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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전체
2006.06.08 03:26
격랑을 헤치고 화해로 다가가는 프랑크푸르트 한국학교
조회 수 2982 추천 수 1 댓글 0
2006년 교사세미나, 운영진과 교사들 뜻깊은 기념촬영 부활절 방학이 계속되고 있던 지난 4월29일 (토) 프랑크푸르트 한글학교 교사들은 휴가를 반납하고 수업개선과 교육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연례 세미나를 가졌다. 이날 세미나에는 윤인섭 주독일한국교육원장의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교사들의 연수에 들어갔는데 한 사람을 제외한 전 교사가 참여하여 근래에 보기 드문 높은 참석율을 보였다. 윤인섭교육원장은 이날 기조강연에서 전날 있었던 로템부르크 한글학교 청소년들의 우리말 집중교육의 성공적 개최와 식후행사로 준비한 학생들의 뮤지컬 발표회에 관하여 소개하면서 감동스러웠던 장면을 소개했다. 학생들은 캐츠라는 뮤지컬 공연을 마친 후 선생님들께 드릴 선물이 있다며 무대를 떠나지 않았다는 것. 그런데 그들의 선물은 예상을 뒤엎고 노래였다고 한다.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노래를 합창하면서 자신들을 가르친 스승을 향해 진정어린 사랑을 표현하는 모습에 모두가 감동을 받았다. 그러나 더 놀라운 것은 이 노래를 선생님께 바치게 위해서 그 동안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여러 날을 숨어서 연습을 했다고 고백할 때였다. 이 고백을 듣는 순간 윤교육원장은 눈시울이 뜨거워질 수 밖에 없었다며, 바로 이 같은 순간들이 우리를 교단에 서게 하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세미나는 오전에는 주로 강연과 수업방안, 평가방법 등 개인 발표 순서로 진행되고, 오후에는 부서별 토의, 전체회의 등 단체시간으로 구성되었다. 이날 세미나에는 운영위원들도 전원 참석하여 교사들을 격려하는 한편 간담회를 통하여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과제에 대해서 의견을 교환했다. 상사주재원 신분으로 한국학교 사상 최초의 교장이 된 고성현교장을 만나보았다. 신임 고성현교장은 평소에 운영위원들과 개인적인 친분관계가 있어서 이따금 학교에 관한 일들을 들어오다가 지난 번 학부모 총회에 참석, 운영위원으로 선출되었고, 후에 학사위원으로 선임되어 교장직을 맡게 되었다고 간략히 취임경위를 설명했다. 고교장은 임기중 특히 교육과정 정립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며 학교가 역사가 깊고 규모가 큰 반면에 여러 모로 체계가 잡혀있지 않은 점이 가장 시급히 바로잡아야 부분이라고 보았다. 그는 무엇보다도 교육과 수업이라는 차원에서 각 교사들이 자신의 수업방향성을 확립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고교장은 그 동안 프랑크푸르트학교가 격동의 시간을 지내면서 몸살을 앓아온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 점에 대하여 그는 이제 교사들도 전향적인 사고를 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조심스럽게 견해를 밝혔다. 무엇보다 서로 마음을 열고 진심을 알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며, 이러한 상호간의 신뢰회복이 결국 학교운영은 물론 교육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고교장은 학사운영 책임자로서 교사들의 의견을 운영진에 반영할 때 교사편에 서서 교사의 대변자가 되기를 자임했다. 물론 교사들과 사전에 충분히 의견조율이 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그는 또한 운영진에 대해서도 바램을 말했다. 운영위원회는 학교내부의 소리들, 예컨대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 간에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이나, 학사에 관한 의견들을 경청하고 좀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어떤 결정이든 그것이 교육과 수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교장으로서 의사결정에 참여할 때 이러한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특히 학부모를 향해서 고교장은 다음과 같이 당부했다. “자녀가 단순히 토요일 몇 시간 학교수업을 받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을 할 것이 아니라 사고의 전향이 필요하다. 