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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혜 예술칼럼
2022.05.09 12:14
꽃을 그리는 사람들 1 – 고흐
조회 수 185 추천 수 0 댓글 0
유로저널 317 꽃을 그리는 사람들 1 – 고흐 한국에는 매년 봄이면, 개나리, 진달래, 산수유와 매화를 비롯해서 벚꽃이 피면서 곳곳에서 꽃축제가 열린다. 그래서 뉴스에서도 전국지역별 벚꽃 개화시기, 만개시기를 보도할 정도다. 4월부터 유채꽃이 제주도를 노랗게 물들였고, 남원, 합천과 단양에서는 연분홍색, 진분홍색, 흰색, 빨간색 등의 철쭉이 그 자태를 뽐내고 있다. 경남 합천 황매산 철쭉 풍경
서울에서는 4월 중순 국회 둘레길을 따라 열리는 봄맞이 꽃들의 향연인 ‘영등포 여의도 봄꽃축제', ‘송파구 석촌호수 벚꽃축제’ 등이 열렸다. 이 때 코로나로 외출을 자제했었던 사람들이 몰려 나와 봄 향기를 한껏 즐겼다. 여의도 벚꽃길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사람들은 꽃을 좋아한다. 꽃을 보면 보통 “우와!” “야” 이런 감탄사를 만발하며 우리는 미소를 짓는다. 꽃은 색깔도 모양도 다양하고 예쁘니까 선물을 하기도 하고, 집에 두고 보기도 하며, 사진을 찍어 보관하기도 한다. 또 직접 그림으로 그리기도 한다. 그런데 이 세상에 예쁜 것이 꽃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나무도, 동물도, 심지어 건물도 모두 다양한 색깔과 모양으로 제 멋을 자랑할 만큼 아름다운 것들이 많다. 그런데 유독 사람들이 꽃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중 봄꽃은 우리를 가장 설레게 한다. 봄꽃은 다가올 날을 향한 희망과 용기를 상징한다. 추웠던 겨울을 이겨내고 봉우리를 터트리며 나오는 꽃은 우리들에게 생동감을 안겨 준다. 또 꽃의 향기는 우리의 마음을 더욱 설레이게 한다. 그리고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은 추억이 되기도 하고 추억을 생각나게 하기도 한다.
1. 당신에게 꽃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이것은 유명한 김춘수의 시 ‘꽃’의 일부분이다. 왜 내가 이름을 부르는데, 상대가 꽃이 되는 것일까? 여기에서 꽃은 빛과 향기가 있는 의미있는 존재를 의미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빛깔에 알맞은 적절한 이름을 상대가 불러 주기를 바라며 그리하여 나 또한 그의 꽃이 되고 싶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래서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의미있는 존재, 즉, ‘우리’라는 하나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1) 고흐의 해바리기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꽃 그림 중 하나는 바로 고흐의 ‘해바라기’다. Vincent Willem van Gogh, Sunflower, c. 1880s © Van Gogh Museum
김춘수의 시에서 꽃이 존재의 의미인 것처럼, 고흐에게도 해바라기는 그저 해를 닮은 노란 꽃이 아니었다. 고흐는 우리들에게 잘 알려진 작품 ‘해바라기’와 같이 활짝 핀 해바라기뿐만 아니라, 해바라기가 개화하기 전부터, 시들어서 지는 모습까지 모두 그림에 담아냈다. Vincent Willem van Gogh, Sunflower, 1887 ©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미술 전문지 '아트 뉴스페이퍼' 런던 통신원인 마틴 베일리는 고흐의 해바라기 그림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면서 '반 고흐의 태양, 해바라기'라는 책을 썼다. 그는 이 책에서 고흐가 세상을 떠나던 날에도 풍경화에 해바라기를 그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죽는 순간에도 고흐가 이렇게 해바라기를 그렸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고흐는 살아 생전에 해바라기가 "감사함을 상징하는 아이디어의 표현"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래서 고갱이 그와 함께 살게 되었을 때, 고갱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그를 반갑게 맞이한다는 의미로 해바라기를 그려 그의 방에 놔 두었다. 또한, 그는 자신의 그림들이 전원에 핀 해바라기가 상징하는 감사의 의미 속에 존재하는 고뇌의 울부짖음과도 같다고 말했다. 그는 가난함 속에서도 동생의 후원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것에 감사했고, 정신적으로 불안정했을 때도 그림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림은 그에게 삶의 의미이자 희망, 그리고 존재 그 자체였다. 그 존재의 감사함을 표현한 것이 고흐에게는 바로 해바라기였다. 그래서 해바라기의 피기 전부터 시들어 없어지기까지의 모든 모습이 고흐에게는 고귀한 순간이었다. 마치 해가 뜨고 우리의 삶이 시작되듯이, 또 해가 지고 우리가 하루를 닫듯이, 그에게는 꽃의 피고 지는 매 순간이 새롭고 아름다운 열고 닫음이었다.
해돋이와 노을
영국 BBC 의 한 인기 드라마 ‘닥터 후’에서는 고흐를 타임 머신을 태워 현재로 데려왔다. 이 재미있는 설정으로 고흐는 21세기 자신의 전시회장에 가게 된다. 그는 전시 큐레이터에게 고흐가 어떤 사람이냐고 묻고, 큐레이터는 고흐는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사랑받는 화가라고 말을 한다. 그 말을 들은 고흐는 자신의 영혼을 담아 그려 낸 활짝 핀 해바라기처럼 감격에 차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상상일 뿐인 설정이었지만, 고흐가 실제로 현재 세상에 와서 자신의 ‘해바라기’가 사람들에게 얼마나 사랑받는지를 보게 된다면 아마 드라마와 비슷하게 그는 가슴이 퍽 차 말을 잇지 못할 것이다.
2) 권미향의 봉선화
(다음에 계속…)
유로저널칼럼니스트, 아트컨설턴트 최지혜 메일 : choijihye107@gmail.com 블로그 : blog.daum.net/sam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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