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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경영학을 한 번도 제대로 공부해본 적이 없다.

 

대학 시절 그 흔한 교양 과목으로서라도 경영학과 관련된 과목을 수강해본 적이 없으며, 영국에 와서 공부한 것도 경영학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언론 공부였다. 사실, 나는 경영이라는 것에 대해 별로 알고 싶지도 않았고, 그야말로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회사생활을 몇 년 하면서, 마냥 이렇게 월급쟁이로 평생을 살아갈 게 아니라면 언젠가는 나도 직접 경영에 나서야 하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고,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그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조금씩 경영이라는 것에 대해, 그리고 사람들이 어떻게 경영을 하는지에 대해 어느 정도 유심히 관찰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내가 경영에 대해 깨달은 몇 가지 것들이 있다면, ‘너무 욕심을 내면 안 된다는 것’, ‘현재의 성공이 절대로 미래의 성공까지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 지금 하는 일이 아무리 잘 나가도 시대의 흐름에 한 박자라도 늦으면 하루 아침에 망할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만약 나를 위해 일하는 직원들이 있다면 직원들이 계속해서 나와 함께 일하고 싶을 수 밖에 없는 메리트를 꾸준히 제공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사람은 절대 소모품이 아니다라는 것, 대략 이런 것들이다.

 

뭐 경영 전문가들이 들으면 콧방귀를 낄만한 아주 기본적인 것들이고, 일반인들도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인데, 어쨌든 나는 이런 것들을 지식으로써가 아닌, 내가 직접 보고 들은 체험을 통해 내 안에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즘 나는 문득 세상에서 가장 경영하기 어려운 것은 정작 우리 인생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직원 수가 수 만 명에 달하는 대기업을 경영하는 것보다도, 수천만 국민들이 있는 한 국가를 경영하는 것보다도, 어쩌면 라는 한 사람의 인생을 경영하는 게 훨씬 더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대기업의 목표는 어떻게 보면 간단하다. 경제적 성과를 내고, 그 성과를 유지하고, 또 그 성과를 더 키우는 것이다. 물론, 간혹 사회적 책임이나 공공의 이익 실현에 기여하려 애쓰는 기업도 있지만, 그런 기업은 극소수일 뿐이고, 결국은 까놓고 돈 많이 버는 게 기업의 목표이며, 그것을 바탕으로 경영을 하면 된다.

 

그런데, 인생은 그렇게 단순히 돈이나 성과만이 목표일 수가 없다. 만약 그랬다면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도 자살하는 사람이 나와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누가 봐도 그야말로 잘 나가는 사람인데 정작 본인은 불행하다고 하는 사람이 나와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따라서, 아무리 많은 돈과 성과를 얻었음에도, 그 인생은 얼마든지 실패한 경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국가를 경영하는 것은 최대한 다수의 국민들에게 만족을 주면 비교적 성공한 것이지만, 인생은 아무리 많은 타인들에게 만족을 준다고 해도, 나 한 사람이 진심으로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 인생은 성공적인 경영이라고 말하기가 힘들다.

 

인생의 한 때의 부귀영화와 승승장구가 있었다고 해도, 그 말년이 불행하고 초라하면 그 인생 역시 제대로 경영한 게 아니다.

 

인생을 경영하는 게 이토록 가장 어려운 이유는 다른 경영들은 외부의 적 혹은 경쟁자들과 싸워서 이기는 게 경영의 승리지만, 인생 경영은 다름 아닌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끊임없이 승리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기업을 경영하다가 망하면 파산을 하거나 폐업을 하면 그만이지만, 인생은 경영하다가 비록 실망스런 결과를 얻었다고 해도 그렇게 쉽게 정리하기가 어렵다. 물론, 자살이라는 비극적인 수단을 통해 인생을 정리하는 이들도 종종 있지만.

 

우리가 흔히 성공한 사람이라고 했던 유명한 사람들의 초라한 말로를 목격할 때면, 정말 인생을 경영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이 새삼 느껴진다.

 

8,90년대 한 시대를 풍미했던 팝가수 휘트니 휴스턴이 48세의 젊은 나이로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팝가수로서는 최정상의 위치에서 온갖 기록들을 세우고, 남 부럽지 않은 부와 성공을 거머쥐었던 그녀였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너무나도 불행한 개인사와 함께, 마약중독, 파산 등으로 정말 비참한 시간들을 보내다가 이렇게 어이없이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했다.

 

한창 때 그녀가 정말 잘 나가던 시절에는 그 막대한 재산을 축적한 그녀가 파산하게 될 줄은, 그리고 그녀가 이러한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게 되리라고는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는 그녀의 인생을 제대로 경영하지 못했다. 하늘이 준 재능도, 자신의 분야에서의 눈부신 성공도, 그로 인해 축적된 막대한 부와 명예도, 그 모든 과정에서 작용했을 행운도, 결국 제대로 경영하지 못한 그녀의 인생을 구원하지 못했다.

 

오직 부와 명예를 얻기 위해 미친 듯이 내달리는 우리들, 그리고 한 순간의 성공에도 쉽게 교만해지는 우리들, 우리들은 인생을 어떻게 경영해야 하는 걸까?

 

하늘의 도우심을 구하며 끊임없기 겸손하고, 끊임없이 감사하면서 조심스럽게 인생을 경영해야 할진대, 그게 참 쉽지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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