 문제는 ‘가정의 붕괴’다. 영국에 처음 와서 가장 놀랐던 것은 영국의 청소년 문제였다. 말로 백 번 설명하는 것보다 영국의 청소년 문제를 직간접적으로 다룬 영화들인 ‘이든 레이크(Eden Lake)’나 ‘해리 브라운(Harry Brown)’ 같은 영화를 보시기를 추천(?)한다. 영국의 현실을 잘 모르는 이들은 이런 영화들을 보면서 “설마 저렇게까지야 하겠어?”하시지만, 슬프게도 정말 그렇다. 길거리를 배회하는 청소년들, 그들이 연루된 각종 사건사고들이 영국 일간 뉴스에 단골로 등장한다. 더욱 답답한 것은 사법제도가 그들을 처벌하거나 교화시킬 수 없다는 것이고, 더욱 무서운 것은 청소년들 자신이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조금도 겁이 없다는 것이다. 당장 이번 런던 폭동에 가담했다가 체포된 이들 중에는 10대 초반 청소년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으나, 이들은 법적 처벌이 불가능한 미성년자라 결국 훈방 조치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영국 청소년들은 10대 초반이라도 나보다 덩치가 큰 녀석들도 많은데, 단지 미성년자라는 이유 만으로 어지간한 범죄는 저질러도 별 탈(?)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도 이 사실을 안다는 것이다. 당장 필자가 예전에 살던 동네에 10살도 채 되지 않은, 어떻게 보면 꼬마 녀석들이 날마다 패거리를 지어서 공터에서 모여 있거나, 거리를 배회하곤 했는데, 그래서 필자는 이들을 영화 ‘에덴 레이크’의 등장인물들 같아서 에덴 레이크라고 이들을 부르곤 했다. 10살도 되지 않은 녀석들인데, 어디서 구했는지 담배를 피우는 것은 예사고, 지나가는 한국인들에게 시비를 걸기도 했다. 그 중에서 우두머리 녀석이 있었는데, 하루는 이 녀석이 기분이 안 좋은 일이 있었는지, 길거리에서 어떤 물건을 발로 밟아대며 미친 사람처럼 펄쩍 펄쩍 뛰는데, 그 녀석이 나중에 덩치크고 힘 센 성인이 되면 어떤 일을 벌이게 될지 정말 염려가 되었다. 영국에는 이렇게 앞날이 정말 어두워 보이는 청소년 무리들이 사방에 널려있다. 런던이나 런던 근교도 이런데, 지방 도시의 빈곤 지역은 이보다도 훨씬 심할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어느 날 갑자기 뿅! 하고 나타난 게 아니다. 즉, 이들이 이렇게 되도록 방치 혹은 조장한 책임은 이들의 부모들에게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결국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영국이 처한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가정의 붕괴’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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