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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를 거슬러 떠나보는 유로 건축 여행 20선 (12) 렘 쿨하스가 디자인 한 보르도 하우스는 핸디캡 클라이언트의 작은 세상이다 중세풍의 프랑스 보르드 지방에 애들 셋의 부유한 가정이 있다. 오래됐지만 구석 구석 클래식한 건축적 디테일들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그들의 저택은 그야말로 낙원이었다. 하지만 행복했던 가정은 1992년 어느날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하며 그 어느 가정보다도 불행해진다. 그들의 집은 더이상 낙원이 아니었고 사는 이유조차 상실해 버린 남편에게는 마치 감옥 같았다. 결국 가족들은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결심하고 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위의 땅을 사 건축가에게 디자인을 의뢰하게 된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하루아침에 핸디캡 가족이 된 이들을 위해 네델란드 건축가 렘 쿨하스가 설계한 아니 (고안했다는 표현이 낫겠다) 고안한 집은 여느 집과는 다르다. 장애인이라면 당연 레이아웃이 심플하고 이동이 용이한 단층 구조의 주택을 선호했을텐데 휠체어에 의존하게 된 남편은 렘 쿨하스에게 오히려 복잡한 체계의 집 구조를 요구한다. 핸티캡이라는 이유로 집 안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대부분이고 그래서 집은 그에게는 축소된 바깥 세상이길 원했던 것일까? 그리고 그만의 세상에서 일반인들이 매일매일 당면하는 그 복잡성을 피부로 경험하기 위해설까? 총 3개 층으로 구성된 하우스는 겉으로 보기에는 클라이언트의 요구처럼 그렇게 복잡해 보이지는 않는다. 재료가 각기 다른 3개의 직사각형 복스를 쌓아 놓은 듯한 단순한 구조지만 그 안엔 렘 쿨하우스만의 컴플렉스한 공간 레이아웃으로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반은 언덕에 파묻힌 지상 1층엔 부엌과 식당이 있다. 사면이 투명한 유리인 중간층엔 거실이 있고 그 곳에선 낮과 밤에 시내풍경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그리고 꼭대기 층은 침실이다.
각기 다른 마감 재료와 용도로 의도적으로 개성이 뚜렷하게 디자인 된 3개 층들이지만 두 개의 계단과 방 하나 크기만한 엘리베이터로 서로 수직적으로 연결 되어 있다. 방 만한 크기의 플랫폼 엘리베이터가 바로 핸디캡이 있는 남편을 위한 공간이자 이동 수단이다. 물론 지상 1층과 꼭대기 층에 다다라선 식당, 와인창고, 밤엔 침실 등으로 별다른 어려움 없이 휠체어를 밀고 갈 수 있지만 거실 층인 중간층에 머물면 엘리베이터 플랫폼은 그의 사무실 공간이 된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기도 하다. 바깥 세상을 닮은 듯 복잡해야 하지만 이동이 불편한 클라이언트에게는 공항 컨베이어 벨트에 올라타고 있듯 여기저기 접근이 용이해야한다? 결코 쉽지 않은 문제였을 텐데 렘 쿨하스의 답은 이렇듯 시원했다.
이 몇 자 되지 않는 칼럼 하나로 복잡하지만 시원시원한 그의 건축 세계를 모두 다 피력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고 그래서 아쉽다. 하지만 렘 쿨하스가 현세의 건축계를 대표할 수 있는 실로 경이적인 인물이라는 것을 부인할 건축인은 많지 않을 것이다 또한 디자인뿐만 아니라 이론에서의 건축을 향한 그의 공헌은 분명한 획으로 후세에 남겨질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필자는 지난 96년 비즈니스관계로 뉴욕에서 45일간 체류하며 “Delirious New York” 이라는 책을 다시 사서 읽은 기억이 있다. 사조와 흐름으로 지탱되는 서양 건축사를 모더니즘의 삐딱한 해석으로 사정없이 흔들고 있는 그 이론을 집성한 거대 도시 뉴욕-맨하탄에서 그의 혁명을 체험하고 가능하면 동참하고 싶은 바램에서였다. RIBA, ARB (영국 왕립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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