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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독 한국 대사관 주 본 분관의 박 승규 서기관이 지난 6 월 9 일부터  주 본 분관 웹싸이트에 "예절을 지키며 독일이웃과 함께 하자."라는 제목으로 5 회에 걸쳐 글을 게재했다.

본 지는 박 서기관이 당시 월드컵 준비 등 눈코뜰 새없이 바쁜 기간중에서도 재독 및 재유럽 한인들의 안전과 자랑스러운 한국인의 품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글을 통해 한 나라의 외교관으로서의  소임을 다한 것을 높이 평가하면서,재독 한인들 뿐만 아니라 재유럽 한인 유로저널 독자 여러분들께 크게 유익하리라 생각하고 글을 전제하여 게재합니다.

3 회분의 경우 비록  월드컵 기간이 지났지만 여름 휴가철을 맞이하여 유럽을 여행중이거나 재유럽 한인들의 여행 시즌에 유익하고 적절한 글이라 생각하여 삭제 없이 그대로 게재합니다.  < 유로저널 편집부주>




예절을 지키며 독일이웃과 함께 하자 (1) - 서론  


중남미 사람들은 춤에는 일가견이 있습니다. 그들은 태어나기 전에 어머니 뱃속에서 이미 춤을 배운다고 합니다.

내가 스페인에서 근무할 때 사교댄스를 배우려고 한동안 동네 사교댄스클럽에 다닌 경력이 있는데 도무지 내 피 속에는 그런 유전자가 없는지 파트너의 얼굴은 못보고 신발이 어떻게 생겼는지 열심히 쳐다보다가 비지땀만 흘리고는 끝내 춤을 배우지 못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때 두고두고 잊지 못할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이웃집들과 같이 클럽에 가기로 하여 지하차고에서 만나기로 하였는데, 옆집 부인과 가볍게 뺨을 마주 대며 우아한 인사를 나누다가 그만 그 부인 뺨에다 키스를 하고 말았습니다. 그 부인이 전혀 내색을 하지 않아 난처한 지경을 무사히 넘겼는데, 서양 에티켓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 애교로 봐줄만한 사건이었습니다.

얼마 전, 베를린 Rutli-Hauptschule교사들이 이미자 자녀들의 학교폭력을 폭로하는 호소문을 공개하면서 사회통합(integration)문제가 불거져 나왔습니다. 독일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아랍계 이민자 자녀들에 대한 독일어 교육강화와 통합방안의 하나로 외국인 통합을 위해 국적 취득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강화되는 이민자격시험은 독일의 문화를 충실히 따르는 자들만 이민을 받아들이겠다는 것입니다.

우리 국민의 해외진출이 늘어나면서 여행국의 질서 및 국제 에티켓을 준수하지 않거나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도 증가하여 우리국민에 대한 이미지와 국가브랜드를 훼손시키고 있어 정부차원으로 “해외에서의 추한 한국인상을 불식”시키기 위하여 여행국 법령위반 등으로 국위를 손상시킨 사실이 있는 자에 대해서는 여권발급 제한조치 등 행정제재를 부과하기로 하였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독일에 오는데, 술에 취하여 호텔복도에 토하고 고성을 지르며 기물을 훼손시켰을 뿐만 아니라 전기밥솥을 가져와 음식을 끓여먹다가 카페트를 손상시킨 우울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모습을 행사를 주관한 독일측 기관이나 호텔측에서 어떻게 보았을까요?

이제 2006 독일 월드컵이 불과 3주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월드컵이 시작되면 많은 우리 관광객들이 독일을 방문할 것입니다. 이 시점에서 독일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도 자신들을 돌아보며 독일의 예절을 얼마나 잘 알며, 얼마나 잘 지키고 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우리들이 독일에서 살면서도 잘 지켜지지 않는 독일의 예절을 점검하여 주위로부터 좋지 않은 시선을 받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나도 때때로 공공장소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목소리를 높이거나 어색한 행동을 하는 때가 가끔 있음을 고백합니다. 잘 지켜지지 않는 이러한 행동들에 대해서 각자가 개선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다음 회에서는 그 첫 번째로 식당에서의 예절에 대해서 생각해보겠습니다.


