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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였던 금요일 저녁, 내가 활동하는 가야금과 기타의 듀엣 KAYA의 첫 단독 콘서트가 주영한국문화원에서 개최되었다.

 

사전 예약으로 좌석이 배정되었는데, 아무래도 KAYA가 영국에 정착해서 활동하는 현지 뮤지션이어서 아는 지인들이 많았던 탓인지, 감사하게도 유례없이 사전에 전석 예약이 종료되면서 이후 예약을 신청한 분들은 대기명단에 등록되어 예약 취소자가 나타나길 기다리셔야 하는 죄송한(?) 상황까지 발생했다.

 

어쨌든, 그렇게 설레는 혹은 긴장되는 마음으로 기다리던 공연날은 밝았고, 모든 준비가 끝난 뒤에 무대 뒤에서 떨리는 마음으로 공연 시작을 기다렸다.

 

이윽고 시작된 공연, 무대로 나가서 객석을 보니 정말로 빈 자리 없이 관객들로 꽉 차 있었고, 무엇보다 외국인 관객들이 압도적으로 많아서 기쁘기도 하면서도 부담이 되기도 했다.

 

KAYA의 콘서트를 통해 한국과 한국문화를 처음 접하는 이들도 많을 테니, 정말 잘 해야 했다.

 

다소 긴장했던 탓인지 조금 불안했던 부분도 있었지만, 어쨌든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로 화답해주었고, 공연 초반이 그렇게 넘어가면서 중반으로 접어들 즈음, 아주 조용하고 아름다운 곡을 연주하고 있는데, 갑자기 화재경보 알람이 삐요 삐요하면서 미친 듯이 울려대기 시작했다.

 

아마 경험해 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영국에서 이 같은 알람 소리들은 정말 크다. 순간 참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몇 번 울리다 말겠지 싶어서 연주를 계속하려 했는데, 이미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연주 소리보다도 알람 소리가 더 큰 상황, 문화원 관계자들이 무슨 일인가 알아보려 분주히 뛰어다녔으나, 야속하게도 알람 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이윽고 문화원 관계자가 와서는 연주를 중단시킨 뒤에 우리 모두 건물 밖으로 빠져나가야 한단다. 관객들은 일제히 오우하는 탄식 소리와 함께 그럼에도 연주자들을 배려하여 큰 박수를 쳐주었다.

 

영국에서는 이렇게 화재경보 알람이 울리면 원인이 규명되거나 해결되기 전까지는 건물 내 모든 사람들이 무조건 밖으로 나가있어야 한다.

 

보니까 문화원에서 발생한 알람은 아니고, 문화원이 속한 건물의 다른 곳에서 누군가가 금연 구역에서 흡연을 하다가 발생한 알람인 듯 했다.

 

어쨌든, 공연 도중 이런 일이 생기다니!

 

그 동안 문화원 역사 상 이렇게 행사 중 알람이 울린 것은 최초라고 한다. 하필 KAYA의 첫 단독 콘서트에서 이런 사고가 생기다니, 정말 어이가 없었다.

 

관객들이 대부분 객석을 빠져나가려는 즈음에 다행히 알람이 멈췄고, 당연히 실제로 화재가 발생했거나 한 것은 아니었기에 관객들은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오고, 공연도 재개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그나마 사태가 조기에 진정되었기에 망정이지, 실제로 관객들이 아예 건물 밖으로 다 빠져나갔더라면 공연은 거기서 중단되고, 그야말로 끝이었을 뻔 했다.

 

다행히 관객들이 객석에서는 일어났어도 건물 밖으로는 빠져나가지 않은 상황에서 사태가 마무리된 것이었다.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신 관객분들, 무대 뒤에서 연주자들은 황당하고 속상한 감정을 억누르고 다시 무대로 나갔다.

 

그 누구보다 마음이 힘들었을 연주자들을 위해 박수를 보내주신 관객분들, 비록 유쾌하지 못한 소동이었지만 그래도 즐거운 분위기로 전화위복 시켜야겠다는 마음에 나는 “At least, you’ll never forget our concert(적어도 여러분들은 저희 공연을 절대 잊지는 못하실 것 같군요)”라고 재미있게 멘트를 했고, 관객분들은 활짝 웃어주셨다.

 

이후 공연은 오히려 더욱 뜨거운 관객들의 반응이 이어졌으며, 앵콜까지 선사한 뒤에 공연을 마쳤다.

 

공연을 마친 뒤 어떤 분은 오히려 알람 소동이 일어나서 관객들이 자리를 뜨면서 더욱 아쉬움을 갖게 되었다가 공연이 재개되어 반응이 더 좋았다고 하셨고, 또 어떤 분은 연주자로서 당황하거나 불쾌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우리 연주자들이 프로처럼 침착하고 유머있게 대처했다며 칭찬해주시기도 했다.

 

공연 실황은 영상으로도 녹화가 되었고, 음향으로도 녹음이 되었으니, 조용한 연주 중 요란한 화재경보 알람이 울리는 그 소동은 고스란히 기록이 되었고, 다시 들어봐도 그 상황은 정말 황당하다.

 

아마 먼 훗날에는 아주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추억될 수 있겠지만, 이 공연을 위해 그토록 열심히 연습하고 간절히 고대했던 연주자로서는 그야말로 야속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살다 보면 이렇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야속한 일들이 얼마든지 일어나곤 한다. “왜 하필...” 이렇게 탄식하며 실망하는 일들, 조금도 예측하지 못했던 속상한 상황들...

 

어쩌면 그런 야속한 상황들은 우리들의 인생을 불행으로 떨어뜨리고 심지어 우리들의 인생을 파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또 한 편으로는 그런 야속한 상황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전화위복이 되는 긍정의 방향 역시 우리들의 선택에 달려 있을 것이다.

 

1 1초가 아쉬운 우리들의 소중한 인생, 비록 살다가 전혀 예상치 않았던, 전혀 원하지 않았던 야속한 일이 벌어진다고 해도, 그것으로 인해 인생이 반드시 어두워질 필요는 없는 것이다.

 

비록 예상했던 것은 아니지만, 비록 원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 야속한 상황 속에서도 인생은 우리에게 또 다른 행복의 문을 반드시 열어놓고 있다. 다만, 그 행복의 문으로 들어서는 것은 우리들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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