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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셀 베버 총재 차기 ECB 총재로 안돼!    
   데이빗 마시 전 FT 기자, 반대논리 조목조목 제기

     1988년 미 중앙정보국(CIA) 보고서는 동독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1만달러가 넘은 것으로 추정했다.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공산권을 연구하는 일부 학자들은 동독이 서독만큼 잘 산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통일 후 공개된 동독 정부의 문서에 따르면 당시 이미 동독정부의 재정은 파산상태였다. 위 사례는 아무리 전문가라도 통계의 신뢰성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 설령 통계를 신뢰할 수 있더라도 미래예측이 쉽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1988년 당시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 이하 FT) 베를린 특파원이던 데이빗 마시(David Marsh)기자는 동서독 통일이 10년 이내로 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빗나간 예측이지만 당시 그가 이런 전망을 제시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를 비웃었다. 비록 당시 미하엘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개혁개방 정책을 이행하면서 동구권에도 자유의 바람이 불었지만 동독은 개혁개방 정책을 거부하고 있었다. 또 당시 헬무트 콜 서독정부도 긴장완화, 인적교류 등의 통일정책을 실행하고 있었으나 통일을 먼 훗날의 일로 여기고 있었다. 베를린을 가로지르는 베를린 장벽, 동독에 주둔한 30만명이 넘는 소련군 등. 그러나 1989년 11월9일 베를린 장벽은 붕괴되었고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1990년 10월3일 독일은 통일되었다. 이처럼 혜안을 지니고 있는 데이빗 마시 기자는 1990년대 FT에서 퇴직 후 현재 경영 컨설팅회사 SCCO International을 운영하고 있다. 1992년 <유럽을 다스리는 독일 분데스방크: The Bundesbank, the bank that rules Europe> 최근에 <유로: 새로운 글로벌 화폐의 정치-The Euro: The Politics of New Global Currency>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이런 그가 현재 독일 분데스방크(연방은행) 악셀 베버(Axel Weber) 총재가 유럽중앙은행(European Central Bank: ECB) 차기 총재가 돼서는 안된다고 나섰다. 이유를 들어보면서 분석한다.

            트리세 총재 2011년 가을 퇴직...후임자 물밑 경쟁
    그는 지난 2년간 악셀 베버 독일 연방은행 총재의 ECB 총재 추대 움직임이 진행되어 왔고 점차 유력해지고 있다며 베버 총재가 ECB 총재가 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번 금융위기에서 ECB는 경제위기 극복에 상당한 역할을 수행해왔다. 올 봄에는 그리스와 스페인 등 재정적자가 심각한 유로 회원국이 발행한 국채를 직접 매입해 유동성을 공급해주었다. 전례가 없는 조치로 경제위기 해결에 기여했다. 또 2008년 후반기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 도산으로 본격화한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에서도 기준금리를 과감하게 인하하고 유로 회원국 은행들에게 자금을 대출해주어 유동성을 공급해주었다.
    이처럼 ECB의 역할이 중요한데 악셀 베버 총재가 ECB 총재가 될 경우 현재 유럽연합(EU) 회원국 내 부국과 빈국 간의 분열(남북문제) 문제가 더 악화될 것이기 때문에 베버 총재가 ECB 총재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 그리스에 구제금융을 제공할 때 독일이 최대 자금을 제공했지만 독일 국민의 2/3가 구제금융 제공에 반대해 구제금융이 늦게 제공되었고 독일은 과감한 재정적자 감축을 내세워 다른 회원국들을 압박하고 있다. 이런데 베버 총재가 ECB 총재가 되면 당연히 독일식 논리와 정책을 밀어붙일 것이기 때문에 단일화폐 가입국 유로존을 화합시키기 보다 더 분열시킬 것이라는 논리이다.
    그리스가 유로존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지난 5월 3년간 11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제공받았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2012년에 그리스가 아무래도 채무재조정을 단행할 수 밖에 없으리라 예상한다. 더 이상 구제금융을 제공받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 다시 ECB나 독일 등에 손을 벌릴 수 밖에 없는데 이럴 때 독일 출신의 총재가 제대로 일을 할 수 있겠느냐의 문제이다.
    둘째는 이와 연관되어 구제금융 제공을 비판하고 ECB의 그리스 국채매입을 반대하던 악셀 베버 총재가 막상 ECB 총재가 되어 자신이 반대하던 일을 다시 찬성할 수 밖에 없는데 이는 어불성설이라는 것. 과감한 재정적자 감축과 인플레이션 억제를 정책의 우선순위로 삼고 있는 독일정부와 분데스방크가 정반대의 정책(그리스 등에 추가 구제금융 제공 등)을 실행할 수 밖에 없을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마시는 따라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2011년 여름, 즉 트리세 총재 퇴임 직전에 후임자를 선정할 것이고 후임자는 독일이나 프랑스가 아닌 다른 소국 출신임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래야 트리세 총재가 임기 말년이라도 레임덕에 걸리지 않고 업무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1년 정도가 남은 일이지만 데이빗 마시가 지적한 이유는 타당하다. 독일 출신 인사가 ECB 총재가 될 경우 독일은 자국의 긴축정책과 인플레이션 억제정책을 더 강력하게 밀어부칠 것이고 유로존 내 갈등은 더 커질 우려가 있다.
      안 병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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