예절을 지키며 독일이웃과 함께하자 (2) - 식당예절




쉬파겔(Spargel, 우리나라에서는 ‘아스파라거스’라고 함) 철이 돌아왔습니다!
흔히 독일음식은 맛이 없다고들 하지만, ‘쉬파겔’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내 입안에 군침이 가득 고이게 됩니다. 요즈음 독일식당에 가면 당연히 쉬파겔을 맛보려고 합니다. 옆 테이블의 독일사람들도 게걸스럽게 먹는 내 모습을 보며, 내가 한국식당에서 한국음식을 맛있게 먹는 독일사람들을 보며 느끼는 흐뭇함과 우호적인 감정을 똑같이 느끼는 듯 빙그레 미소를 보내옵니다. 그런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면 당연히 한 쪽 눈을 질끈 감으며 미소로 화답합니다.

동서양 문화가 서로 다른 만큼 동서양의 예절도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우리 한국식 예절은 밥상에서 코를 푸는 것은 매우 심한 결례가 되지만, 독일에서는 아무런 흉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어디서든지 마음놓고 시원하게 재채기를 할 수 있는데, 재채기가 나올라치면 꼬지락꼬지락하다가 ‘피식~’ 하며 불발탄을 유도하는 독일사람들을 보면 우습기도 하며, 슬그머니 따라서 해보지만 코가 짧은 탓인지, 콧구멍이 커서 그런지 번번이 잘 안됩니다.

***

1980년대 외국 여행을 한 일본 관광객은 약 450만 명이었으며, 그 중 200만 명이 유럽으로 관광여행을 왔습니다. 당시에 일본 관광객들이 거의 모두가 깃발을 앞세우고 단체로 몰려다니면서 큰 소리로 외치고, 남들이 뭐라고 하든지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하게 행동하여 서양 사람들의 비웃음을 사게 되어 일본 정부와 관광 알선 단체가 유럽 관광객들을 교육시킬 목적으로 ‘세련된 일본인 ? 외국에서 행동 하는 법’ 이라는 책까지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 내용들을 보며 지금 유럽을 여행하는 한국 관광객들이 1980년대 당시의 일본사람들이 하는 행동이나 별 차이가 없고, 눈에 거슬리는 행동은 일본 사람보다 나을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

한국 관광객들이나 서양에서 살고 있는 한국 사람들이 왜 서양 사람들의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하게 될까를 생각해 보았습다.

우리의 관습과 예절에 익숙한 우리들이 서양의 관습과 예절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막상 실천을 하려 해도 수십 년간 몸에 익은 관습과 예절이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아 어색하고 잘 되지 않는 경우가 있을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처음에는 어렵다 하더라도 조금만 지나면 본인이 열심히 노력하여 서양의 예절에 곧 익숙해질 것입니다.

서양의 예절을 모르는 사람은 당연히 우리 예절에 따라 행동을 하게 될 것이며, 그것이 서양 사람들에게 눈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있을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본인의 행동이 서양 예절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행동을 고치게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서양의 예절을 알면서도 그런 거추장스러운 것(?)을 무시하고 ‘당당한 한국인의 기상’을 표출하려는 경우가 있을 것입니다. 식당을 전세 낸 듯 왁자지껄 떠들고, 쩝쩝거리며 음식을 먹으며, 입안에 음식을 가득 담고 얘기하는 모습은 국내의 일반 식당에서 용납은 될 수 있겠지만, 우리 예절에도 맞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가 독일식당에서 흔히 범하기 쉬운 서양의 식당 예절들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봅시다.

- 식당에서 성질 급한 한국 사람들은 음식을 기다리다가 거의 숨 넘어갈 지경입니다. 독일 사람들은 잘 참아냅니다. 음식을 시키는 것도 요령이 있어야 합니다. 무엇을 시킬지 미리미리 정해 두었다가 웨이터가 오면 머뭇거리지 말고 빨리 시켜야 합니다. 먼저 음료수를 주문하고, 음료수가 나왔을 때 음식을 주문하면 됩니다. 웨이터를 여러번 부르거나 음식이 늦게 나온다고 재촉하는 것은 세련되지 못한 모습입니다.

- 큰 소리로 ‘헬로’하며 웨이터를 부르며 좌중을 압도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웨이터를 부르고 싶으면 웨이터와 눈이 마주칠 때 손짓으로 신호를 보내면 됩니다. 또한, 웨이터가 다른 손님들과 대화를 하는 중에 웨이터를 부르면 대부분 대꾸도 하지 않거나, 대꾸를 하더라도 그들의 싸늘한 눈길을 받기도 합니다. 식사를 잘 하고 체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 왁자지껄 떠들고 큰 소리로 웃어가며 음식을 먹으면 더 좋겠지만, 식당을 전세낼 수도 없는 일이고, 독일에서는 식당에서도 말소리가 식탁을 벗어나지 않도록 다독거려 봅시다.

