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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에는 예의 그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하나

씩 있다. 좋은 소식은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유엔 사무

총장으로 당선된 것이고 나쁜 소식 하나는 주지하시다 시피

북핵실험이다. 이 두 가지 소식은 유엔의 제재 논의가 한창

인 시점과 미묘하게 맞물려 하나의 현상으로 수렴된다.

국제기구로써 유엔은 20 세기 두 차례나 벌어진 세계대전

등 전쟁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결성되어 평화유지활동,군

비축소활동,국제협력활동 등을 주된 사업으로 삼고 있다.

또 유엔은 ‘모든 인간의 동등한 인권이 보장되는, 평화와 안

전이 보장된 세계를 만들어 갈 중심축’으로서 역할을 수행

해 왔다.

또한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우리나라가 그동안 유엔에 가지

고 있는 이미지는 무척이나 긍정적이었다. 지난 30여 년 간

의 경제성에도 불구하고, 외부에 비친 한국의 모습은 벌써

선진국이지만 한국인은 한국사회를 그렇게 받아들이려 하

지 않고 있다. 빈부격차,이념갈등,부정부패 등 아직까지 해

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고, 가난에 찌들었으면서도 핵

폭탄으로 무장하려는 북한이 있어 안보 불안까지 안고 있다

. 한국인에게 받아들여지는 한국사회는 여전히 미완의 과제

를 잔뜩 떠안고 있는 불안한 모습 그 자체다. 그렇기 때문에

외부에 대해 관심을 갖고 행동으로 옮기려는 자세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현재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주어진 시급한 과제는 북

한의 핵실험이라는 메가톤급 태풍이다. 북한의 군사모험주

의와 미국 부시행정부의 대북강경책이 정면충돌한 결과다.

유엔에서는 북한에 대한 제재논의가 한창이고, 국내에서는

대북포용정책이 도마에 올랐다. 그러나 이는 사후약방문격

이고 본말이 전도된 느낌이다. 북한의 핵실험은 대북포용정

책의 산물이 아닐 뿐더러, 강력한 대북 제재를 통한 압박이

북한핵의 해법일 수 없다.

반기문 사무총장은 정부의 외교정책을 직접 담당했었기 때

문에 이번 사태의 역사적 전개 과정과 그 원인에 대해 정확

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근본적인 책임은 부시 미 행정부

의 대북강경책에 있다. 협상을 통한 해결을 거부하고 비타

협적인 자세로 일관해온 미국의 ‘벼랑끝 몰기’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사태는 직접적으로는 “북한이 우라늄농축을 통한

핵프로그램을 시인했다.”는 미 국무부의 일방적 발표로 시

작된 2002년 10월 제2차 북한핵사태에서 출발한다. 미국은

명확한 근거도 없이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문제’를 제기해,

플루토늄 핵시설 동결의 대가로 북한에 제공하던 중유공급

과 경수로공사를 중단시킴으로써 북한의 핵개발을 촉발시

켰다.

그 이후 미국은 북한이 핵개발을 위협할 때도, 협상을 통한

해결을 무시한 채 압박과 강경대응으로 일관했다. 미사일방

어(MD)체제를 위한 구실과 핵선제 공격정책의 명분을 위해

‘북한위협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국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북한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북한핵문

제의 해법은 너무나도 명확하고 단순했다. 북한이 일관되게

요구해온 것은 북한체제의 안전보장이다.3 일자 북한 외무

성 성명에서도 북한은 북,미 적대관계 청산과 미국으로부터

의 핵위협 제거를 핵포기 조건으로 제시했다.

어떤 국가든 핵주권을 포기하고 핵무장을 하지 않으려면

최소한의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핵무기국이 이 국가에 대해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사용을 위협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

는 것이다. 이를 전문 용어로 ‘소극적 안전보장’(negative

security assurance)이라고 한다.

그러나 부시 2 기는 북한을 ‘폭정의 전초기지’로 거명하고

사실상 북한의 체제붕괴를 대북목표로 추진했다. 어렵게 합

의한 ‘9,19 베이징 합의’도 부시 정부내 강경파들이 위폐문

제 등을 내세워 뒤엎어 버렸다.

결국 북한의 핵실험은 부시 행정부 대북정책 실패의 산물

이자 비타협적인 대북 강경책의 종착점인 셈이다. 부시 정

부 매파들에게 일방적으로 동조하면서 대북강경론을 부추

겨온 국내 보수언론들과 보수세력들도 책임을 면키 어렵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억제력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

는 일부 진보진영의 시각도 옳지 않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하고 한반도에 평화를 이룰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은 아직도 있다. 방법도 명확하다. 북한의 핵무

기와 북한체제의 안전보장을 맞바꾸는 것이다. 그 길 밖에

는 다른 도리가 없다. 북한에 제재를 가하고 압박을 가한다

고 해결되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 해결될 문제이면 벌써 해

결됐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북한의 ‘몸값’만 올려준 꼴이 됐

다.

반기문 사무총장은 물론 우리의 인식 뿐만 아니라 국제 사

회의 시각도 서로 조정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반드시 ‘합리적인 의사소통’이 전제 되어야 함

을 꼭 염두에 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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