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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를 거슬러 떠나보는 유로 건축 여행 20선 (11) 스파와 함께 심신에 찌든 피로까지 씻어내는 피터쥼토의 Therme Vals 영국에서 살다 보면 고국과 비교해 몇 가지 아쉬운 것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목욕탕이 없는 것이다. 특히 음산하고 긴 겨울이면 더더욱 고향 동네 목욕탕이 생각나곤 하는데 그럴 때면 필자는 근처 짐 (Gym) 에 있는 사우나를 찾는다. 소싯적 아버님 손을 잡고 가던 목욕탕처럼 삶은 계란도 없고 특히 좋아했던 면도거품냄새도 없지만 그 간 쌓인 몸 속의 노폐물을 대신 땀으로 배출하기 위해서다. 스위스 알프스 산맥에 위치한 발스 (Vals) 라는 계곡엔 바젤에 체류할 때 가끔 들르던 스파가 하나 있다. 규모면에서나 마감재료에서나 필자의 동네 목욕탕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크고 훌륭하지만 누군가 “Size doesn’t matter” 라고 하지 않았나? 그 곳에만 가면 어릴 적 동네 목욕탕처럼 편하고 기분이 좋았다.
이 스파는 1996년 스위스 건축가 피터 쥼토 (Peter Zumthor)에 의해 지어진 Therme Vals 라는 건물이다. 발스라는 계곡의 마을은 자연적으로 온천이 솟아나는 곳으로서 60년대 한 때 어느 독일 개발업자가 몇 동의 호텔을 포함해 관광단지를 건설할 만큼 각광을 받았었다. 그 후 80년대경 이 개발업자가 파산하며 룸이 1000개나 넘는 호텔은 마을 사람들이 결성한 조합에게 넘어가고 조합원들은 이 곳에 온천물로 수치료도 가능한 스파시설을 건설하자는데 목소리를 같이하게 된다. 기존의 호텔기능을 보완하는 것은 물론 호텔 투숙객들을 위한 최상의 스파시설을 위해 조합에서 초대한 건축가는 바젤 출생 피터쥼토였다. 발스 지형을 연구하고 주변 채석장들을 둘러본 건축가 피터는 테이블처럼 생긴15개의 유닛들을 퍼즐과 같이 조립해 만든 마치 유적지에서 발견되는 널찍한 기초 같은 스파 건물을 선보인다. 건물의 반은 언덕에 파묻혀 호텔에서 접근하는 스파로의 통로는 마치 동굴 같은 느낌이다. 언덕 위 호텔에서 내려다보는 건물의 지붕은 드넓은 잔디뿐이고 유닛들의 이음새만 유리로 덮여 패턴을 이루고 있다. 15개의 유닛의 실내 외 입면 마감처리는 주변 채석장에서 나오는 6만개의 돌로, 잔디가 덮인 유닛 지붕은 콘크리트로 제작했다.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지붕에 패턴처럼 들어나는 선들은 유닛과 유닛사이의 8센티미터 간격들을 덮고 있는 유리패널로 그 사이를 통해 새어 들어오는 빛은 스파의 실내 돌 표면과 잔잔한 수면에 조용하게 자신을 새기기 시작한다. 이 곳에서는 야외 옥상에서도 스파를 즐길 수 있다. 눈 덮인 추운 겨울에 알프스 산을 올려다 보며 즐기는 야외 스파는 전날 마신 와인으로 혼미해진 정신을 맑게 한다.
Therme Vals 에는 마치 건축가의 디자인 아이디어는 없고 원래부터 건물이 물질로서 그 자리에 그렇게 덩그러니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까지 들게 한다.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하는 일반적인 건축행위가 아닌 아예 아이디어가 무의미했던 본질 그 자체로서의 건축을 실현한 듯이 말이다. 피터에게 건축이란 언제나 구체적이고 사실에 의거한 문제일뿐 그 안에 추상적 개념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늘 건축을 경험한다는 것은 만지고 보고 듣고 냄새를 맡는 행위가 가능해야 한다고 말하곤 했던 것은 아닌가? Therme Vals 에서처럼 온도, 색깔, 재료의 질감 그리고 빛이 그 곳의 분위기와 무드를 연출하고 있듯이 말이다. 오늘날 현대인들은 스트레스 보균자들이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현대인들은 스트레스를 달고 살아가고 있다. 이렇듯 매일매일이 전쟁터인 일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알프스 계곡에서 온천수와 함께 느긋한 여유를 만끽하게 된다면 그것이 바로 신선놀음이고 온갖 스트레스를 치유하는 명약일 것이다. 박치원 RIBA, ARB (영국 왕립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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