- 음식을 먹을 때에는 쩝쩝 거리며 입을 벌리고 먹으면 보는 사람들에게 좋게 비쳐지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공기도 함께 위 속으로 넘어가게 되어 방귀나 트림을 유발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입술을 꼭 다물고 오물오물 먹는 습관을 길러 봅시다.

- 음식을 입 안에 넣고 말하며, 심지어는 말하는 도중에 입 안에 들어 있는 음식이 튀어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음식을 삼킨 후 (필요하면 음료수를 한 모금 마시고) 대화를 하면 훨씬 세련되게 보입니다.

- 동양의 예의를 모르는 독일 사람들이 식사 중에도 코를 팽팽 풀면서도 터져 나오는 재채기는 어떻게든 참아내려고 합니다. 코는 푸는 것은 괜찮지만, 재채기는 침을 튀겨 주위 사람들의 위생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우리 예절과 독일 예절이 다른 것 같습니다. ‘꺼억~’ 하고 트림하는 것도 독일 사람들이 지극히 싫어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독일에 살고 있는 한, 재채기나 트림을 참고 그 대신에 코라도 시원하게 팽팽 풀어 봅시다.

- 독일 음식은 동양 사람들이 다 먹기에는 양이 꽤 많습니다. 음식을 주문할 때 그런 점을 염두에 두고 적당한 양을 시키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검소한 독일 사람들은 접시를 빵으로 싹싹 닦아 먹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우리도 주문한 음식을 남기지 말고 가급적 다 먹는 습관을 길러야 하겠습니다.

- 한국에서는 어른들이 식사하는 도중에 아이들이 식탁사이를 운동장처럼 뛰어다녀도 아이들의 기가 죽을까봐 아무도 제지하지 않습니다. 독일 식당에서는 그런 아이들의 기를 약간 잡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독일 아이들도 멋모르고 따라하다가 집에 가서 부모님 망신시켰다고 혼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 여성들은 식사를 하는 동안 예쁜 얼굴에 화장이 망가졌을 까봐 식사를 마치자마자 거울을 꺼내들고 화장을 고치기 시작합니다. 내 생각에는 별로 예절에 어긋나는 것 같지 않은데, 서양에서는 이런 모습을 천박하게 본다고 하니 여성들은 이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하겠습니다.

- 음식을 다 먹고 계산할 때에는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면 5% 이내의 팁을 주는 것에 인색해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그 식당을 다시 방문하게 될 때에 웨이터의 환영을 받을 것입니다.

예절이란 지키자고 들면 끝이 없기 때문에 예절 지상주의에 얽매일 필요는 없겠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앞에 언급한 정도는 독일에 살거나 여행하는 사람들이 지켜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절을 지키며 독일이웃과 함께하자 (3) - 월드컵 예절  
공공 예절은 일상적인 상황에서 보통사람들이 지켜야 할 예의바른 태도를 말하며, 상대방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려는 배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상대방의 마음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본인의 희생이 뒤따라야 하기도 합니다.

우리 월드컵 대표팀이 6월 6일 영국으로부터 전세기 편으로 쾰른/본 공항을 통해 독일에 입성했습니다.

아드보카트 감독을 선두로 우리 대표팀이 비행기 트랩을 내려오는 동안 어느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100여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초점을 선수들에게 맞추느라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과 상대적으로 무표정한 선수단의 얼굴에서 대표선수들이 훈련을 고되게 하고 왔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열린 한국과 가나의 독일 월드컵 축구 평가전에서 한국 현지 응원단이 가나의 국가가 울려 퍼질 때 꽹과리와 북을 치며 ‘대~한민국’을 연호하여 비난을 받았다는 기사를 읽고, 씁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축구에서 지는 것이야 언제나 있을 수 있는 일인데, 응원 예의가 엉망이 된 것이 국제 망신을 당한 느낌이었습니다.

명성이나 신뢰 등은 쌓기는 어려워도 무너뜨리는 것은 매우 쉽습니다. 며칠 전, 국도를 따라 외딴 시골을 지나다가 ‘쉬파겔 팝니다’라는 안내판을 보고 농가로 들어갔습니다. 주인 아주머니께서 저에게 어디서 왔느냐고 묻기에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대뜸 ‘차붐(차범근)’ 이라는 말을 꺼내면서 자기 딸이 차붐 아들과 같은 나이라며 침을 튀기며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차범근 선수가 1979년 분데스리가 프랑크푸르트팀에 입단하여 활약할 당시에 전설같은 이야기들은 끝이 없습니다. 차붐을 독일로 귀화시키려고 하였을 뿐만아니라, 레버쿠젠팀 선수의 육탄공격에 심한 부상을 입자, 프랑크푸르트 팬들은 레버쿠젠까지 가서 그 선수를 살해하겠다고 위협하는 소동이 있었으며 1983년 레버쿠젠으로 이적할 당시 프랑크푸르트 팬들은 울음바다를 이루었다고 합니다.

