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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각 당의 공천 경쟁과 정당 민주주의



  10년이면 강산이 변하다고 했는데, 과연 정말 그럴까?

한나라당이 집권을 하고 이명박 정부가 들어섰으며, 역대 총선 사상 가장 이해득실을 기민하게 따져

봐야 하는 총선이 바로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명박 정부 출범부터 시작된 잇따른 인사 파동과 자질없는 장관 후보들의 궁색하고 어이없는 변명으로

통합 민주당은 총선 패배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거기다 한나라당의 지역, 계파 배분식 공천 과정에서의 구태의연한 모습에 민주당은 '박재승의 공천혁명'

이라는 말로 대 반전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그러나 같은 시간 우리는 바로 이 현장에서 10여 년, 아니 대한민국이 건국된 이후에도 변하지 않는

한 가지 모습을 지켜보아야만 했다.

바로 그것은 정당 민주주의의 실종이다.

이번 총선에서 가장 이슈가 되고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 온 것은 공천 심사 과정 오로지 그 한 가지였다.

즉 선거에서의 승리만을 위한 가장 '효율적'이고  '경쟁력'있는 후보자를 '골라내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런 현상의 이면에는 이번 선거가 가지는 의미도 한 몫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500만 표 이상의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이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한나라당이 이번 총선에서

200석 이상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런 낙관적인 전망에 한나라당에서는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인식이 팽배했고 예비후보 경쟁률이

사상 초유의 수치를 기록하게 되었다. 결국 이러한 안이한 태도는 각 지역별, 계파별 배분이라는 구습을

반복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실망감만 안겨주었다.

  반대로 민주당은 이러한 한나라당의 계속되는 실책을 반전의 기회로 삼아 이번 공천과정에서 박재승표

혁명을 보여주어 분위기를 일거에 반전시키려고 하였다.

그에 따라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인물들에 공천권을 부여하지 않는 기준을 정했고, 결국 김홍업,

이상희, 안희정, 김민수 등 당내 핵심 인사들 모두 공천에서 배제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오로지 선거를 위한 '전략적 공천'인 셈이다.

즉 한나라당에 실망한 유권자들을 다시 끌어오기 위한 '읍참마속泣斬馬謖'이었다.

  결국 이번 논란의 축은 '공천과정' 그 하나에 있는 이다.

문제는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유권자들을 호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한나라당의 인사파동에 대응하는 유일한 수단으로 '깨끗한 인사'를 공천함으로써 대응하는 전략은

결국 '깨끗한 인사=민주주의'라는 이상한 등식을 만들어 내고 말았다.

물론 국민의 마음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깨끗한 인사가 공천이 되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공천 과정 그 자체는 본질적으로 하나의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더군다나 지난 반 세기에 걸친 우리 정치는 공천 그 자체가 당내 권력투쟁의 한 과정에 지나지 않았다.

즉 당권을 장악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수단이었던 것이다.

  덕분에 2004년 시작되었던 경선 혁명은 이제 온데간데 없다.

국회의원 후보자를 당원과 국민이 뽑던 시절은 채 피어보기도 전에 사그라 들었고, 우리는 지금 본선

경쟁력에만 눈이 뻘건 채 바라보는 각 당의 공천 경쟁만 하염없이 바라보게 되었다.

이에 대해 의식있는 각 당의 정객들도 입을 다물고 있다.

결국 이러한 모습은 대한민국의 정치 시스템이 얼마나 불완전한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민경선'이라는 동력을 통해 당선되었던 노 전 대통령 역시 행정부의 시스템을 구축하는데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하나 이러한 정치적 혁명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결국 우리에게 다시 돌아 오는 화두는 최창집 교수가 늘 강조했던 '정당 민주주의'의 확립이다.

이번 총선의 의의는 '어느 당의 승리'가 아니라 바로 이런 근본으로의 회귀임을 각 당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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