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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감만 키운 이명박 정부의 첫 실용외교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후, 아니 사실 19세기 말의 근대화의 물결에서 우리 역사에 늘 지대한 영향을
주고받았던 나라가 바로 미국과 일본이다.

그만큼 대한민국의 대통령 당선자가 첫 순방외교지로 이 두 곳을 제일 먼저 선택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지난 정권에서 이 두 나라와의 관계는 상대적으로 소원해진 게 사실이다.

일본의 경우 고이즈미 정권의 과거사 인식과 관련한 문제가 늘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게 만들었다.

또 미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맹목적인 안보동맹과 친미정책의 타당성을 재검토한 노무현 정부의
첫 '실용외교'로 인해 부시 행정부의 심기가 불편해진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측면을 고려한다면 이번 이명박 대통령의 첫 순방외교는 향후 한-미, 한-일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의 시금석이 될 뿐만 아니라, 당면한 외교 관계의 새로운 출발점을 만들어나가는 창설적인
의미도 가지고 있었다.

한 마디로 이명박 정부의 실용외교가 국제무대에서 첫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순방에서 이명박 정부는 어떤 의미에서 실용적인 성과를 얻어왔는지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단 미국과의 관계에서 우리측의 가장 중요한 이슈는 한-미동맹을 21세기 전략동맹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었다.

단지 북한의 위협에 공동대처하는 한-미 상호방위 조약 차원의 동맹에서,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고, 경제 및
사회, 문화를 포괄하는 신뢰동맹, 범세계적 차원의 전략적 이익을 나누는 평화구축동맹으로 발전해나가는
관계인 것이다.

그래서 얻어온 성과는 한국은 주한 미군 감축 백지화, 비자면제 프로그램(VWP) 체결, 미국산 무기구매국(FMS) 지위 격상이었다.

또 북한 핵프로그램의 완전한 신고가 필요하다는 합의문을 도출함으로써 북핵 문제에 대한 한-미 간 협력이
공고함을 선언하였다.

  그러나 얻어온 것은 선언적이고 상당히 추상적인 데 비해, 내어준 것은 매우 실질적이었다.

부시 행정부가 요구한 것은 쇠고기 시장을 전면 개방한 것은 물론,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액 50% 부담,
이라크 경찰력 재건을 위한 파병 및 아프간 재파병 요청이었다.

한 마디로 현 부시 행정부가 가장 시급하게 필요로 한 사안들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우리가 얻어온 전략적 동맹이란 문구도 실제 부시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는 간단히 언급하고
끝나버렸다.

  덕분에 올해 정부 지출은 기하급수적으로 늘 전망이다.

세수 축소에도 불구하고 축산농가 지원에, 방위비 분담액 인상이란 큰 벽을 만났기 때문이다.

거기다 먹거리 파동으로 고통받은 국민들의 불안감을 키웠다는 점과 축산농가의 몰락이 불을 보듯
뻔하다는 사실은 가외적인 부담이다.

또 이번 북-미 간 '싱가포르 합의'로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한다면, 이명박 정부가 얻어온
성과는 '제로(0)'가 되어 버린다.

  그렇다고 일본 순방길이 그렇게 답답함을 풀어준 것도 아니었다.

과거에 얽매이기 보다는 '성숙한 동반자 관계'에 합의한 순간 일본 참의원들은 단체로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했다.

일본과의 관계를 '가깝고도 먼나라'에서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로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말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또, 그렇지 않아도 지난 반세기 계속되어 온 한-일 무역역조에도 불구하고 '한-일 FTA'를 추진할 참이다.

이렇듯 이번 순방외교는 한 마디로 '덜 준비된, 급조된' 순방길이었던 셈이다.

  물론 정상회담 보다는 실무회담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정리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이명박 대통령의 순방을 높이 평가하기 힘든 이유는 그가 누누히 강조했던 실용외교의 성과가 이 정도였는가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기도 하다.

7개월 남은 부시 행정부의 요구사항을 모두 들어 준 이명박 대통령은 과연 다음 미국의 정권과는 어떤 실용외교를 펼칠 것인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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