독일국민들의 차범근 선수에 대한 애정은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도 변함이 없습니다. 레버쿠젠시의 관계자는 차범근 선수가 공개훈련에 오느냐고 묻습니다. 차범근 선수가 독일에서 쌓아 놓은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는 몇몇 ‘어글리 코리언’들의 훌륭한 활약으로 쉽게 깨뜨릴 수 있습니다.

독일 월드컵은 “세계의 친구들과 함께(A time to make friends)” 하는 시간입니다. 축구경기는 선수들이 자주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게 되며 응원하는 관중들도 흥분하여 이성을 잃게 되기도 합니다. 언론에서는 독일 월드컵에 한국에서 오는 관광객들의 수가 1만여 명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축구장 안에서는 선수들이 승패에 집착한 나머지 무리한 반칙을 할 수도 있으며 의욕에 넘쳐 응원을 하다가 분위기를 망치거나 다른 관객들에게 피해를 끼칠 수도 있습니다.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 있는 가운데 선수들과 응원하는 관객들이 '동방예의지국'이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월드컵 예절을 지켜서 좋은 성적과 한국의 국가 이미지를 더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월드컵을 통해서 독일국민뿐 아니라 토고, 프랑스 및 스위스 국민들과 좋은 친구가 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축구는 오프사이드라는 규칙이 있어서 더욱 더 묘미가 있습니다. 오프사이드는 상대팀에 너무 깊숙이 들어가 있으면 안되는 것인데, 우리 독일 교포들이나 월드컵 관광객들은 2006 월드컵은 독일에서 개최되는 월드컵인 만큼 우리가 개최국이 아니라는 것을 잘 살펴야 하겠습니다. 엊그제 독일 TV에서 ‘훌리건’이라는 영화를 방영되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유럽에서 ‘스킨헤드’에 의한 살인.폭력 등 인종차별 범죄가 자주 일어나고 있으며, 독일에서도 통독 이후 외국인 150여명이 살해당하였고, 월드컵 기간중 베를린 등지에서 대규모 시위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월드컵 및 하계 휴가철을 맞아 유럽지역을 여행하는 우리 국민들이 신변안전에 각별하게 신경을 써야 할 것입니다.


예절을 지키며 독일이웃과 함께하자 (4) - 교통 예절  
아우토반에서는 자동차가 무제한 속도로 달릴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독일에 오는 우리나라 여행객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 중의 하나로 자동차가 아우토반에서 무제한으로 달리는 모습을 보는 것인 것 같습니다.

비행기로 유럽의 관문 프랑크푸르트공항에 내린 여행객은 3번 고속도로를 통해 Bonn으로 오는 도중에 ‘독일에는 무제한 속도로 달리는 아우토반이 있다는데 그게 어디에 있지요?’라는 물어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우토반(Autobahn)’이 ‘고속도로’라는 뜻인 것까지는 모르고 하는 말씀입니다.

독일의 아우토반에는 우리나라 고속도로와 비교하여 없는 것이 4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고속버스, 속도제한, 톨게이트, 오징어?땅콩장수입니다. 고속버스와 오징어나 땅콩장수가 없는 것은 3년 넘게 독일에 살면서 확실하게 확인하였습니다. 그러나 나머지는 그렇지 않습니다. 2005년부터 독일의 아우토반에도 톨게이트가 생겼습니다. 화물자동차에 대해서만 적용되는데, 자동차가 톨게이트를 지나가면 저절로 계산이 됩니다.

그건 그렇고, 아우토반에 속도제한이 있다니.. 그럼 ‘무제한 속도’라는 말은 잘못된 말인가요? 어쨌든 독일의 아우토반에도 속도제한은 있습니다. 도로가 합쳐지는 부분에서는 100Km 정도로 속도를 제한하고, 공사를 하는 구간에서는 60Km 내지 80Km 정도로 제한을 합니다. 그 외에도 120-130Km의 속도 제한 구간이 있으며, 도로가 곧거나 사고 위험이 없는 곳에서는 속도제한을 두지 않습니다.

