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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행보가 급속하다. 중도 강화에 이어 사교육 대책, 그리고 교수들과의 대화에 이은 대운하 포기 선언까지 단 며칠 사이에 수많은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혹자는 '정치쇼'로 폄하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이제까지 답답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인식이 조금씩 바뀌는 것은 아닌가 하는 기대감을 가지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또 한 편으로는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정국 위기의식의 한 단면을 보여줄 뿐, 정책의 구체적 실체가 드러나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잠재된 중도세력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고 하겠다. 구제금융위기 이후 최대로 벌어진 빈부격차와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널뛰는 물가, 그 와중에도 주식과 부동산으로 향하는 부유층의 엄청난 유동자금을 지켜보면서 느끼는 박탈감은 벌써 2년째 대통령 지지도를 20% 안밖에서 오르내리게 했다.€대통령지지도에 비해 선전하고 있던 한나라당의 지지도 역시 폭락을 거듭해 지난 재보궐 선거와 하반기 재보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권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4대강 살리기나 대운하 논란 역시 불만거리다. 정부는 고용 증진의 효과나 경제 성장 효과를 언급하고 있지만 실제 효과에 대한 의문은 여전한 반면, 22조나 되는 엄청난 자금이 투입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다수 국민이 느끼는 불만은 4대강 살리기로 인한 환경파괴라기보다는 이 엄청난 재원이 중산층과 서민 안정을 위한 실제 정책에는 투입되지 않는다는, 이른바 배분의 문제에 있다. 90%이상이 진학하는 대학의 등록금은 한 가계의 반 년치 수입에 해당하고, 12년을 꼬박 저축만 하더라도 집 한 채 살 수 없는 현실 속에서 22조원이라는 돈은 너무나 낯선 세계의 것인 셈이다. 국민들이 원한 건 대운하 포기만이 아니다. 그것을 포기함으로써 절감될 재원의 효율적인 이용이다. 그런 점에서 굳이 '임기 내'라고 밝힌 포기 단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 집권이 계속되면 언제라도 괜찮다는 것인가?
뚜렷한 정치적 신념을 가지지 않은 중도세력은 개인적 이익과 감성에 쉽게 좌우되는 경향을 보인다. 공공재이론과 유사하게 이들의 선호도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선거와 같은 결정적인 계기가 주어질 때에야 비로소 이들의 존재가 나타나는 것이다. 사실 이들의 존재를 규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실례로 대부분의 정치학자들은 중도세력의 존재를 정의하기를 포기하거나, 혹은 그 존재 자체를 부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중도'라는 단어가 주는 상징적 효과는 어쨌든 정치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따라서 이명박 대통령이 또다시 재래시장을 찾고 사교육 엄단과 중도 강화를 내세운 것은 자의든 타의든 필연적인 것이다. 어차피 집권 당시부터 역시 정의내리기 곤란한 '실용정부'를 내세우지 않았던가?
따라서 중요한 것은 과연 현 정부에 중도 강화에 얼만큼 진정성이 있으며 또 그 정책을 끌고 나갈 동력을 가지고 있는가이다. 이미 지난 번 미래기획위원회의 학원 10시 이후 수업 금지안은 교육과학기술부의 퇴짜로 망한 적이 있다. 쌍용차는 대규모 해고로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으며, 50%에 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실직의 불안감에 하루하루를 버텨나간다. 설상가상으로 에너지 과소비를 줄인다며 전기세와 가스비가 인상되었다. 그 와중에 최저임금 삭감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인들의 법인세는 이미 삭감된지 오래며 종부세 혜택, 부자 감세로 이득을 본 사회 1%는 여전히 불황의 늪과 상관없는 삶을 유지한다.€여전히 구호만 외치다 끝날 중도강화일지, 아니면 지옥도로 치닫고 있는 대한민국호의 방향을 되돌릴 용단이 될 지는 두고보아야 할 것이다.

<전 유럽 한인대표신문 유로저널, 전 영국 한인대표신문 한인신문, 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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