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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30 18:23
재외공관장 평가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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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의 영어인 디플로머시(diplomacy)는 ‘접어 포개다’라는 뜻의 그리스어 diplomas로부터 유래한다. 로마제국시대에는 ‘접어 포개진’ 모양의 금속판으로 만든 통행권을 diplomas라고 불렀고, 그후 의미가 확대되어 1645년부터 공문서라는 의미로 쓰이게 되었다. 오늘날과 같이 외교의 뜻으로 diplomacy가 쓰이게 된 것은 18세기 말엽으로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오늘날 이러한 외교라는 용어는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핵심적인 영역은 수립된 정부 정책의 대외적 관계수립이라는 집행적 기능과 대외관계를 처리하는 교섭적 기능이다. 이런 기본적 기능에 더하여 재외에 거주하고 있는 자국민 보호 역시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임에는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사실상 지난 2004년 김선일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각국 재외공관에서 주로 담당하던 기능은 집행과 교섭이 주요한 관심사였다. 특히 대미 및 대동북아시아 관계에 중점을 두고 있던 우리 외교의 특성상 그 외 지역의 자국민 보호에는 그리 많은 인력을 배치하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부실한 공관운영으로 이어지기도 하였다. 때를 맞추어 공직의 혁신적 업무 쇄신이라는 노무현 정부의 행정부관에 따라, 얼마전 혁신위의 발표로 130여 재외공관장의 업무성과를 평가하는데 있어서 현지 동포들의 평가를 반영하게 되었다. 공적서비스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자질을 검토하는데 있어서 그 서비스를 받는 입장에서의 평가는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평가의 방법과 그 범위에 있다. 아직 어떤 항목을 평가하고 얼마만큼 반영할 지에 대한 확정된 세부안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그 영향력이 소환까지 가능할 정도라고 한다. 실질적으로 외교 통상부에서도 홍보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아도 그렇다. 사실상 이러한 평가의 문제는 본질적으로 행정편의적 발상이라는데 있다. 현재까지 재외공관 규모는 사실상 재외동포의 숫자에 따른 것이 아니라 외교통상적 중요성에 따라 인력배치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사실상 업무도 그에 중점을 두고 있다. 당연히 자국민 보호라는 관점이 적용된다면 먼저 그에 걸맞는 인력 배치가 먼저인 것이다. 과연 현재 주영한국대사관의 경우만도 3만 5천이상의 재영 한인들의 규모에 걸맞는가? 각국 재외공관의 이러한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이런 평가의 시행은 혁신이라는 틀에 끼워맞추는 억지나 다름없다. 또한 설문조사 방식이 과연 얼마만큼 객관적 잣대로 작용할 지도 의문이다. 무기명 방식의 설문조사는, 최근 들어 정치권력화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일부 한인회의 정치적 의도에 따라 자칫 아주 엉뚱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각국에 거주하고 있는 재외동포의 성격이 천차만별인데 반해 이에 대한 만족도를 하나의 통일된 설문지로 과연 평가할 수 있을 것인가도 문제이다. 특히 유학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와 거주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 그 요구사항은 무척 다를 수도 있음에도 이를 같은 항목으로 반영하는 것은 사실상 공정한 평가라고 부를 수 없다. 비록 혁신위는 이러한 평가가 재외공관의 서비스의 질을 확연히 높힐 것이라 굳게 믿고 있는 듯 하지만 구조적인 부분이 개선되지 않는 한 평가 방식의 효율 향상은 본질적으로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과거의 부실했던 자국민 서비스는 일시적으로 향상될 지 모르나 현재의 재외공관의 형편상 다른 업무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세부적인 사항에 대한 이해와 조정없이 일단 시행하고 보는 것은 오히려 그 취지를 살리기 보다는 또다른 행정적 비용의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평가를 위한 평가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혁신위와 외교통상부가 재외공관의 공적 서비스를 향상시키고자 한다면 이러한 평가항목의 반영보다는 본질적인 문제점을 파악하여 해결하려는 노력을 먼저 보여야 할 것이다. 지난 번 영국 킹스톤시 아젠다에서 드러나듯 각국에 거주하고 있는 재외동포들과 유학생의 성격을 파악하고 구체적인 지원 방안의 계획을 수립하여 이를 종합, 외교와 자국민 보호라는 기본적 기능을 효율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구조적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인 것이다. 점차 공적 서비스 마저 민간으로 아웃소싱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혁신위마저 이번 일과 같이 행정편의적인 발상을 보인다면 그야말로 공적 서비스 향상은 멀고 먼 일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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