독일에서는 버스나 화물자동차는 시속 110Km 이상으로 달리지 않고 편도 3차선 이상인 고속도로에서는 가장 안쪽 차선으로 달리는 것은 금지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 자동차가 없는 여행객들은 고속버스가 없으므로 기차를 이용하며, 철도여행 제도가 잘 발달되어 있습니다. 교통사고가 났거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우리나라처럼 명절이나 휴일에 차량이 밀리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오징어나 땅콩장수가 없을 수밖에.. 설령 교통이 막힌다고 하더라도 독일 사람들은 마른 오징어를 먹지 않으니 아무리 차량이 밀려도 오징어장수는 없을 것입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독일에 와서 곧 얼마 되지 않아 아우토반을 달릴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마다 거의 죽기살기로 자동차 속도 계기판이 부러져라 하며 최고 속도까지 열심히 밟고 다녔습니다. 한국에서는 110Km이상 달릴 수 없으니 원 없이 달려보고 싶었고, 빠르게 달리면서 스트레스도 날려버리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러다가 2년이 지나면서 시속 160Km 미만이 가장 적당하다는 체험하게 되었고, 3년이 되니 별로 급한 일이 없으면 120Km로 달리는 것이 가장 편안하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경제적이고 안전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내 자동차는 시속 120Km로 달릴 때 시속 200Km에 비하여 30%정도 연료소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시속 200Km 이상으로 달리면 극도로 긴장을 하게 되기 때문에 주변 경치를 감상하거나 편안할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앞 길을 막는 자동차에 대해서 신경질적이게 되는 경향도 있습니다.

독일국민들로부터 가장 본받고 싶은 것 중의 하나가 운전문화입니다. ‘독일 사람들은 차선이 없는 도로에서는 운전을 못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교통법규를 철저히 잘 지킵니다. 독일의 아우토반은 편도 3차선이거나 2차선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렇지만 당연히 안쪽 1차선 또는 2차선은 추월선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때로는 갓길쪽 차선이 가장 빠른 경우도 있지만, 독일의 아우토반에서 바깥쪽 3차선을 달리는 차량이 2차선이나 1차선을 달리는 차량을 추월할 수 없습니다. 속도제한이 없는 독일의 아우토반에서도 자동차 사고를 거의 볼 수 없는 것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나은 운전문화 때문일 것입니다. 다른 운전자를 배려하는 안전운전이 몸에 배어 있는 것 같습니다. 가끔 추월선을 달리다가 금새 뒤에 따라오는 차를 뒤늦게 발견하곤 황급히 차선을 비켜주면서 누가 뭐라 하지도 않지만 부끄러운 마음이 들게 됩니다. 요즘은 가급적이면 가장 바깥쪽 차선으로 달리는데, 그래도 시속 120Km 정도로 달릴 수 있습니다.

고속도로에서 멋모르고 운전하다가 부끄러운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언젠가 1차선으로 열심히 달리고 있는데 뒤에서 순찰차가 내 차를 따라 오는 것을 발견하고는 겁을 먹고 가운데 차선으로 변경하면서 속도를 줄였습니다. 그런데, 순찰차도 차선을 변경하고 계속 뒤를 따라 오는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누군가가 내가 위협적으로 운전했다는 느낌을 받고 경찰에 신고를 한 것 같았습니다. 또한, 가운데 차선으로만 계속 달려도 가장 바깥 차선이 비어 있을 경우에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독일국민들은 오른쪽 차선이 비어 있으면 하나같이 그쪽으로 차선을 변경하므로 언제든지 빠른 차량이 쉽게 추월할 수 있어 교통의 흐름이 원활하게 되는 것입니다.

차선을 변경하여 다른 차량의 앞으로 끼어들기도 아무렇게나 하는 것이 아닙니다. 추월선으로 추월하여 백미러에 내 오른쪽 차선을 달리는 차량이 완전히 보이는 거리만큼 앞섰을 경우에 우측 깜빡이를 켜고 끼어드는 것이 예의라는 말을 독일에 온지 한참 후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독일 도로를 운전하다 보면 독일 사람들은 운전리듬이 뛰어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셋길에서 큰길로 끼어들기 하려고 기다리다 보면 맞은편에서 오는 차량이 상향등을 비쳐 주는데, 들어오라는 신호입니다. 그런 때는 틀림없이 다른 차들의 흐름에 영향을 주지 않고 내 차가 끼어들만한 형편이 되는 때입니다. 양보해도 본인이 크게 손해를 보지 않으며, 상대방에게 고마움을 느끼게 하니, 얼마나 경제적인 배려인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향등은 ‘어딜 끼어들려고 하니? 까불지마..’라고 하는 경고신호로 우리나라에서처럼 상향등으로 경고를 했다가는 상대방 차량이 안심하고 들어오게 될 것입니다.

