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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타인 데이를 보내며 누군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거나, 들은 사람들은 그 사랑한다는 고백이 행복한 결혼으로 이루어지길 꿈 꿀진대......
두 남녀가 한 몸이 되어 같이 살기로 결정을 내리는 데는 여러 동기가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시작은 서로 사랑한다는 것을 고백하며 시작한다. 그런데 그 사랑한다고 하는 것이 네가 돈이 많으니, 좋은 배경을 갖고 있어서, 키도 크고 인물도 맘에 들어서 아니면 내가 바라는 조건에 맞아서……등으로 시작된 것이 었다면, 그들이 결혼할 때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풍요할 때나 궁핍할 때나 죽음이 서로를 나눌 때까지 서로 사랑하며 살겠다고 한 결혼맹세를 지키기 어려울 때가 더욱 많을 것 일진데, 그 사랑의 조건들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하기 쉬운 것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젠가 서울에서 오신 여 목사님으로부터, 그 결혼의 동기가 무엇이었던지, 부부간에 어떤 상황이 있을지라도 '이혼은 절대 하지 말라!'는 말씀을 듣고 있었을 때 나는 울화통이 터지고 있었다. ‘아니 왜 바보 멍청이처럼 그렇게 못마땅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그저 참으며 살라고 한다는 말인가?’하고……
그래서 말씀 후 질문시간에, "아니 도대체 목사님은 남자들 편만 들고 왜 여자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이를 꽉 물고 참으라고 하느냐?"고 질문을 하고 싶었는데 엉뚱하게, "그럼 나 같은 성격의 여자는 어떡해요?"라고 물었다. 사실상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나의 인격을 모욕하는 남편이라면 당연히 못 받아줄 것’이었는데, 그 목사님은 내 마음도 모르고 ‘나와 같은 성품의 여인도 하나님께서 나름대로 귀하게 쓰신다!’고 하셨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남녀는 평등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남존여비의 사상이 싫었고, 아직도 그런 사고방식이 있는 동양사회에 여자로 태어난 것이 못마땅해 그런 불공평함에 반항이라도 하듯 여자들에게 맡겨진 일들, 즉 빨래하고 청소하고 음식 만들고 하는 것들을 멀리하며 살았다.
그런 괘팍한 성격의 소유자인 나에게 마음 넓은 남편을 주신 창조주께 감사 드리는데, 나의 남편 크리스는 서빙 하기를 좋아한다. 상도 잘 차려놓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고 시간이 나면 집안 청소도 하며, 집안식구를 위해서 일하는 것이 고통이 아니라 기쁨인 것을 나에게 보여주며 가르쳐 주었다.
엄마 아빠가 서로 사랑하며 집안일을 하는 것을 보며 자란 아이들도 자기 방 청소와 정돈을 하는 것은 물론 돌아가며 부엌설거지와 세탁물 정리도 하며 자랐다. 딸들 못지않게 아들도 정리정돈을 잘해서 훗날 아내의 가사도 자연스럽게 도와줄 수 있는 훌륭한 남편이 될 준비가 되어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것은 남편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었기 때문인데, 그러고 보면 나는 참 남편 복을 많이 받은 사람이다. 바람피지 않고 오직 나만 사랑하며 또 따스한 말과 행동으로 그 사랑의 진실함을 보여주고 있으니......
그렇게 살아온 우리가 오는 시월이면 결혼 삼십 주년을 맞이하는데 그렇다고 우리 부부 사이에 폭풍의 시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원래 여자의 생각하는 패턴과 남자의 사고 방식에는 커다란 차이점이 있는데다가 우리 사이에는 다른 배경의 문화가 오해를 주기 쉽고 또 속 시원히 서로의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지 못하는 언어의 거리감이 있어 더욱 서글플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고, 보따리 챙겨 친정으로 도망이라도 가고 싶은 마음 간절했던 적도 여러 번 있었지만 친척은커녕 한국사람이라고는 가슴에 김일성과 김정일 뱃지를 달고 다니는 북한사람들뿐이던 그 나라에서 혼자 울먹여야 했던 날들이 있었다.
그리고 정치적, 종교적인 문제로 짐바브웨를 빈 몸으로 떠나와 새 삶을 시작하면서 공연히 남편이 미워져서 이혼까지 생각한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아픈 고비들을 참고 이겨낸 오늘날, 남편 크리스는 내게 둘도 없는 연인이자 친구로 매우 귀하다. 이제 아이들이 성장해서 하나 둘 제 갈 길로 가고 있으매, 우리 둘은 서로를 더욱 의지하며 감사하며 살고 있다.
반면, 결혼의 항로에 만나는 폭풍우를 벗어나기 위해 이혼해서 외로움 속에 혼자 사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그런 독신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 재혼한 어떤 친구는 행복한 신혼기간이 지나자 종전의 하던 것과 비슷한 불평을 하다가 또다시 헤어져 혼자 사는 것을 보았고, 아직도 인터넷 데이팅 사이트를 보며 사랑의 대상을 찾는 친구도 있다.
그러고 보니 ‘절대 이혼하지 말라!’는 그분의 말씀이 맞는 것 같아, 나도 덩달아서 "이혼하지 마세요, 조금만 더 참아보세요!"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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