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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을 보내며 - '무한 경쟁'의 사회의 개막



  누군가에게는 무척이나 길었던, 또 누군가에게는 정신없이 지났던 2007년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육신의 거처일망정 마음의 안식처가 되지 못하는 이역만리에서 이맘때 즈음이면 늘 고향 생각을 하게 마련이다.

그리고 이곳에서 바라보는 한국의 지난 2007년은 우리에게 안도감을 주기도 또 흥분과 실망감을 안겨주는 사건사고들이 줄을 이었다.

  즐거운 이야기부터 먼저 하자면 우선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가 드디어 개막되었고 여수 엑스포를 유치하였으며, 북미 관계와 한반도 비핵화의 과정이 그 어느 때보다 진전되었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걸어서 휴전선을 건넜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다시 만나자는 말로 미래를 꿈꾸었다.

IMF 광풍 이후 끝을 몰랐던 집값이 겨우 진정되었으며 사회 전반에 걸친 소비 활성화와 경제의 양적 성장은 세계적 불황의 파고를 이겨내었다.

무엇보다 필자가 가장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2007년의 한국은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이웃에 대한 관심의 성장이다. 각자 먹고 살기에만 바쁘다는 핑계로 등한시했던 민간 차원의 구호 및 기부금 모금액이 사상 최대액을 가볍게 넘어섰으며, 태안반도의 비극을 자원 봉사자들의 인간띠로 이겨낸 것은 세계를 놀라게 한 우리의 힘이었다.

  다만 이러한 사건들을 조금만 더 심층적으로 들여다 보면 분위기가 조금 바뀐다.

경제적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사회 양극화가 그 어느 때보다 심해진 해 역시 2007년이다.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사회 분위기 자체를 바꾸어 버렸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양산으로 인한 이랜드 사태와 KTX 여승무원 전원 해고에서 볼 수 있듯이 노동자들의 극단적인 저항은 사실 사용자들의 무자비함의 반증이라 할 수 있다. 또 고위층의 도덕적 해이 역시 심화되었다.

한화 김승연 회장의 끔찍한 자식 사랑은 폭력으로 변질되어 경제적 힘의 논리를 전형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더군다나 신정아-변양균 스캔들이라던가, 농협 중앙회 회장의 구속, 현직 국세청장의 뇌물 수수, 삼성 비자금 사태 및 대통령 당선자의 BBK 연루 의혹 등은 노무현 정부가 그토록 추구해온 시스템 개혁의 빈틈에서 자생한 대표적 부실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국민들은 누구에게 기대를 걸 수 없었고 오로지 자신의 생존을 위해 발벗고 나설 수 밖에 없었다.

사상 최대의 펀드 모금액은 어쩌면 우리 금융의 선진화라기 보다는 이러한 심리적 요인에 의한 것인지도 모른다.

  결국 올 한 해의 마지막을 장식한 대선은 이러한 사회 분위기가 총체적으로 반영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이명박 당선자가 내세운 '실용정부'라는 구호는 능력 우선이라는 명목 아래 국보위 위원을 지낸 인사를 대통령 인수위원장으로 임명할 정도가 되어 버렸다.

앞으로 5년 간 한국 사회를 지탱할 '실용성'이라는 가치는 과연 우리를 얼마나 행복하게 만들 것인가?

우리 국민들은 지난 한 해 정신없이 살아왔던 것보다 앞으로 더 정신없을 지 모른다.

당장 내년에 한미FTA가 비준될 것이고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공언한 대로 사회 전반적으로 새로운 시스템이 자리잡게 될 것이다.

아마 우리들은 당장 더 빨리, 더 많이 벌기 위한 사회에서 적응할 준비를 해야 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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