독일의 철도를 이용하여 보면 실내가 도서관처럼 조용한 것에 놀라게 됩니다. 책을 읽는 여행객들이 많고, 음악을 듣는 사람도 많습니다. 기차 여행을 하게 되면 가급적 책과 음료수를 준비해 가면 좋습니다. 알뜰한 독일 사람들은 집에서부터 음료수를 준비해 다닙니다.

작년 말에 프라하를 다녀오는 길에 기차를 타고 오는데 내 앞좌석에 웬 동양의 젊고 곱상한 여인이 신발을 벗고 좌석에 누워 발을 등받이 위로 삐죽 올려놓고 누워 쉬고 있었습니다. 그 분이 잠시 화장실을 간 틈을 이용하여 가까이 다가가서 읽고 있던 책을 보았더니 놀랍게도 한글로 인쇄된 책이었습니다. 여인의 외모를 보아하니 30대 중반으로 독일에서 제법 살았을 것 같았습니다. 객실내의 외국인들이 그 여인을 힐끔힐끔 쳐다보곤 하였습니다. 나는 그 여인에게 무례를 지적해야 할지 말지 고민하면서 드레스덴까지 오다가 결국 아무런 얘기도 못하고 기차를 갈아타야 했습니다.

교통질서는 우리 생명의 안전과 직결됩니다. 독일에서는 모든 것에 대해서 인내를 갖고 기다리며 천천히 일을 처리해야 하겠지만, 특히 교통에 대해서만큼은 서두르지 말고 도로에 표시되어 있는 교통표지를 잘 숙지하고 그에 따르도록 해야 합니다. 독일에서는 보행자와 자전거에 대해서는 자동차가 절대적으로 양보를 해야 합니다. 독일에는 우리나라에는 없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어 보호를 받기 때문에 독일에서 처음 운전하는 사람들은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예절은 우리가 잘 모르거나 습관이 되어 있지 않아 지키는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서는 도로를 걸을 때 좌측통행을 합니다. 그러나 독일과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우측통행을 합니다. 독일에서 와서 처음에는 좌측통행하다가 반대방향에서 오는 보행자들과 마주치게 됩니다. 그 외에 예절은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에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곧 알 수 있으리라 생각이 됩니다. 어떤 장소에서든 상대방이 어떤 것을 원하는지를 잘 살피는 주의력이 필요합니다.

한 방울의 샴푸를 정화 시키려면 몇 톤의 물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물을 오염시키는 것은 쉬워도 정화 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한 사람의 ‘어글리 코리언’이 오염시킨 우리나라에 대한 국가이미지를 만회 시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도 쉽지 않습니다. 미덕은 눈에 잘 띄지 않아도 무례한 것은 쉽게 눈에 거슬리게 되는 것입니다.


예절을 지키며 독일이웃과 함께 하자 (5, 최종회)  
십여년전 내가 스페인에서 근무하던 당시 여름 휴가를 받아 자동차로 프랑스 남부와 이태리 북부 그리고 오스트리아와 스위스를 여행한 적이 있습니다. 짧은 휴가이기에 조금 욕심을 부려 여러 나라를 돌아보려는 마음에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나라들을 여행하게 되었는데, 운전을 했던 기억만이 남는 듯 했지만 그 와중에도 문득 내 마음 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자리하고 있는 깔끔한 오스트리아에 대한 깊은 인상이 있었습니다.

여행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아름다운 수상도시 베네치아를 구경한 후 이탈리아와 작별하고 지도에 의존하여 오스트리아의 산골짜기를 따라 올라가다가 날이 어두워 호텔 예약도 없는 상태에서 목적지인 비엔나에 가기는 도저히 불가능하여 숙박할 곳을 찾다가 마침 고속도로 휴게소에 있는 한 호텔을 찾아 들었습니다.

