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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11 04:17
오만한 천재 스티브 잡스와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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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한 천재 스티브 잡스와 인문학 각계 각층에서 깊은 애도와 헌사를 보냈다. 비정한 주식시장에선 쓰러진 적장(?)을 재료삼아 애플과 경쟁관계에 있던 IT회사들의 주가가 급등했다. 물론 그것도 삶의 일부다. 혁신의 전도사, IT시대를 이끈 영웅, IT황제, 창조적 천재, 위대한 CEO,.. 그를 수식하는 말들은 하루가 지났지만 여전히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부질없다. 그럴수록 바닷물로 갈증을 달래는 것처럼 아쉬움만 더 커진다. 이제 고인이 됐지만 그의 이미지는 여전히 극단적인 두 가지 모습으로 교차된다. 오만한 천재, 그러나 고독하고 초췌한 자연인. 물론 세상은 열정적으로 IT혁신를 리드하고, 수백억 달러의 자산을 가진 성공한 CEO로서 그를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차가운 금테 안경속 넘어 고독하고 우수에 찬 그의 눈매가 더 선명하게 밟힌다.췌장암 투병에 따른 초췌한 모습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졌을지도 모르지만 그가 고민했던 IT혁신의 주제들은 실제로도 그의 내면적인 고독과 연관이 깊다. 미혼모에서 태어나 입양된 부모에서 자란 스티브 잡스. 그의 어린 시절이 불우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입양사실을 알고 난후 방황했던 청소년기, 그리고 당시 미국 히피문화에 젖어 마약에 빠졌던 그가 새로운 이상을 찾아 동양철학을 공부했고 인도 여행을 떠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물론 인도 북부의 히말라야 여행에서 그는 인간 내면에 대한 정신적 만족감을 얻지 못해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태생적으로 가족, 사랑, 감성적 풍요로움 등 이런 감성적인 부분에서 보통의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결핍된 삶을 살았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불교로 개종하고, 동양적 취향에 빠진것도 그런 것의 작용이었을 것이다. 그런 연유때문인지는 몰라도 생전의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신제품을 발표할 때마다 빼놓지 않고 '인문학'을 강조했다.인문학은 결국 인간에 대한 학문이다. 지금은 문(文)ㆍ사(史)ㆍ철(哲)을 포괄하는 정도의 의미로 좁게 쓰이지만 인문학이라는 용어 자체가 라틴어의 'humanitas(인간다움)'에서 나온 말이다. 니체의 말을 빌리자면 "인간의 삶의 경험에 대한 이해와 그 의미 탐구를 통해 궁극적으로 스스로의 성숙한 삶을 형성하게끔 해주는 학문"이 인문학이다. 다시 말해 인간의 삶과 주변세계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인간성을 고양하기 위한 실천적 공부라는 말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므로 원래 인문학은 현실적 효용성과는 무관한 것이다.올해 1월 아이패드 신제품 프리젠테이션에서 스티브 잡스는 ‘인문학(Liberal Arts)과 기술(Techonology)의 교차로에 애플이 서 있다'는 유명한 말로 애플의 정체성을 설명했고, 자신의 혁신 철학의 지향점을 더욱 분명히 했다.실제로 애플의 제품들은 직관적이고 감성적이다. 그래서 애플의 제품은 OS(운영체제)와 같은 핵심 기능 못지않게 혁신적인 디자인과 UI(유저인터페이스)도 매우 중요한 가치를 부여한다. IT에 인문학을 결부시키는 것이 매우 어렵고 철학적일 수 있다. 하지만 결국은 IT혁신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대상은 ‘인간’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그의 메시지는 군더더기 없이 분명하다.감성, 창의성, 따뜻함, 평등과 분배, 문화수준, 철학 등 그동안 IT와 별 연관이 없다고 생각됐던 수많은 사회 인문학적인 가치들이 스티브 잡스에 의해 재평가되는 계가가 됐다. 이 때문에 우리 IT산업에도 때아닌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다. 스티브 잡스가 진정 위대한 인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은 이 때문이다.우연하게도 그가 세상과의 영원한 작별을 고할 때, 마침 미국 뉴욕 맨하탄에서는 월가의 '탐욕스러운' 금융 자본가들을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었다. 스티브 잡스는 인류에게 너무나 혁신적인 선물을 주었지만 그에 못지않게 인류가 풀어야할 숙제 또한 던지고 떠났다. 물론 그 주제는 '인간'이다. 우리 IT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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