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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18 03:53
아직도 끝나지 않은 ‘유전무죄, 무전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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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끝나지 않은 ‘유전무죄, 무전유죄’ 88올림픽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1988년 10월10월 8일, 영등포 교도소에서 공주교도소로 이송되던 죄수 25명 중 12명이 탈출, 8박9일 동안 서울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사건이 있었다. 대부분 잡범이었던 이들은 보호감호제 때문에 징역형을 마치고도 보호감호처분을 받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몇 백 만원 절도를 저지른 자신들보다 당시 엄청난 거액이었던 600억을 횡령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의 형기가 더 짧다는 데에 불만을 가지고 탈출했다. 이들 중 최후까지 잡히지 않았던 5명 가운데 이들의 리더 격이었던 지강헌을 비롯한 4명은 10월 15일 북가좌동 일반 가정에 잠입, 인질극을 벌였고 이는 TV로 생중계 되었다. 현장에서 자살을 시도하다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한 지강헌이 남긴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는 '돈, 권력 있으면 무죄, 돈, 권력 없으면 유죄'라는 의미로,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불평등을 상징하면서 오랫동안 사람들의 뇌리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1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지금, 대한민국은 아직도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외침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대한민국 최고 기업이라고 일컬어지는 S사의 회장인 L씨가 엄청난 혐의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대부분이 예상했던(?) 것처럼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고 한다. 다행히(?) 나라 안팎으로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운 정국이라 아마도 큰 파장 없이 묻혀갈 듯 하다. 큰 일을 하는 인물답게 시운도 참 잘 타고난 것 같다. 가진 게 많아서, 힘이 세서 대한민국에서는 영원히 죄인이 될 수 없는 이들은 여유로운 미소를 띄우고, 그들에게 자신들의 밥줄과 힘줄이 달려 있는 조무래기들은 안도의 한숨과 함께 열렬한 환호를 보내고 있다. 지난 해 10월 변호사 K씨를 통해 S사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고, 특검이 진행되는 와중에 아마도 이번에 정말 S사와 L씨의 죄상(?)이 모조리 밝혀지고, 또 그에 대한 응당의 댓가를 치를 것이라고 믿어왔던 사람들이 과연 몇 %나 될까 싶다.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상식으로 자리잡은 나라, 민주화, 세계화를 이루었다고 자찬하는 2008년 대한민국의 암울한 현주소다. 모두가 돈과 권력이라는 사슬에 단단히 묶여 정의와 평등을 구현할 수 없는 사회, 과연 우리는 훗날 후손들에게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그저 S사와 L씨를 통해 나라 경제가 부강해졌다는 동화(?)같은 이야기만 들려줄 것인가? 커서 그러한 인물이 되고, 그러한 곳에 취업해야 한다고 권장할 것인가? 우리가 추측하는 것보다 그들의 잘못이 적을 수도 있다. 대한민국 검찰도 100% 밝혀내지 못했으니 감히 누가 그들에 대한 판결에 이러쿵 저러쿵 하겠는가? 그러나, 분명히 우리 사회에는 그들보다 지은 죄가 적어도 그들보다 큰 댓가를 치뤄야 하는 이들이 수없이 존재한다는 것을, 또 이 모든 것들이 어느새 당연한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는 것을 누가 부인할 수 있겠는가? 혹자는 이렇게 얘기한다. 무슨 짓을 했던 간에 그들이 있기에 지금 우리 사회가, 우리 나라가 이렇게(?) 유지되는 것이라고, 그래서 그들이 잘 되어야 우리가 잘 되는 것이라고. 그런데, 결국 유지가 되는 것은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더욱 용납되는 사회, 잘 되는 것은 처음부터 돈과 권력을 쥐고 있던 이들 뿐 아닌가? 물론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을 무조건 몰아세우고, 비판하자는 게 아니다. 당연히 그 만큼의 위치에서, 그 만큼의 그릇에서만 할 수 있는 일들이 있고, 그들의 능력과 역할로 인해 발생한 긍정적인 결과들이 존재하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평등한 권리와 의무를 지녔다고 자칭(?)하는 대한민국에서 거리낌 없이 용납되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사람들의 의식을 병들게 할 것이고, 결국에는 더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규칙이 적용되어야 하는 축구 경기에서 골을 가장 많이 넣는 선수라고 그 선수의 반칙을 무조건 용납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처음에는 그 선수가 골을 넣을 때마다 기뻐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결국 같이 뛰는 선수들의 사기가 저하되어 더 이상 뛰지 않고, 그래서 경기 자체가 깨어지면 결국은 모두의 패배가 되는 것이다. 아무리 기량이 뛰어나고, 아무리 골을 잘 넣는 선수라도 반칙을 했을 때는 그에 대한 댓가를 치루어야 한다. 어떤 재력가도, 어떤 권력자도 잘못은 잘못으로 지적받는 사회, 그래서 모두가 지켜야 하는 규칙을 지키고, 또 그 규칙을 지키는 것이 어리석은 일이 아닌, 당연하고 자랑스러운 일이 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대한민국에서 자리잡을 그 날을 하염없이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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