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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독한국문인회 (회장 진경자)가 2004년에 발족할 때 초대회장직을 맡아 지난 4년간 문인회를 이끌어오며, 척박한 독일 땅에 재독문인들과 함께 한국문학의 씨를 뿌리고 싹을 틔워왔던 전성준 작가.  2006년 재외동포재단이 창립 10주년 기념으로 발간한 >재외동포작가 단편선집 15인선< 에 유일한 독일 동포작가로 그의 재외동포문학상 수상작품 >로렐라이의 진돗개 복구< 가 실려있다.  지난 4월 22일 첫 신임 임원단 모임이 열렸던 프랑크푸르트 길손식당에 전 작가는 이제 회장이 아닌 고문으로 참석하여 신임 임원단들을 격려하였다.  


유로저널: 재독한국문인회 회장으로 지난 4년간 활동하시며 가장 보람있었던 점이 있었다면 무엇입니까?

전성준:  누구나 한 번쯤은 자신이 살아 온 지난 과거를 돌이켜 볼 것입니다. 누가 저에게 제 인생에서 가장 보람을 느꼈을 때가 언제냐고 질문을 한다면 저는 주저하지 않고 재독한국문인회를 이끌어 가던 지난 4년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2004년 3월24일 발족한 재독한국문인회가 명실상부 회원들의 문학상 수상작품을 독일어로 번역하여 그 한글작품과 함께 발간한 >Koreanische Literatur in Deutschland< 와  >재독한국문학<이라는 한글 회원작품집을 2회에 걸쳐 출간한 점을 높이 사고 싶습니다. 고국을 떠나온 지 반세기를 바라보는 이민 1세들이 이중문화권 속에서도 우리 글인 한글을 사랑하고 한글로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고 발표하며 한국 문단에까지 재독한국문인회 활동이 알려진 점에 보람을 느낍니다.


유로저널: 재독한국문인회와 그 활동을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전성준: 재독한국문인회는 지난 2004년에 재외동포재단에서 주최하는 재외동포문학상 수상자 7명이 함께 모여 시작하였어요. 1999년도 1회 수상자인 황성봉 시인, 2회 수상자가 저였고 3회때 김순실 소설가, 4회때 진경자 수필가와 유한나 시인 5회때 김해순, 염혜숙 수필가가 창립멤버들이지요. 현재는 지난 4년간 꾸준히 문학과 창작에 관심있는 회원들이 참여하여 30여 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 해에는 회원 20명의 작품 시, 소설, 수필 등 40편이 수록된 첫 한글작품집 >재독한국문학< 창간호를 발간하였지요. 그리고 매월 4쨋주에 주간 동포신문에 2쪽에 걸쳐 회원들의 작품을 게재하고 있습니다.

지난 해부터는 회원들 뿐 아니라 문학에 관심있는 교민들을 대상으로 문학세미나를 열기 시작했고 소설과 수필 작법에 대한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올해도 봄, 가을 문학세미나가 열릴 예정입니다. 회원들이 직접 강사가 되어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유로저널: 독일에 오신 지는 얼마나 되셨습니까?

전성준: 1982년에 독일에 왔습니다. 독일에 오기 위해 한식 요리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뒤셀도르프 한국관의 한식 요리사로 초청을 받았지요. 한식 요리사로 경험을 얻은 저는 한국관 김 사장님의 배려로 광부로 일하고 있던 동생과 1984년 9월에 로렐라이에 한국식당을 개업하였고, 93년부터 프랑크푸르트 근처의 쾨니히슈타인에서 지금까지 제 천직으로 알고 식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유로저널: 언제부터 소설을 쓰셨으며 소설을 쓰게 된 동기나 계기가 무엇입니까?

전성준: 제가 많은 분들로부터 받는 가장 많은 질문 중의 하나입니다. 생각지도 못한 예외의 뜬금 없는 사람이 소설을 쓰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저는 평범한 사람으로서 교민사회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을 뿐더러 문학과는 동떨어진 직업인 식당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궁금하시다면  말씀드리지요. 초등학교 시절에는 글짓기 작문으로  많은 상을 받았고 >새벗< 어린이 잡지에 몇 차례 제 글이 올랐습니다. 중.고등학교시절에는 월간지 >학원<에 소설도 써서 발표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 원광대학에서 모집하는 호남 중.고등학교 문예콩클에 고등부 우수상과 대상을 받았었지요.

그러나 집안 형편으로 대학진학을 못하고 사업으로 직업을 바꿔 40여 년동안 책 한권 제대로 읽지 못하고 생판 다른 직업에 종사했습니다. 그 후 1986년에 라인강변 로렐라이에서 한국식당을 경영하던 동생이 교통사고로 죽게된 제 생애 가장 힘든 일을 겪고 나서 그 고통 속에서 제 자신을 다시 돌이켜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고통의 발로가 곧 소설을 쓰게 된 동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유로저널: 지난 2000년 제 2회 재외동포문학상 소설부문 대상을 받으신 작품 >로렐라이의 진돗개 복구<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전성준: 힘없고 약한 자는 언제나  강자에게 이용을 당하는 약육강식의 사회적인 부조리, 약자의 고통과 울분을 맹견 세퍼드 삼손과 진돗개 복구의 대결로 발산하려는 어느 어눌한 한 인간의 자화상이라고 볼 수 있는 논픽션이 가미된 소설입니다.
  

