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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2 02:17

나꼼수의 팬덤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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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꼼수의 팬덤 정치 
844-사설 사진.jpg
이른바 구분하기 좋아하는 무리들은 정치의 중요한 두 기제인 '권력'과 '영향력'을 
완전히 다른 개념으로 받아들인다. 

일반적으로 권력은 경찰, 군대 등의 폭력적 강제나 경제적 불평등에 기반한 경제적
강제에 의한 인간 행동의 변화를 유발한다고 한다. 반면 영향력은 좀더 온건한 방식, 
즉 더 많은 지식이나 종교적 품성에 의해 자발적으로 행동을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권력과 영향력 구분에서 간과하고 있는 점은 바로 관계성이다. 행동변화를 
유발하는 자와 행동을 변화시키는 자 사이에 벌어지는 관계망 그 자체는 일종의 힘의 
흐름이며 이는 '권력관계'라는 하나의 범주를 구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네트워크는 자발적 참여든 강제적 참여든 일단 형성되고 나면 쉽사리 
변화하지 않으며 외부에 네트워크의 의지를 표출한다. 

권력이든 영향력이든 모두 '정치적' 행위의 하나라는 점을 전제한다면, 바로 이렇게
표출된 네트워크의 의지가 일정한 정파성을 띨 때 이것이 바로 '정치행위'라고 부를
수 있으며 일정한 '강제성'을 형성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그리고 특히 결속력의 차원에서 본다면 개인의 자발적 의사로 행동변화를 일으킨
무리는 정치집단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정치집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장황하게 서두를 써나간 이유는 우리 사회가 새로운 정치의 형태를 눈 앞에서 
목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주변부에서 
머물던 '나꼼수'가 있다. 

나꼼수는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하는 모바일 사회관계망에서 새로운 정치의 유형을 
보여주고 있다. 연예계에만 존재하던 팬덤 문화가 바로 정치에도 생겨난 것이다. 

유력자를 따르는 팔로어는 일종의 정치적 팬이다. 이러한 연결과 추종이 자발적이고 
수평적이라는 점에서 과거의 위계적인 대중 추수와는 분명히 다르다.한편 제도권 
정치에 대한 불신은 정치 과잉을 낳는다. 

많은 사람이 제도권 정치에 대한 믿음을 접으면서도 근거 없는 새로운 정치를 고대한다. 
정치 불신과 과도한 정치 타령이 넘치는 사회에서는 사기와 거짓이 현실과 진리로 
둔갑해도 마땅한 대책이 없다

.나꼼수와 SNS는 공통적으로 새로운 미디어 테크놀로지에 근거하며 결정적으로 대자본과
'직업 언론인'에 의지하지 않고 콘텐츠를 생산ㆍ유통한다. 이런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와 
미디어 수용이 1920년 이후 한반도에 전개되어온 근대를 종결짓고 문화적 포스트모던을
확고하게 한다. 

따라서 설령 나꼼수 같은 게 없어진다 해도 기존 언론이 예전 같은 역량이나 권력을 
회복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주변부에 머물던 나꼼수가 '닥치고 정치'를
외치며 정치 중심에서 하고 싶은 말들을 자유롭게 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발전 단계에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나꼼수 콘서트에 확장된 팬덤문화가 정봉주의 구속이라는 '순교자'적 이미지가 
더해진 상황에 다다르고 나면, 이제 나꼼수는 더 이상 자발적 정치 참여의 매개체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비키니 응원에 대한 일련의 사태들을 바탕으로 했을 때 '나꼼수'는 이제 엄연한 하나의 
권력관계를 형성한 셈이며 이 네트워크가 흘러가는 마지막 종착점에 차기 총선, 대선
주자들이 우뚝 서 있을 것이다. 정치가 시비를 가리는 토론이라면 팬덤은 피아를 구분하는 
믿음이다. 

토론이 실종되고 믿음만이 남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지난 4년간 독특한 대통령의 
정신세계를 통해 똑똑히 실감하지 않았는가? 합리적인 비판을 감정적인 욕설로 간주하는 
태도의 원인이 이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렇다면 이렇게 팬덤을 통해 당선된 정치인은 또 어떤 권력관계를 형성할 지 의문이다.
이 사건은 한국 사회에서 정치의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현상이다. 팬덤이라는
취향의 문제가 정치로 자동 번역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가 이 사건의 교훈인 
것이다. 정치전망이 아니라 팬덤에 의존해 자기세력의 이익 관철에 급급한 정치인들은 
이 교훈을 다시 한번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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