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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1 23:01

세종시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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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드문 일이다. 정치적 수사로서 '사과'는 쉽게 들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것도 일국의 수장이 '잘못'을 인정한다는 것은 그만큼 의미심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현 정부에서는 2년이 채 안되는 기간 동안 무척 자주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머리를 조아리곤 했다. 그래도 여전히 국민들 성에는 안차는 모양이다.

  이번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는 과거 자신에 대한 반성도 겸하고 있었다. 그저 표를 얻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이성적, 합리적 판단 없이 세종시 행정부처 이전안을 덜컥 물었다. 참여정부가 박은 말뚝은 모조리 뽑아내겠다는 서슬퍼런 의지도 세종시 앞에서는 그저 한갓 미풍이었다. 한다한다 하며 그렇게 2년을 보냈다. 그리고 그 사이 충남 연기군에는 수많은 말뚝과 돈이 뿌려졌다. 그리고 그곳에 터를 이루고 살던 사람들이 타향으로 쫓겨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행정부처 이전 자체를 백지화한다는 것은 그만큼 정치적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되돌려야할 것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수도이전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어처구니없는 판단만 아니었다면 누구말마따나 국회와 정부 모두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새 터전으로 이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찌되었던 위헌 판결 이후에 벌어진 '일부주처이전'이라는 얄궂은 핑계는 분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난장임에 틀림없었다. 본인 스스로도 밝히지 않았던가. "선거에서 재미 좀 보았다"고. 단적으로 세종시 원안 자체는 '국토균형발전'도 '자족도시'도, '통치조직의 효율화' 그 어느 것도 이룰 수 없는 기형적인 법안이었다.

  그렇기에 이번 MB정권의 세종시 성격 변화와 수정안 구상은 분명 합리적 이유를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혹자는 이런 기존안 자체가 국민 모두의 합의로 법제화되어 있기 때문에 함부로 바꿀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누구도 그 합의가 과연 정당한 지에 대한 토론이 있었는지를 기억하는 이는 거의 없다. 국민의 혈세로 이루어지는 사업의 객관적이고 합리적 판단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다. 더 늦기 전에 대안을 마련하는 것은 공동체의 자원 낭비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성의이다.

  또 법이라는 것 자체는 불가변적인 것이 아니다. 만고불변의 진리가 아닌한 상황이 변화하고 공동체의 합의가 변함에 따라 법은 언제나 수정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논의조차 막는 것은 실상 올바른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세종시법 자체는 언제든지 재논의될 수 있는 것이지, 과거의 약속만 고수하며 국가적 낭비를 방관하는 것은 그것자체로 정당하지 않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현 정부의 태도다. 분명 바꿔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있으나 어떤 방향으로 바꿔야 할 지에 대한 스스로의 고민조차 찾아볼 수 없다. 정운찬 총리가 이것저것 찔러보는 사이 정부 부처들은 그런 중구난방인 상황을 뒷갈망하는데 정신이 없다.

언제는 기업중심도시라더니 다른 지자체의 혁신도시들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일자 이제는 교육중심도시란다. 현 정부의 수정안 제안이 설득력을 가지지 못하는 이유는 단지 야당과 친박계의 대책없는 반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줏대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리는 정부안 자체에 그 본질적인 원인이 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포기할 것과 취할 것을 엄밀히 구분하여 스스로 말하듯 국익을 위한 새로운 세종시안을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전 유럽 한인대표신문 유로저널, 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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