낭만적이지만 잘 정돈되지 않은 이탈리아와는 달리 오스트리아는 매우 잘 정돈되어 있었으며 고급스럽지는 않아도 깔끔하여 호텔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튿날 비엔나에서의 관광과 스위스 국경까지의 짧았던 오스트리아에서 보낸 시간은 언젠가 오스트리아에 다시 가서 살아보고 싶을 만큼 나에게 좋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내 운명은 오스트리아보다 더 깔끔한 독일에서 살 수 있도록 오래 전부터 점지가 되었던 모양입니다. 언젠가 베를린총영사관에서 근무하도록 내정되었다가 최종 순간에 변경된 적이 있었는데 결국 본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모차르트의 음악을 좋아하는 나는 그의 생가가 있는 오스트리아의 짤츠부르크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예전의 깔끔했다고 느꼈던 오스트리아의 인상이 무너져 버렸습니다. 그것은 오스트리아가 깔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비교의 대상이 독일이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독일 생활이 어느 정도 정착이 되어 갈 무렵, 우연히 그 호기심 많은 ‘혼탕 싸우나’를 갈 기회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혀 체험해 볼 수 없는 독일문화 중의 하나인 사우나에 가기 전에 정성스럽게 양치질과 샤워를 하고-사우나에 가서 해도 되는 것을..-팔굽히기를 순식간에 100여회를 하였습니다. 마늘냄새를 없애고, 가뜩이나 왜소한 체격에 가슴 근육이라도 키워볼까 하는 애처로운 노력이었습니다.

큰 수건과 수영복 등을 가방에 챙겨 들고, 혼자 가기에는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 그 곳을 잘 아는 이웃과 함께 가서 뒤꽁무니에서 졸졸 따라 다녔습니다. 먼저 우아하게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면서도 이미 마음은 사우나에 가 있습니다. 수영장의 시설들이 잘 되어 있는 것을 보고 촌티를 내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를 쓰면서 처음 보는 시설들에 익숙한 척 하는 것도 하나의 스트레스였습니다. 예절이 별 게 있겠습니까? 잘 모르는 공공시설에서의 예절은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 하면 그만입니다.

그런데 따라 하기도 쉽지 않은 것이 있게 마련입니다. 사우나 시설에 들어가서는 호기심이 극도로 커져 혈압이 얼마나 올라갔는지 가슴이 마구 방망이질을 합니다. 사전교육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또 따라해야 하는 것이 최선책임을 분명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신경을 통해 전달되는 엄청난 정보들이 나의 사고를 다 잠재우고, 나의 행동은 자연스럽게 예전의 습관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사우나 바닥에 깔고 내 땀을 받아내야 하는 수건을 나도 모르게 내 허리춤에 두르고 말았습니다.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리고 나서 사우나 시설내부가 우리 집 안방보다 더 깨끗한 것에 놀랐습니다. 자유로우면서도 그 안에서 지켜지는 질서는 선진국에서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비단 사우나 시설뿐만 아니라 독일은 어디를 가도 깨끗합니다. 독일 사람들 스스로가 ‘독일 사람들은 인생의 반을 청소하는데 소비한다’고 할 만합니다.

미국에는 오페라 전용 홀이 단지 몇 개에 불과한데 독일에는 백 수십여 개가 있다고 하니 독일은 역시 음악의 나라답습니다. 그 어떤 작은 마을에 가 보아도 그 중앙에는 반듯한 문화시설이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나도 독일에서 좋은 다양한 공연을 여러 차례 관람하는 문화 혜택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독일 사람들은 배우자나 커플이 함께 나들이를 많이 하고, 그런 장소에서 거의 예외 없이 남자들은 신사가 됩니다. 행동이 굼뜬 독일 남자들도 어느새 자동차 문을 열고 파트너가 잘 내리도록 배려를 합니다. 어디 그 뿐이겠습니까? 공연장에 들어오면 외투를 받아들어 보관소에 맡기고, 공연이 끝나면 바람처럼 외투를 찾아서 제임스 본드처럼 멋지게 옷을 입혀줍니다.

독일은 식당이든 문화시설이든 한국에서 찾아 볼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는데 옷 보관소(Garderobe)가 그것입니다. 바로 이 옷 보관소 앞에서의 풍경은 여성에게 옷을 받아주고 입혀주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나를 가끔 당황하게 합니다. 그 앞에서 여성들은 당당하고 우아하게 뒤돌아서 옷을 받아 입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익숙해지기 힘든 매너들입니다. 나도 젠틀맨 흉내를 내려고 부단히 노력을 하는데, 왜 그리 깜빡깜빡 잊게 되는지 역시 문화는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합니다.

