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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3 10:26
임진년 두 개의 신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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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년 두 개의 신년사 경제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올해 경제 전망을 어둡게 점치고 있고,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은 한반도 평화마저 위협하고 있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흑룡’의 해를 맞아 여의주를 품에 안으려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2일을 전후로 정부 각 부처는 물론 재계에서 각양각색의 신년사들이 쏟아졌다. 이 신년사들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이 이명박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신년사다. 나라 전체를 책임지는 대통령 직과 서울시장의 직무가 다르다보니 신년사의 성격과 내용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두 신년사는 달라도 참으로 달랐다. 먼저, 이명박 대통령의 2012년 신년사는 ‘혼자 말하기’ 느낌이 강했다. 이 대통령이 신년사를 마친 이후 야권에서 하나같이 ‘일방통행’ ‘고해성사’라고 혹평을 한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신년사에서 이 대통령은 지난 한해를 돌아보며 긍정적이었던 부분을 앞세우고, 올 한해를 전망했다. 세계 경제와 세계 정치가 격변기에 들어섰음을 예고하고, 그 안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했지만 1년 전, 2년 전, 3년 전의 신년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령,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데 국정의 중점을 두겠다”고 말한 이 대통령은 “북한이 진정성 있는 태도로 나온다면 새로운 한반도 시대를 함께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면서 “북한의 도발가능성이 상종하는 한 우리는 철통같은 안보태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뻔한 말을 덧붙였다. 경제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시장경제가 공생발전하려면 성장과 복지가 선순환하고 모든 국민이 함께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사회가 하나 되어 협력해야 한다”는 말을 반복했고, 경제 분야 국정 목표를 ‘서민생활 안정’에 뒀다고 밝힌 뒤, “성장도 중요하지만 물가에 역점을 두겠다” “주거비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임대주택 공급을 늘려 전월세 가격을 안정시키겠다” “일자리 만드는데 최선을 다 하겠다”는 일차원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물론, 세 가지 대책에 보다 상세한 숫자가 붙긴 했다. 3%대 초반의 물가인상, 임대주택 1만호, 일자리 예산 10조원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는 이미 나왔던 말을 되풀이 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비정규직 차별 문제, 저출산·고령화 문제, 청년실업 문제, 총선과 대선에 대해서도 언급했지만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는 이 대통령의 마지막 말은 실망감을 더했다.물론 지난 한 해가 다사다난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것이 대통령의 탓이든, 탓이 아니든 반성문을 쓰는 듯한 이 대통령의 ‘고해성사’식 마무리가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을까. 반면, 박원순 서울시장의 신년사는 평소 박 시장이 입버릇처럼 말해온 ‘시민이 중심이 되는 서울시정’ ‘시민과 소통하는 서울시정’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신년사의 서두에 “10년 가까이 전시성 해도에 의지해 항해했던 서울시를 맡은 지 두 달, 항로수정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는 부분에는 공감하는 바이다. 서울시장으로 취임 하자마자 친환경무상급식을 막고 있던 암초를 제거했고, 시립대 반값 등록금 실현으로 교육혁신의 물꼬를 텄다는 부분에서도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하지만 ‘복지’와 ‘뉴타운 재개발’에 대해 논하는 대목에 와서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박 시장은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을 때부터 ‘복지’를 공약의 중심에 뒀고, 이전부터 약자들의 편에서 그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힘써왔다. 이 같은 노고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복지’는 사회적 약자들에게만 필요한 정책이 아니다. 하지만 박 시장은 서울시 복지정책의 필요성과 뉴타운 재개발 반대 이유에 대해 설명하면서 다소 부담스러운 정도로 사회적 약자들을 드러냈다. 박 시장은 고통 받는 이들을 지킨 것 역시 시민들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난이 지속되면 시민 전체의 생활이 어려워지고 특히, 사회적 약자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서울시장의 신년사는 서울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시민은 고객이 아니고 시청은 기업이 아니다. 시민은 홍보 마케팅의 대상이 아니라 주권자다”는 박 시장의 강단 있는 멘트에도 불구하고, 그의 신년사에서 ‘감정적 호소’를 느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무엇보다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첫날, TV 프로그램 ‘인간극장’ 혹은 ‘현장르포 동행’을 떠올릴 만큼 감수성을 자극하는 신년사로 활기찬 2012년의 막을 올리기에는 다소 기운이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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