유로저널: 소설을 쓰고자 하는 교민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나 소설 작법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전성준: 가장 답변하기 힘든 질문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제 자신은 체계적인 단계를 거쳐 가며 문학강의나 소설 작법을 배운 적이 없습니다. 속칭 가방 끈이 짧은 측에 속합니다. 감히 제가 소설 작법을 운운할 수 있겠습니까? 꼭 답변을 듣기 원하신다면 다른 분 이야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농촌소설가로 유명한 오유권 작가를 아시지요. 이 분이 문단에 등단하기 전의 일입니다. 군에서 제대를 하고 고향인 전남 영산포에 가는 전라선 완행 열차를 타기 전에 소설가 김동리씨를 찾아가 제 소원이 소설가가 되고 싶은데 그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간청했더니 김동리 선생이 그에게 대뜸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고 질문을 했답니다. 오유권씨는 대학은 못 다녔고 시골 농업고등학교를 졸업했다고 답변을 하자,  그럼 농사 일을 할 줄 아느냐 물었다 합니다. 그거야 시골 농촌 출신이고 농업학교까지 졸업했으니 농사일이야 훤했지요.  그래서 „자신있습니다.“ 하고 대답을 하자  „그럼 농사를 지어라. 그럼 소설가가 될 수 있다“ 라고 말씀했답니다. 그 후 오유권씨는 고향에 묻혀 살면서 >영산강<이라는 농촌소설을 쓰고 농촌소설의 대가로 꿈을 이루었다 합니다.

흔히 흥미롭게 이야기를 잘하면“소설쓰고 있네.„ 하며 핀잔을 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핀잔을 받는 사람이 소설가의 기질이 있고 그가 이야기하는 내용이 소설입니다. 상대방이 흥미를 가지도록 이야기를 체계적으로 구성하고 진행하는 방법이 곧 소설 작법의 기초입니다.

  
유로저널 : 현재 주간 동포신문에 격주로 연재소설을 게재하고 계신데 바쁜 식당을 경영하시며 언제 그렇게 작품을 쓰시는지요? 왕성한 창작활동의 비결이라면 무엇입니까?

전성준: 나이 탓인지 새벽 일찍 기상합니다. 딸애가 선물한 애완견 시츄가 나이 열 여섯살이 넘었습니다. 아침마다 시츄와 타우누스 숲길을 산책하고 새벽시간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오랜 삶의 연륜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유로저널: 앞으로 쓰시고 싶은 소설의 테마나 주제는 무엇인지요?

전성준: 지금 주간 동포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잊혀진 세월들< 연작소설의  테마와 주제인 재독 교포사회 교민들의 숨은 애환을 발췌하여 계속 연재하고 싶습니다.


유로저널: 재독한국문인회가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이라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전성준: 재독한국문인회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가 아닌 우리글 한글을 사랑하고 한글을 재독교포 2세, 3세들에게 계승하고 보급하며 한글로 씌어진 한국문학을 유산으로 남기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순수한 재독한국문학단체 입니다. 재정이 어려워도  본질이 변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재독한국문학이 재독사회와 재외동포사회, 더 나아가 세계문학에 영향력을 끼치는 문학으로 성장해가길 바랍니다.


유로저널: 개인적으로 존경하고 본받고자 하는 작가가 있다면 누구입니까?

전성준: 중학교 다닐 때에 저는 이광수의 소설인 >흙< 상.하권을 일주일 동안에 다 읽었습니다. 제 친구 형님이 전주에서 학교를 다녔는데 그 형이  많은 소설책을 소장하고 있었습니다. 친구는 형 몰래 제게 책을 빌려 주었기 때문에 주말이면 고향에 돌아오는 형이 눈치채지 않도록 주중에만 책을 빌려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세계 명작도 많이 빌려다 읽었으나  특별히 감동받은 책은 별로 없었습니다. 제 수준에 맞는 책이 아니었기 때문에 제대로 이해를 못한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저는 춘원 이광수의 작품을 좋아 합니다. 이유는  귀한 책을 빌려 보기 위해 친구 집까지 이십여리 산길을 비를 맞으며 빌려다 본 책이 >흙<과 >유정<, >이차돈의 주검< 등 인상에 남는 추억이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끝으로 한마디를 드린다면 소설가는 많은 경험으로 소설을 쓰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생각과 상상력이 풍부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간접경험을 할 수 있는 좋은 책을 많이 읽고 직접 습작을 해보는 가운데 소설을 써보실 수 있기 바랍니다.  



전성준 작가는 지난  2005년 1월부터 주간 동포신문인 우리신문에 >잊혀진 세월들< 이라는 제목으로 연재소설을 게재하기 시작하여 현재 3년이 넘도록 41회에 걸쳐 작품을 기고하고 있다. 매월 1회 게재되던 이 소설은 독자들과 신문사의 요청으로 올해부터 격주마다 교민들에게 애독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쾨니히슈타인에서 한국식당 >리 식당<을 경영하며 직접 요리를 만들고 있는 전 작가의 특별별미는 고향음식인 전라도 추어탕. 지난 2006년 독일 월드컵대회를 앞두고 한국의 SBS 방송이 "프랑크푸르트의 추어탕" 이라는 제목으로 전 작가의 요리솜씨를 방영하여 독일 월드컵 대회기간동안 손님들이 리 식당에 떼지어 모여들기도 하였다.  

오늘도 감칠 맛나고 구수한 고향 맛으로 고객들에게 기쁨을 선사하고 있는 그는 지난 40여 년간 접어두었던 문학의 꿈의 날개를 점점 찬란히 펼쳐가며 그의 작품도 더욱 맛깔스럽게 만들어 나갈 것이다.      


(유로저널 독일 지사)
유 한나 기자
hanna211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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