우리 한국남성들을 매너 없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은 어려서부터 그런 예절에 익숙해지지 않아 그런 것 보다는 우리 한국여성들의 ‘너그러움’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어떤 여성들은 큰 맘 먹고 겉옷을 들고 있는 파트너에게서 빼앗듯이 나꿔채고는 남사스럽다는 표정을 짓습니다. 제 옷도 혼자 입지 못하고 입혀 달라고 칭얼대는 독일 여성에 비하여 스스로도 잘 입는 우리 한국의 여성이 얼마나 대견합니까? 이렇게 혼자서도 잘 하는 줄도 모르고 폼 잡으려다가 민망한 지경에 이르렀던 그 남자는 그런 쓸 데 없는 짓을 또 다시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내가 아는 어떤 여성은 자기의 권위를 최대한 지키려고 애를 씁니다. 문을 열어줄 때까지 자동차에서 내릴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옷을 받아주지 않으면 눈에 불을 켜고 낮은 소리로 옷을 받으라고 명령을 합니다. 그 앞에서 신사가 안 될 간 큰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몇 번 그러다 보면 이 억지 신사도 자연스럽게 그 매너에 익숙해지게 되고, 집에서는 어떨지언정 밖에서는 국제신사가 되어 갑니다. 그러나 그 국제신사는 다른 한국남성으로부터 왕따를 당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며, 평화로운 다른 한국가정에 가정불화의 원인을 제공하게 될 수 있습니다.

제가 아는 어떤 선배는 독일 사람들과의 모임이 있으면 그 전날부터 김치를 먹지 않는다고 합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독일 사람들에게 김치냄새, 마늘냄새를 풍기게 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한국에서 근무할 때, 아침에 아침식사를 거르고 출근하다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면 아침식사를 한 사람에게서 김치냄새를 맡을 수  있었던 경험에 비추어 보면 그럴 만하다고 이해가 됩니다. 그 후부터 나도 그런 경우에는 가급적 냄새가 날 음식은 조심해서 가려 먹고, 양치질과 가글에 신경을 많이 쓰고 향수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엘리베이터나 밀폐된 공간에 독일 사람들과 같이 있을 경우에는 혹시라도 트림이 나올까봐 애를 쓰고, 어떤 때에는 숨도 조심해서 내쉽니다. 왜 그리 어렵게 사느냐고 물을 수도 있습니다. 그건 우리가 독일에 살고 있고, 내 몸에서 나쁜 냄새가 난다면 좋은 인상을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 있어서는 여성들은 매우 뛰어납니다. 남성들은 도무지 섬머슴 같아서 자기 몸을 가꿀 줄 모르지만, 여성들은 몸을 가꾸는데 천금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독일에서 살다 보면 독일 사람들을 흉내 내지 못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별로 비싸 보이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의상은 매우 고상해 보입니다. 쇼핑하러 가봐도 그렇고 어느 자리에서도 그 장소에 적절하게 어울리는 의상을 차려 입고 있는데, 젊은이나 노인이나 뛰어난 감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옷걸이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장소에 어울리는 의상을 차려입는 것도 여러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서 갖추어야 할 매우 중요한 매너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는 나 혼자만 넥타이 정장을 하고 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부자연스럽고 온 몸에 땀만 나게 됩니다.

예절은 무엇보다 타인에 대한 배려에서 비롯됩니다. 우리나라의 ‘빨리빨리’ 문화는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되었지만, 예절 부분에서는 매우 취약함을 드러나게 합니다. 지난 호 글들을 통해 이미 언급했듯이 식당에서의 기다림에 익숙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Lady first’ 등 타인에 대하여 배려할 수 있는 여유를 갖지 못합니다. 여러 사람들이 모이고 흩어지는 장소에서 또는 문을 열고 드나들 때, 독일 사람들은 타인에 대하여 배려하는 것이 습관화 되어 있습니다. 우리들도 한 템포 늦추어 주변을 살펴보고 타인에 대해서 먼저 배려하는 여유를 가져야 하겠습니다. 돈 안들이고 상대방으로부터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경제활동이라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몇 차례에 걸쳐서 두서없이 우리가 국제사회에 섞여 살면서 염두에 두어야 할 예절에 대한 글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았습니다. ‘예절’이라는 주제를 다루다보면 자칫 딱딱해지기 쉬워 글을 부드럽게 쓰려고 쓸 데 없는 말도 많이 썼습니다. 독일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는 내가 독일에서 수십 년을 살아오신 교민들께서 읽으시는 지면을 통하여 겁 없이 독일의 예절에 대해서 논하는 것 자체가 비례(非禮)가 아닐까도 생각하면서 이런 점들이 독자들의 눈에 거슬렸다면 양해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나의 주장과 다르거나 더 좋은 생각이 있으신 분들의 글도 올려주시면 좋겠다는 바람과 그동안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리면서 ‘예절을 지켜 독일이웃과 함께 하자’ 시리즈를 마칩니다.



작성자 : 주 본 분관 박승규 서기관(sgpark@hotmail.com)




* eknews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7-01-10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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