자녀들이 독일사회에서 성장하더라도 토요일 한글학교에 다닌다는 것은 수업 이외에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한국인의 행동양식과 한국적으로 사고하는 훈련 등 총체적으로 한국인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기회가 제공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프랑크푸르트 한국학교는 지난 수 년간 교사와 운영진 간에 계속된 불협화음으로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었다. 운영진은 지도력 부족과 비전문성으로 교사들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한 채 학사는 공전을 거듭하는 일이 잦았다. 특히 의욕적으로 출발한 전임 운영진은 현행 정관이 여러 면에서 비현실적이고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하여 개정을 추진했으며, 이와 병행하여 숙원사업이라고 할 “교직원 고용계약” 문제를 관철시키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입장과 견해가 다른 교사들의 저항에 부딛혀 2005년도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교사들은 자신들을 학사운영의 주체로 인식했으며 학교운영에도 일정부분 참여하기를 원했다. 이러한 교사들의 입장과 행동은 운영진의 비판을 받았다. 고용계약체결과 정관개정에 대한 입장 차이, 관행으로 지켜져 왔던 교사내규에 대한 인식의 차이 그리고 원활치 못한 학사행정 등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불신은 가중되고 관계는 악화돼 갔다. 설상가상으로 운영진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공석중인 학교장직이 비상 대행체제로 가동. 시간이 가면서 양자의 관계는 악순환이 반복될 뿐, 개선의 조짐은 보이지 않았다. 양 집단의 견해 차이는 더 심화되고 그 골은 깊어만 갔다. 급기야 학교 개교 이래 최초의 교사 해임 사태가 발발하고 양 진영은 일촉즉발 첨예하게 대립했다. 악소문과 흑색선전 그리고 흠집내기와 인신공격 등 부끄럽고 혐오스러운 작태들이 꼬리를 물고 우리 주변을 맴돌았다. 그리고 마침내 국내외의 네티즌들이 관련자 모두를 향해 무차별 공격에 나서면서 사건은 일파만파 수습이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던 중 다행히 결자해지 차원에서 운영진이 수습에 나서 급박하게 돌아가던 위기상황이 진정 국면으로 전환하는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그리고 지난 2월초 학부모총회는 앞으로 2년간 봉사할 새 운영위원 선출에서 한 명을 제외한 전년도 운영진 모두를 재신임하므로써 학부모들의 신뢰를 확실하게 표시했다. 교사들은 이 과정을 지켜 보면서 자신들을 점검하는 기회로 삼았다. 운영위원회(위원장 안병주)는 신임 고성현운영위원을 학사위원으로 선임했다. 그리고 고위원이 지난 3월 2일자로 학교장에 취임하므로써 마침내 직무대행 체제가 막을 내렸다. 이와 함께 역시 수 개월 간 공석 중이던 교무주임이 선출되면서 그 동안 파행적으로 운영되던 학사가 제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4월 마지막 토요일 새롭게 진용을 갖춘 운영위원회와 자숙과 진통을 감내한 교사들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만났다. 분위기는 과거와 사뭇 달랐다. 세미나가 진행되는 동안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지속되었고 참석자 모두 심기일전 과거의 아픔을 딛고 새롭게 도전하는 모습이었다. 세미나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교사와 운영위원이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아, 실로 몇 년만이란 말인가!”라는 탄성이 누군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교사와 운영위원의 단체기념촬영은 단 몇 초에 끝났다. 그러나 그 몇 초에 담겨있는 의미는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사람들 만이 알고 있었다. 프랑크푸르트 한국학교, 금년이 개교 30주년이 되는 해다. 이제 열혈청년기를 넘어 성숙된 장년으로 가는 문턱에 와 있다. 교사와 운영진 모두의 지성과 합리를 호소하는 다수의 학부모, 그리고 여전히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신뢰를 보내는 우리의 어린이들. 말없는 이들이 있기에 학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독일=유로저널> 프랑크푸르트 및 남부지역 지사장 김운경 woonkk@hotmail.com * eknews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6-08-16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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