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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의 개혁이 반쪽짜리가 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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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1월 당시 이회창 총재가 이끌던 신한국당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기존 3김 정치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면서 김영삼 정부와 거리를 두게 된다. 그리고 통합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조순과 후보통합을 하면서 합당을 합의하게 되는데, 이때 만들어진 정당이 바로 한나라당이다. 

한나라당이라는 당명은 모두가 하나가 되는 나라라는 의미로, 자유민주주의를 뜻하는 파란색 배경에 흰 한반도 무늬를 새김으로써 우리나라의 국운의 웅비를 꿈꿨다.

초기 정강, 정책에서는 발전적 보수와 합리적 개혁의 역사적 정통성을 계승하는 한편 퇴행적 잔재를 청산하여, 문명사적 전환기를 주도하는 미래지향적 국민정당으로 거듭 태어남을 선언한다’고 밝혔지만 40대 이상, 영남 지역의 지지를 바탕으로 하는 전통적인 보수정당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런 한나라당은 초창기 이회창 후보의 낙선과 더불어 야당 생활로 약 10년 간의 험난한 정치적 이력을 시작하게 된다. 2002년 선거에서도 좌절을 맞본 한나라당은 이후 탄핵 역풍으로 당의 존립마저 위협받게 된다.

박근혜 비대위 대표의 천막당사로 상징되는 처절한 개혁으로 다시금 지지를 회복한 한나라당은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과 18대 총선 승리로 '잃어버린 10년'을 보상받는다.

그런 한나라당이 다시 위기다. 

과거 3김 구태 정치와의 차별을 강조하면서 개혁정당으로 창당했던 한나라당은 지금 바로 그 구태 정치로 분류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무리하게 추진된 기업프렌들리 정책의 실질적인 수혜자는 대기업들이었고 4대강 등 비효율적인 토목사업으로 중산층 붕괴와 소득의 불균형, 복지소외계층의 확산을 가져왔다. 

또 타운돌이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는 현 국회의원들은 일반약 수퍼 판매마저 약사회라는 이익집단편에 서서 국민들의 편익 마저 가로막고 있다.

이런 한나라당이 다음달 3일 당명을 바꾸기로 하고 새 당명 공모에 들어갔다. 

지난 26일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당의 면모를 일신하겠다" 며 당명개정을 확정 발표한 것이다. 

정치권에 가장 오랜 당명을 지켜온 한나라당이지만, 쇄신의 장벽을 넘지 못하고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당장 4.11 총선을 앞둔 한나라당은 이번 '당명 개정'이 여러 악재 속을 돌파할 수단으로 여기는 지도 모른다. 

그러나 주위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실질적인 한나라당의 정체성은 변하지 않은 채 선거만을 목적으로 하는 이른바 '신장개업'을 통한 한국의 구태 정치를 다시 반복하는 건 아닌 지 의문이 든다. 

민정당, 민자당, 신한국당에 이어 지난 1997년 11월 한나라당으로 개명한지 14년 3개월 만의 일이다.

당명개정에 대한 의정보고서를 제작하는 과정에서도 당내 일부 의원들끼리 '티격태격' 마찰이 일었다. 당 로고와 색상 사용 여부를 둘러싸고 충돌을 빚은 점은 당내 민심이 얼마나 싸늘 한 것인지를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아무리 새로운 신당로고를 만들고 색상을 바꾸고 한들 '뼛속까지 바뀌는 재창당' 수준까지 끌어 올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냐 두나라 당이냐" 며 여당 내에서까지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변화하려면 진정한 개혁의지와 함께 젊은층의 감성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모습과 진정성 있는 정책소통 등을 담은 '알맹이 쇄신' 변화로 국민에게 다가가야 한다.변화의 모습은 감지된다. 

30일 새로 발표된 정강정책 개정안을 들여다 보면 민생복지와 정치쇄신을 골자로 하는 '10대 약속 23개 정책'을 나열하고 있다. 

복지정책의 방향을 '박근혜식 복지모델'이라고 부르는 평생맞춤형 복지에 맞추었다. 

공정한 시장경제를 추구하고 유연한 대북정책을 전개하겠다고 다짐했다. 

새 지도 이념은 4·11총선과 12·19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정권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위기상황에서 탄생했다. 때문에 과거보다 진보적인 요소를 일부 수용한 게 특색이다.그러나 그런 변화도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하다. 당의 역사를 기술하는 과정에서 '발전적 보수'라는 말을 뺐지만 대신 '보수적 가치'라는 말을 넣었다.

'미래지향적 선진정치'를 그냥 '미래지향적 정치'라고 단순화했다. 

대북정책에서 '북한의 자유민주체제로의 전환을 촉구한다'는 말을 뺐다. 

하지만 '북한의 인권 개선과 개방을 촉진한다'는 말은 의연히 살아 있다.

국민의 감동을 이끌어낼 본질적인 변화를 외면한 채 간판만 바꾸면서 유권자의 호감과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은 부질없다는 
한나라당은 개혁의 전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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