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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의 나는 잘 살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어릴 때 부모 말 잘 듣고 어른 앞에서는 다소곳이 무릎 꿇고 앉아서 어른의 말씀을 공...

by eknews15  /  on Jan 06, 2012 17:53

옛날의 나는 잘 살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어릴 때 부모 말 잘 듣고 어른 앞에서는 다소곳이 무릎 꿇고 앉아서 어른의 말씀을 공손히 듣고 말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학교에서는 선생님 말 잘 듣고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었습니다. 다들 부러워하는 학교를 마치고 누구나 다니고 싶어하는 직장에서도 한 번의 슬럼프를 제외하고는 항상 선두를 달리며 승승장구하였습니다. 가정을 이루고부터는 모범적인 가장이었고 아이들도 성공적으로 잘 자랐습니다. 신앙생활도 열심이었습니다. 신앙인으로서 베풀고 나눌 줄도 알았습니다. 무엇을 해도 열과 성을 다 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릴 때부터 늘 칭찬을 들었습니다. 집안에서도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이웃에서도 언제 어디서나 누구한테나 칭찬을 들었습니다. 어려서는 어린 대로, 청소년기에는 청소년으로서, 성인이 되어서는 성인으로서 집안의 모범이었고 동네 이웃의 모범이었고 학교의 모범이었고 직장의 모범이었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나를 부러워하였습니다. 그러한 만큼 항상 주위 사람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언행을 삼가고 조심하였습니다. 참기도 많이 참았습니다. 화가 나도 참고 싫어도 내색하지 않고 더워도 참고 추워도 참았습니다.

 

중학교를 졸업하기도 전 아버님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학업을 중단해야 할 정도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가져왔지만 주위의 도움도 뿌리치고 죽을 힘을 다해 역경을 헤쳐나갔습니다. 주위 사람들은 그러한 저를 대단하다고들 말하곤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남들이 부러워하는 위치에까지 왔다고 하는 자부심이 하늘을 찌를 듯하였습니다.

 

 이러한 것들을 마음에 잔뜩 담고 살다가 빼기를 하면서 보니 잘 살아온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한 순간도, 어느 누구한테도 - 부모형제자매한테도, 친구한테도, 직장 동료한테도, 그 밖의 모든 지인(知人)한테도 - 잘 한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삶에서 마주친 만물만상에게도 잘한 것이 조금도 없었습니다. 삶의 모든 것들이, 삶의 순간순간이 오로지 자기를 위한 이기적인 것이었습니다. 사랑도 미움도 그러하였고 남을 위한다는 선행(善行)조차도 남을 위해서가 아니고 나를 위해서였습니다. 신앙도 죄인인 나를 위해서 하는 것이었습니다. 죄인은 잘난 것이 조금도 없는데도 잘나고 오만(傲慢)하였고 죄인인 내가 사는 동안 행복 하려 하였고 죽어서도 잘 되려고 하였습니다. 위선(僞善)의 존재가 착한 척하며 위선의 삶을 살았습니다. 천하의 부끄러운 존재가 부끄러운 줄 모르고 뻔뻔한 삶을 살았습니다.

 

 옛날의 내가 잘 살았다고 생각한 것은 착각(錯覺)이었습니다. 허망한 존재가 미망(迷妄)을 헤매는 허망한 삶이었습니다. 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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